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40일 차

가장 큰 사물이 버려지던 날

by muum


xFusL_BrLnduHeEFNdG7GYFqO_MGZa-zEkHGuurQ2cshREch1xFSnSLDZkEgrNXxn1qcfONFJzh-FmGOtv3iC9fFh-ilE3tkwikrFqaQqwpGKdp91VT26ba3OeBu-Wpwne7ESEXC


어쩌다 보니, 오늘은 정리된 물건이 4가지나 되었네요.

아내가 신었던 겨울 부츠, 아내가 신었던 운동화, 이 빠진 컵, 그리고 수납장입니다.


“이 부츠는 아직 신을만한 것 같은 데, 왜 버리는 거야?”


해외여행 중에 저렴하게 구입했던 겨울 부츠였지만, 아내는 부츠를 살 때부터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기분에 휩쓸려서 부츠를 버리기로 작정한 것은 아닌지 염려되더군요. 제가 보기에 부츠는 아직도 멀쩡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두 해를 갓 넘겼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넌지시 바닥을 한 번 보라고 합니다. 이럴 수가! 다른 부위는 멀쩡한데, 신발 바닥은 엉망이더군요. 얼마나 많이 걸었으면, 바닥이 이렇게 빨리 닿았을까? 오른쪽 바깥 부위가 너무 닳아서, 아내는 걸을 때마다 꽤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왜 부츠를 버리려고 꺼내 놓았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더군요.


옆에 있는 운동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츠와 같은 부위가 닳아 있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온동화는 아내가 무척 아끼던 운동화였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든다고, 걸을 때마다 신나는 기분이 든다고 제게 말하곤 했습니다. 같은 디자인을 구입하려고, 신발매장을 여러 군데 돌아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느 매장에서도 같은 디자인을 팔지 않더군요.


세 번째 놓여 있는 컵은 이 빠진 컵입니다. 대부분의 컵들이 입술이 닿는 부위가 이가 나가곤 하는데, 이 컵은 신기하게도 손잡이가 깨졌습니다. 이 컵 덕분에 설거지 할 때마다 저는 아내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고요. 이 빠진 컵을 못 버리게 제가 계속 만류했거든요. 다른 부분도 아니고, 손잡이 부분이 살짝 깨진 거라서 쓰는 데 지장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깨진 부위 때문에 아내가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생채기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내 말대로 진즉에 버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야 말았습니다.


하얀색 수납장은 저희랑 함께 산지, 올해로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 수납장을 살 때부터, 똑같은 것 2개를 구입했었습니다. 2개의 수납장 모두 큰 방에 놓여 있었고요. 이번에 큰 맘먹고, 아내가 수납장 안을 정리했습니다. 옷들을 정리하다 보니, 수납장이 굳이 2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둘 중에 하나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큰 방에 있던 수납장 하나가 빠지고 나니까, 그 방이 그렇게 넓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수납장 하나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이 이렇게 컸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덕분에 오랜만에 가구도 재배치하고, 모처럼만에 대청소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가장 큰 사물을 버린 것 같네요. 사물 정리를 시작한 지 40일 만에 말이죠. 수납장이 버려져서 기분이 우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온종일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잃어버렸던 공간을 되찾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수납장이 놓여 있던 공간에 아내랑 함께 누워서, 기분을 만끽해 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물 정리, 39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