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36일 차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쓰란 말이야

by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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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가 쓴 <작가의 문장 수업>이 드디어 책장을 떠나갑니다. 새 주인을 만나러 가면서,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는군요.


“내가 말했잖아. 글은 쓰는 게 아니라, 번역하는 거라고. 자꾸 글을 쓰려고만 하면 안 돼. 머리만 굳어진단 말이야.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생각이나 어렴풋한 기분 같은 것들. 그런 것을 그냥 언어로 번역하는 거라고 간단하게 생각하란 말이야.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번역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그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사람들에게 통하는 문장을 쓸 수 있는 단계가 된 거라고.


그리고 읽는 사람을 무시한 번역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읽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뭐하러 글을 써? 독자를 무시한 글쓰기는 의미가 없는 거라고, 내가 수 차례 강조했잖아.


글을 쓰는데 문장의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 문장에 진심만 있으면 전해진다고 하는 사람들. 다 헛소리야. 리듬, 멜로디, 박자가 엉망인 노래를 끝까지 참고 들을 수 있어? 제발 부탁인데, 문장의 리듬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라고.


마지막으로, 문장의 재미는 구성이 좌우한다는 점, 다 쓴 문장을 읽어볼 때는 항상 독자의 마음으로 읽어 봐야 한다는 점, 글쓰기의 완성은 편집에 있다는 것도 두고두고 명심하라고.

좋은 문장이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행동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문장'이라는 것도 늘 잊지 말고.


그런데, 자네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성급하게 포기하지는 마.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건 포기할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니까.”


<작가의 문장 수업> 옆에 있던 책, <DSLR과 함께 떠나는 우리나라 속 사진 찍기 좋은 곳>도 한 마디 거들고 싶나 봅니다.


“우리나라 속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열심히 알려주면 뭐해? 한 대 밖에 없던 DSLR도 팔고, 집 주변을 벗어나지도 않는데 말이야. 도대체 DSLR 카메라는 왜 팔아치운 거야? 뭐? 무거워서 팔았다고? 그거 팔아서 미러리스 카메라로 바꾼 거였어? 그런데, 미러리스는 왜 안 보여? 뭐? 미러리스도 무거워서 팔았다고? 그럼 지금 있는 카메라는 똑딱이 하나 뿐이야? 아니, 덩치도 산만한 남자가 카메라가 무겁다고 징징대? 정말 납득이 안되네.


그래, 카메라는 그렇다고 쳐. 일단 집을 떠나야 멋진 사진을 찍을 거 아냐? 집 주변 반경 10km를 벗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겠어. 내가 전국 방방곡곡의 사진 찍기 좋을 곳을 알려주면 뭐해. 뭐라고? 남들 다 찍는 곳 가서 사진 찍는 것이 이제는 싫다고? 그런데는 사람 많아서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없다고? 그냥 집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나 찍겠다고? 그래서, 나도 이제 다른 사람한테 팔아치우는 거라고? 그래그래, 다 좋아. 전부 다 이해한다고. 하지만, 사진에 대한 열정이나 꿈은 절대 포기하지 마. 알았지?”


맨 끝에 있는 4구 멀티탭도 조용히 신세한탄을 시작합니다.


“난 고장 난 것도 아니고, 아직도 멀쩡한 데 도대체 왜 버리는 거야? 뭐 접속 부위가 망가진 것 때문에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불나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나도 장담 못하지. 그게 그렇게 불안하다면, 나도 딱히 반론할 수가 없지. 자나 깨나 불조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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