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27일 차

버려지는 물건으로부터 올바른 소비를 배우다

by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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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버려지는 우리들과 남는 물건들을 분류하는 기준이 도대체 뭐예요? 집 안에 이렇게 많은 물건이 남아 있는데, 왜 우리가 먼저 선택된 거죠?

- 글쎄.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차이가 아닐까?


그것 참 편리한 잣대군요. 쓸모 있다고 막상 구입해 놓고서, 이제는 쓸모 없다고 버리다니 말이죠. 그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몰라요?

- 그게 왜 슬픈 일이야?


사람을 쓸모 있는 사람과 쓸모없는 사람으로만 분류한다고 한 번 생각해 봐요. 슬프지 않나요?

하긴. 인간들은 그렇게 슬픈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죠. 자기한테 쓸모 있는 사람과 쓸모없는 사람으로 구분해 놓고서 차별하잖아요. 인간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라고. 그리고 사람하고 물건은 다르지. 더군다나 쓸모없는 물건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잖아?


그러니까 구입할 때부터 신중했어야죠. 싸다고 사고, 행사한다고 사고,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사고, 유행이라고 사고, 남한테 과시하려고 사고, 기분 좋다고 사고, 스트레스받는다고 사고. 제 멋대로잖아요.

- 그건 뭐 변명의 여지가 없네.


자기한테 정말 필요한 게 맞는지,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이 맞는지, 이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이 행복할 것 같은지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사야죠.

-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저렴한 제품이나 할인 행사하는 물건을 눈 앞에 마주하게 되면 누구라도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거든.


당장 자기한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저렴하게 판다고 덥석 사는 게 올바른 소비라고 생각해요? 저렴하게 팔거나, 할인 행사하는 제품들은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요. 그건 그냥 싼 게 아니라, 그만큼의 가치밖에 안 되는 거라고요. 더 이상 원래 가격만큼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파는 거고요. 그러니까 할인하는 것을 샀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거죠.

- 하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 나만 해도 그래. 당장 쓸 일이 없는 아이폰 케이스를 싸다고 덥석 구입했으니까. 사실은 디자인도 색상도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그냥 싼 맛에 산거였지.


그렇게 구입한 나에게, 당신이 무슨 애착이 있겠어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줄 수 있겠냐고요?

- 그래서 지금 버리려고 추려낸 거잖아.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아이폰4를 사용하지 않거든.


이런 맙소사! 내가 내 무덤을 파다니.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드릴게요. 나를 지금 당장 버린다고, 당신이 지은 죄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라는 것은 잊지 말아요. 나를 세상에 만들어 낸 인간들도 문제지만, 사놓고 쓰지도 않고 버리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더 문제라는 것. 당신 같은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좀 더 신중해지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면 나 같이 불행한 물건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것. 항상 잊지 말라고요. 보다 중요하고 근원적인 이야기들은, 앞으로 버려지는 물건들이 계속 이야기해 줄테니까, 저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 앞으로 물건을 살 때마다 네가 해준 이야기들이 계속 떠오를 것 같아. 그 말 잊지 않을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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