뽀득뽀득한 그릇의 질감
나는 설거지하는 것을 꽤나 즐겨한다. 특별한 요리를 할 땐 그 수를 감당치 못해 당연히 식세기를 쓰지만, 단출한 간식거리나 식사의 경우 손 설거지를 한다. 가끔은 귀찮을 수 있는 설거지. 보다 재밌게 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한다.
1. 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어주기
설거지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수저, 가위, 집게와 같은 것들은 우측에 나란히 배치한다. 그리고 큰 그릇이나 냄비류는 좌측에 놓고 물을 담아둔다. 구성에 맞춰 나누는 과정만으로도 한결 설거지가 수월해진다. 분류별로 하나씩 씻어내다 보면 어느새 설거지 끝!
2. 주방세제는 무조건 베이킹소다
베이킹소다 가루도 물론 좋지만, 기름기 제거에 탁월한 베이킹소다 성분이 들어간 주방세제를 꼭 쓴다. 한국인의 입맛에 고추기름과 같이 유분이 없는 음식류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한 베이킹소다 첨가는 필수다. 의외로 엄청난 역할을 하니 한번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다.
3. 내 손에 꼭 맞는 고무장갑 찾기
키에 비해 손이 작은 나에게 일반 핑크색 고무장갑은 너무나 크다. 그릇을 놓치기 일쑤고 설거지하는 맛도 잘 안 난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다 보면 작은 사이즈의 예쁜 고무장갑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내가 쓰는 건 팔꿈치 직전까지 오는 반투명의 흰색 장갑인데 잘 만든 롱부츠처럼 손가락과 팔목 팔을 여유롭게 감싸줘 절대 흐르지 않고 탄탄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4. 순서를 정해서 하나씩 격파(?)하기
기름과 음식물이 가장 많이 묻은 것들은 가장 나중에 닦아준다. 내 경우에는 유리컵, 도자기 컵, 텀블러 류를 가장 먼저 닦는다. 그다음으로 수저, 음식을 담은 그릇, 요리를 한 냄비 등으로 넘어간다. 순서는 수세미의 세제가 금세 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수세미는 설거지에서 가장 큰 무기
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수세미일 것이다. 우리 집은 엄마가 손뜨개로 떠준 수세미를 쓰고 있는데 (다이소에서 산 수세미 실로 직접 떠주셨다) 탄탄하고 물기도 금방 빠지고 잘 말라 만족하며 쓰고 있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물건이라 애착이 가기도 하지만 천연수세미, 인터넷에서 인기 있다는 수세미 등등 여러 아이템들을 거치며 이토록 만족스럽게 설거지를 한 적이 없다. 역시 엄마들은 우리들의 지혜이다. 헐지도 않아 2개월이 넘도록 새것처럼 잘만 쓰고 있다.
나만의 작은 규칙을 세우고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갈 때마다, 그 뿌듯함은 일상 속 에너지로 차곡차곡 누적된다. 사소한 기쁨이 오히려 클 수 있다는 증거를 설거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우리에게 나누고자 많은 도움을 준 수많은 주방식기들. 우리 집 식기로 들일 때마다 담긴 추억들을 돌아보며 오늘도 깨끗이 닦고 말리고 보관을 하며 존재들을 소중히 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