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님, 그냥 좋은 말만 해주세요.
일주일 전에 서양 별자리 점성술인지 뭔지 보고 용하다고 난리를 친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정초에 시어머니가 보고 오는 신년운세는 매번 참 번거롭다. "올해 다 좋단다." 했던 해나 "여름 애미 올해 삼재란다."했던 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나의 감정기복이 심할 뿐, 특별히 좋을 일도 나쁠 일도 없이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믿는 보살님은 7월에 물조심하고 큰길에 차 조심하란 말로 괜한 걱정을 일으킨다. 낮에 카톡으로 "초상집이나 잔칫집 음식을 함부로 먹지 말아라." 신신당부한 어머님이 방금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애비가 올해 삼재라 많이 안 좋다고 하니 아무쪼록 조심하라고, 며칠 후에 부적을 써서 다시 연락하겠노라 하셨다.
평소 전화를 걸지 않는 어머님은 어지간히 걱정에 사로집힌 모양이었다. 와중에 아들이 이런 걱정을 들으면 점집 다닌다고 언짢아할까봐 전전긍긍까지, 말 그대로 걱정을 사서 하고 있는 시어머니. 나는 처음부터 스피커폰으로 통화중이었는데 말이다. 남편은 미신 따위 안 믿는다고 하지만, 초상집 가지말란 말 같은 건 또 찰떡같이 지키며 구시렁거린다. 어차피 교대근무 신세라 경조사 참석이 힘들지만, 괜히 안 좋으니 어쩌니 하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괜한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겨울에 한 다리 수술로 몸과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어머님의 심정을 헤아리다가, 며느리의 삼재는 심상히 전달하던 어머님의 목소리를 떠올리다가, 아들바보인 엄마들을 생각하며 피식 헛웃음을 웃는다. 그저 아들 어떻다는 말에 어찌할 바 모르는 가련한 엄마의 사랑.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