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51일 차

작고 깜찍한 미니 스피커는 사실 음치였다

by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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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니 스피커예요. 미피라는 유명한 캐릭터 이름도 갖고 있죠. 유명한 것도 무척 피곤한 일이에요.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얼마나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지. 어휴! 말도 마세요. 작고 귀여운 게 제 죄라면 죄죠. 뭐. 덕분에 많은 사람들한테 이쁨을 듬뿍 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사람들이 저에 대한 관심을 뚝 끊더라고요. 그날이 아마도, 제게 처음 노래를 부르라고 시켰던 날이었을 거예요. 작고 깜찍한 제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거 있죠. 물론 제가 노래를 썩 잘한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도 저처럼 깜찍하고 예쁜 아이를 매몰차게 대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숙녀한테 가래 끓는 소리가 난다고 하는 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느 날부터 갑자기 우리랑 같이 살게 된 미니 스피커들. 처음 왔을 때는 깜찍하고 귀여운 맛에 그럭저럭 봐줄만했는데, 스피커 기능은 영 아니었다. 잡음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음악을 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까. 라디오 기능도 된다는 미니 TV 모양의 스피커는 주파수가 아예 잡힐 기미조차 없었다.


한동안 처박아 두었던 미니 스피커들을 모처럼만에 다시 꺼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피커를 다시 작동해 보았다. 소리는 여전했다. 아무리 작고 깜찍하다고 해도 참고 듣기에는 잡음이 너무 심했다. 다음 생애에는 깨끗한 음질의 스피커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면서,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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