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레일에서 샤워하지 않고 60시간을 버틴 후 일어난 기적
재스퍼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샤워였어.
내 몸이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마지막 샤워를 한 것은 토론토 숙소를 떠나기 전날 밤이었다. 그때 이후로 몸을 씻지 못했다. 꽤 오랫동안 샤워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세어보니 6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기차 안에서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일단, 평소보다 더 자주 세안을 했다. 하지만, 얼굴을 닦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다른 승객들 몰래 화장실에서 물티슈 샤워를 두 차례나 했다. 물티슈 샤워는 잠깐 동안의 청량감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H는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냐고 내게 묻기 시작했다. 이상한 냄새 같은 것은 안 나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게 안심을 시켜 놓고서, H 몰래 내 몸의 체취를 맡곤 했다. 몸에서 나는 냄새도 신경 쓰였지만, 옷에서 나는 냄새도 심각했다. 나중에는, 몸에서 나는 냄새인지, 옷에서 나는 냄새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더는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렇게 단념을 하고 나니, 상황에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으니까. 천만다행이었던 점은,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사람들 모두 비슷한 처지였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는 모든 승객은 우리와 같은 조건이었다. 그 누구도 샤워할 수 없었다. 몇몇 사람은 옷을 부지런히 갈아입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기차 안 사람들의 다양한 체취에 결국에는 묻혀 버리고 말았으니까. 누구나 고유의 체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의 냄새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샤워가 너무 하고 싶었다. 걸을 때마다, 몸에서 기분 나쁜 향기가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 먼저 샤워해.”
“아니, 당신 먼저 해. 나보다 당신이 더 냄새나는 것 같아. 내가 양보할게.”
“그래, 그러면 나부터 할게.”
재스퍼에 있는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 샤워부터 하라고 격려했다.
샤워기의 물을 틀자마자, 온몸을 감싸고 있던 더러운 것들이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 내 몸이 더럽다는 생각도 점점 희석되어 갔다. 알싸한 비누 향으로 내 몸을 조금씩 뒤덮어 갔다. 내 몸에 가득했던 체취들이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나는 비로소 깨끗해졌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야 갈아입을 새 옷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러운 옷을 다시 입는 것은 끔찍이도 싫었다. 그래서, 한동안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로 누워 있었다. 한참 만에 용기를 내서, 기차 안에서 입었던 옷을 살포시 들어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 이게 내 체취였구나.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이런 거였구나.
그날 밤, 마침내 나는 내 체취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