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46일 차

절판된 책을 팔던 날

by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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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컬러 트렌드가 들어 있어. 여성 의류,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에 대한 컬러의 역사와 분석이 들어 있지.


그러면 잠시, 19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 볼까? 1990년대 초반의 여성의류의 경우 부드럽고 넉넉한 자연주의 색상이 유행이었고, 가구는 강렬한 원색과 파스텔컬러가 공존했지. 가전제품은 컬러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고, 자동차는 기본 색상에서 다양한 색상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어.


1990년대 중반부터는 다양한 트렌드가 등장하기 시작해. 여성의류는 자기만의 개성을 갖기 시작했고, 가구는 밝고 환한 모던한 가구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 가전제품에서는 메탈릭 한 색상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자동차는 황금색, 은색, 파스텔컬러가 주도를 했었지.


2000년대 초반부터는 고급 감성문화가 시작됐지. 여성의류는 화려하고 신선한 컬러가, 가구는 다양한 스타일이 등장하기 시작했지. 가전제품도 다양한 컬러가 등장하면서 고급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자동차는 톡톡 튀는 컬러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등장했어.


그 뒤로는 어떻게 됐냐고? 미안하지만, 그 뒤는 나도 어떻게 됐는지 몰라. 내가 2003년도에 나온 책이거든. 그래! 맞아! 난 세상에 태어난 지 자그마치 14년이나 된 책이라고. 구닥다리라고 마음껏 놀려도 좋아. 내 안에 있는 내용들이 썩 재미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고. 더군다나, 내 안에 있는 내용을 모른다고 해서 세상사는 데 큰 지장 있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나를 한 번이라도 보게 되면, 색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지게 될지도 몰라. 이번에 나를 구입한 사람도 틀림없니 색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거라고.


당신도 색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고 싶다고? 이런,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절판된 책이거든. 이제는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귀한 몸이 돼버렸어.


그런데, 지금의 책 주인은 이렇게 귀한 몸이 된 나를 왜 파는 걸까? 거참!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아이폰4에 사용하려고 사 두었던 젤리케이스는 이제 쓸 일이 없어졌다.


<유행색과 컬러마케팅>은 2000년도 초반에 구입한 책이다. 중고로 팔려고 내놓았는데, 오랫동안 안 팔리다가 최근에야 주인이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책을 발송했는데, 절판된 책이라는 것을 발송하고 난 뒤 알게 되었다. 절판된 책을 판 날은,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유쾌하지 않다.


그동안 잘 사용해왔던 마이크로 5핀 전송 케이블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충전도, 전송도 안된다. 몇 차례나 테스트를 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선 내부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다행히 여분의 케이블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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