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걸까?
궁금해서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왜 바퀴벌레를 싫어하냐고? 아내는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고 했다. 그냥 바퀴벌레는 보기만 해도 싫다고 했다.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데 이유가 왜 필요하냐고 내게 반문했다. 보기만 해도 징그럽지 않냐고, 끔찍하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아내의 대답을 다 듣고 난 뒤에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의문은 점점 더 커졌다.
한참 뒤 아내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어렸을 적에 친한 친구 집에 놀러 간 적 있었어. 친구랑 정신없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커다란 바퀴벌레랑 딱 마주친 거야. 친구도 나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퀴벌레가 날개를 폈어. 날개를 몇 번 푸득푸득거리더니 날기 시작한 거야. 깜짝 놀랐어. 바퀴벌레가 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 공중에 붕 떠 오른 바퀴벌레는 곧장 내 얼굴 쪽으로 날아왔어. 간신히 피하긴 했는데, 그 뒤로 바퀴벌레만 보면 그냥 가슴이 쿵쾅거려. 무서워!”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아내가 바퀴벌레를 어쩌다가 무서워하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역시 아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나는 아내와 달리 바퀴벌레를 잘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피할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던, 바퀴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아예 모르던 어린 시절이었다. 지는 노을이 예뻐서 창틀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져서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때, 어디선가 벌레 한 마리가 창문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더니, 내 왼쪽 뺨에 철썩하고 달라붙었다. 어린 마음에 다소 놀라긴 했지만,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그냥 평범한 벌레로 생각했다. 풍뎅이나, 하늘소 같은.
놀란 마음에 반사적으로 뺨에 붙어있던 벌레를 손으로 더듬었을 뿐이다. 손으로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했는데, 잘 떨어지지 않았다. 힘들게 잡아떼서 왼손 위에 올려놓고 보니, 지금껏 봐왔던 벌레가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벌레였다. 벌레도 놀랬는지, 갑자기 날갯짓을 했다. 나는 놀라서 벌레를 손에서 놓쳤고, 순식간에 벌레는 멀리 날아 도망갔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그 벌레가 바퀴벌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게 바퀴벌레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준 덕분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의 바퀴벌레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그 순간 이후로 아내와 나는 바퀴벌레를 무서워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잠재의식 속에 어떤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추측된다. 하지만, 이 경험만으로는 의문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우리 같은 경험을 가진 건 아닐 테니까 말이다. 도대체 인간은 왜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는 바퀴벌레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라곤, 바퀴벌레가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존재했다는 점, 새우는 바다의 바퀴벌레라는 점, 바퀴벌레는 인간에게 해로운 질병을 옮긴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정말 바퀴벌레는 인간에게 해로운 질병을 옮길까? 그래서 인간은 바퀴벌레를 혐오하게 된 걸까? 그 이유만으로 바퀴벌레를 죽여 왔던 걸까? 만약 바퀴벌레가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면, 죽일 수 있을까? 왜 징그럽고, 무서워하고, 죽이고 싶어 하는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만 간다. 머릿속에 바퀴벌레가 가득 들어찬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