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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휴일

편안하지만 불편해

by 원효서


엄마집에 여동생과 함께 가서 놀면 편하다. 공동육아 플러스 살림 해방, 게을러질 자유를 얻는 동시에 편할 자유를 잃는다. 엄마가 밥을 사주고 차려준다. 커피와 디저트도 사주고 용돈도 준다.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그건 애랑 집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시골집이 좁은 관계로 더 갑갑하다. 사진을 많이 찍는다. 하늘도 산도 들도 아름다운 여름이니까, 그 풍경에 어울리는 아이 사진도 많이 찍는다. 인스타 스토리 업로드를 부지런히 한다. 마치 그것만이 해야 할 일인 것처럼.


남자친구 욕을 실컷 하다가 연락이 없는 친구를 보면 어느새 세상 다정한 사랑꾼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들을 대하는 엄마도 그랬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누가 사과를 한 건지, 그저 좋게 넘어가기로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엄마는 아들바라기로 돌아간 지 한참 되었다. 뒤끝이 길기로는 동네 최상위권이라고 본인 입으로 말하는 엄마이지만, 아들에게는 뒤고 끝이고 없다. 그저 하트 뿅뿅, 이번에도 아들이 보고 싶다는 말과 아들이 잘생겼다는 망언을 굳이 했다. 모르겠다, 딸을 보면 그런 말이 저절로 나오는지,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엄마 입에서 나오게 유도하는 화술을 구사했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분하고 슬프다고 엉엉 우는 엄마보다는 아들 좋다는 엄마가 낫다.


시골에서는 산책이 필요하다. 해가 있는 동안은 너무 덥고 해가 지면 무서워서 걸을 수 없었다. 이제 저녁바람이 시원해지면 시골에서는 걸어야 한다. 먹고 자고 눕다가 돌아왔다. 그래도 카페 나들이는 좋았던 광복절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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