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모두 스물두 가지 물건이 집에서 없어졌습니다
-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어. 어때? 우리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아직까지는 꾸준히 잘 하고 있으니까. 일단은 잘 하고 있다고 서로 칭찬해야 할 것 같은데.
- 첫날, 힘들지 않았어?
힘들었지. 그 날 물건 골라내느라고 갈팡질팡 했었잖아.
-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이제는 물건 추려내는 일이 좀 수월해지지 않았어?
물론, 처음보다는 한결 수월해졌지. 물건을 선택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말이야.
막상 결정을 내릴 순간이 되면, 좀 단호해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야 하는데, 아직도 내 옷을 입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
-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면 뭐야?
주변의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해.
예전에는, 사물을 그냥 사물로만 생각했거든. 기능과 디자인만 봤다고 할까? 그런데, 이제는 다른 것도 좀 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사물을 눈 앞에 두고서 이런 생각도 하거든.
이 물건이 어떻게 해서 우리 집에 왔을까?
이 물건을 처음 살 때 어떤 생각이었지?
왜 안 쓰게 되었을까?
정말 필요한 게 맞을까?
평생 가지고 있을 가치가 있을까?
- 물건 살 때도 전보다 좀 달라진 것 같던데?
물건을 살 때도 좀 달라졌지.
이전보다 한결 신중해졌고, 웬만하면 잘 안 사게 되고, 정말 꼭 필요한 물건인지 아무래도 곰곰이 생각하게 되니까. 덜컥 샀다가 또 버릴 일이 생기면, 물건도 억울하고, 우리도 손해고, 환경에도 안 좋고 하니까.
- 그런데, 사진은 왜 찍는 거야?
사진 일기 같은 거라고나 할까. 기록의 의미도 있고. 사진 찍으면서,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까지 우리하고 살아온 물건이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되고. 사과도 하고 싶고. 겸사겸사 찍는 거야. 어쩌면 사물들을 위한 영정사진이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결국은 우리 자신을 위한 거겠지.
- 그런데 왜 우리는 하루에 3개씩 버리기로 규칙을 정했을까?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지. 일단은 그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고.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서 3이라는 숫자를 은연중에 좋아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
- 오늘 정리할 물건은 결정했어?
아니,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