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신에게 구원받은 겨울 점퍼 이야기
오늘 정리할 물건 3가지는 겨울 점퍼에서 떼어낸 팔 두 개와 몇 년 동안 전혀 사용한 적이 전혀 없는 귀마개입니다. 오랫동안 쓰이지 않던 귀마개는 자기가 버려진다는 게 귀가 막혔나 봅니다. 한마디 말이 없네요. 그런데 겨울 점퍼에서 떼어낸 팔들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오늘따라 유난히 수다스럽군요.
“혹시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우리한테 붙어살던 점퍼 말이야. 그 점퍼가 구원받았다는 소문 못 들었냐고?”
“그 소문이 진짜였어? 바보 같고,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웠던 점퍼 하나가 어떤 여신에게 극적으로 구원받았다는 이야기 말하는 거야? 그런데 그 점퍼가 우리랑 같이 있던 점퍼란 말이야? 설마설마했는데, 그게 사실이었어?”
“그래 맞아! 바로 그 점퍼가 우리한테 붙어 있던 점퍼야.”
“그러면, 우리도 잘하면 구원받을 수도 있겠네.”
“그렇겠지. 그 여신의 눈에만 띄면 우리도 멋지게 변신하게 될 테니까.”
“그럼, 우리는 뭘 하고 있으면 되지?”
“우리한테 붙어서 연명하던 그 점퍼에게 다시 붙여달라고 기도하면 되지.”
정리하려고 작정했던 겨울 점퍼를 아내가 보더니,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이 겨울 점퍼 촌스러워서 안 입는 거야?”
“당신이 그랬잖아. 내가 그거 입으면 바보 같아 보인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어?”
“그 뒤로 이상하게 잘 안 입게 되더라고. 그렇지 않아도, 이번 기회에 정리할까 생각 중이야.”
“내가 이 점퍼 변신시켜줄까?”
“어떻게?”
겨울도 다 지나갔는데, 느닷없이 옷을 수선해 주겠다고 하네요. 입으면 바보 같아 보인다고 놀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겨울 점퍼를 도대체 어떻게 변신시킨다는 것인지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아내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평소에 손바느질에 일가견이 있던 터라 믿고 맡길 수 있었죠.
며칠 동안 아내는 겨울 점퍼를 붙잡고 만지작만지작거렸습니다.
한쪽 팔을 뜯어내는가 싶더니, 바느질을 시작합니다. 바느질을 하다 말고 한 번 입어 보라고 합니다. 한쪽 팔만 없는 겨울 점퍼를 입어보라고 권합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정말 이상하더군요. 왼쪽을 보면 바보 같아 보이고, 오른쪽을 보면 정상처럼 보입니다.
“이전보다 더 바보 같아 보이는데?”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아서 그래.”
아내는 다시 묵묵히 수선을 시작합니다.
남아있는 한쪽 팔을 마저 뜯어내더니, 바느질을 합니다. 완성되지 않은 옷을 입어 보긴 했지만, 이제 더 이상 기대감 같은 것은 들지 않더군요.
아내가 옷이 다 완성됐다고 건네면서 한 번 입어보라고 합니다.
“이게 훨씬 낫다. 사람이 달라 보이네.”
아내의 칭찬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봐도 꽤 근사한 옷으로 변신해 있었으니까요. 평소에 반팔 조끼를 잘 입지 않는 제가 봐도 마음에 쏙 들 정도였습니다. 거울 속에는 이제 막 쇼핑을 끝낸 남자가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