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아니다
“호떡 장수이길 바랬어. 이왕이면 경력이 아주 오래된 호떡 장수이길 바랬지. 이 집에 처음 들어올 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행여 호떡 장수가 아니라면, 최소한 호떡 장사라도 준비하는 사람이기를 바랐어. 내 소원이 호떡 장수 손에서 신명 나게 한 판 놀아 보는 것이었거든.
나를 손에 쥔 사람은 초짜 같았어. 호떡 같은 건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 같더라니까. 그런데, 나를 잡자마자 갑자기 기세 등등 해지더라고. 호떡 만드는 거 별거 아니라고 큰소리까지 뻥뻥 치더라니깐. 이런!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보다. 하도 자신만만해 하기에 그런 생각까지 들었지.
호떡 만드는 솜씨가 어땠냐고? 맙소사! 완전 엉망진창이었어. 밀가루는 계속 손에 달라붙지, 기름은 너무 뜨겁지, 흑설탕은 터져서 질질 흐르지, 호떡은 홀랑 다 태워먹었지. 도저히 먹을 수 있는 호떡이 아니었다고. 초짜 중에 완전 생초짜였다고. 호떡 만드는 게 말처럼 쉬우면, 누구나 호떡 장사했게?
그런데 갑자기, 호떡이 그렇게 된 게 모두 내 탓이라는 거야. 싸구려 호떡 누르개를 사서 그렇다는 거야. 꼭 실력 없는 것들이 장비를 탓해요. 그러면, 호떡 장수 대부분이 나랑 똑같은 제품을 쓰는 건 뭐라고 설명할 건데?
그게 내 데뷔전이자, 고별전이었어. 그 날 이후, 다시는 호떡을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더군. 호떡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아니라나, 뭐라나.
왜 우리들이 경력 많은 호떡 장수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이제 알겠지?”
싱크대 정리하다 보니, 먹다 남은 발사믹 소스 하나가 튀어나온다. 생각해 보니, 오래전에 두 병이 한 묶음인 발사믹 소스를 구입한 적이 있었다. 한 병은 어찌어찌 다 먹은 것 같은데, 두 번째 병을 먹다가 어느 순간 까맣게 잊어버렸나 보다.
샐러드에 모처럼만에 남은 발사믹 소스를 뿌려먹었다. 아내가 배가 아프다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배가 살살 아팠다. 식사를 마치고 아내 몰래, 발사믹 소스 유통기한을 살펴보았다. 오! 맙소사! 살아있는 게 다행이다.
이가 나간 국그릇을 아내가 버리라고 들고 나온다. 우리 집에 이가 나간 그릇이 왜 이렇게 많냐고 아내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랬더니 아내가 설거지하는 사람이 조심스럽게 하지 않아서 자꾸 이가 나간 거라고 대꾸한다. 나는 그릇의 품질이 너무 떨어져서 그런 거라고 반론을 했다. 속으로는 앞으로 설거지할 때 조심조심 다뤄야겠다고 아내 모르게 다짐했다.
호떡 누르개 하나만 있으면, 호떡을 기가 막히게 만들 수 있다고 아내에게 호언장담을 했었다. 호떡 누루개가 도착한 날, 자신만만하게 아내 앞에서 호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2개를 만들고 나서, 다시는 호떡을 집에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까맣게 타버린 기름범벅 호떡을 먹으면서, 호떡은 절대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