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 한 번만 뜨겁게 사랑할 거예요
“당신이 나를 흔들기 시작하면, 나는 서서히 불타오르기 시작할 거예요.
조만간 당신의 체온보다 더 뜨겁게 덥혀지겠죠.
잊지 말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오직 한 번 뿐이라는 걸.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뜨겁게 서로 사랑할 시간이에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모든 욕망이 타오르는 시간이고,
생애 단 한 번밖에 없는 고결한 희생이 발현되는 시간이죠.
하지만 그대, 내가 영원히 타오를 것이라고 착각하진 말아요.
서서히 뜨거워졌던 것처럼, 서서히 식어갈 거예요.
마치 단 한 번도 뜨거웠던 적이 없던 것처럼 차가워질 거예요.
그 순간이 되면, 당신이 아무리 나를 다시 흔들어 깨워도 소용없어요.
한번 식어버린 나의 마음도, 나의 몸도, 다시는 뜨거워지지 않을 테니까요.
잊지 말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오직 한 번 뿐이라는 걸."
벌써 6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지리산 겨울 산행을 간다고, 주머니 난로와 발난로를 구입한 게 말이죠. 많이 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10개씩 사면 할인해 준다는 문구를 보고 그만 마음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충동적으로 덥석 20개를 구입했습니다. 당장 산행에 필요한 건 딱 2개뿐이었지만, 두고두고 겨울에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결국 주머니 난로 10개, 발난로 10개가 집으로 배송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같으면, 절대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딱 필요한 수량만큼만 사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겨울 산행을 끝으로, 더 이상 겨울 산행은 가지 않았습니다. 구입했던 난로들도 더 이상 쓸 일이 없었습니다. 지리산 겨울 산행에서 주머니 난로 2개와 발난로 2개를 사용했으니, 아직 16개가 남았는데도 말입니다. 하는 수 없이 남은 주머니 난로는 매 해 겨울마다 일부러 꺼내 쓰곤 했습니다.
그런데 신발장을 정리하는 도중에 발난로 2개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더군요. 주머니 난로는 당연히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다가오는 올 겨울에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무심코 제품 뒷면을 보았습니다. 유통기한이 찍혀 있더군요. 이런 제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처음 알았습니다. 유통기한은 이미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버리려고 마음먹는 순간, 먹는 제품도 아닌데,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별일 있겠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릴까 말까 슬슬 고민이 시작되더군요. 그렇게 갈등하고 있는 저를 아내가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말입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아내가 불쑥 한 마디 거들더군요. 그거 별로 안 좋아. 딴생각하지 말고 당장 버려! 그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사진을 찍고, 발난로의 마지막 고백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발난로 2개 사이에 고장 난 집게는 왜 들어 있었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