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개학!

특별한 일은 없지만

by 원효서

3월 4일 목


존윅 올데이


어제 개학하고 기쁜 마음으로 브리저튼 마지막회를 보고, 벼르던 "기차의 꿈"도 봤다. 나가서 걷는 김에 반찬을 사 와 밥을 챙겨 먹고 영화 "발레리나"를 틀었다. 존윅 시리즈에 크게 애정이 있는 건 아닌데, 어디선가 본 리뷰가 괜찮았던 기억에 보기로 했다. 식상한 스토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올 때까지 계속 봤다. 총을 탕탕 쏘고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는 장면을 오랜만에 보니 쾌감이 있었다. 오늘은 오전에 글을 좀 쓸까 하다가 어제 보다 만 "발레리나"를 끝까지 봤다. 그리고 추천으로 뜨는 존윅 시리즈 3을 눌러버렸고, 3을 본 김에 4까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색감이 좋고 화면이 까리해서 더욱 화려한 액션 영화. 서사 찾을 시간에 사람을 스무 명 더 죽인다는 존윅은 과연 존윅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키아누리브스는 여전히 키아누리브스였고 , 킬러들의 세계관은 덕후의 마음을 울리는 법이었다.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4를 보는 동안 눈이 피로하고 머리도 슬슬 아파졌다.


와중에 한 달 전 구미역에서 잘못 주차한(친환경자동차 자리였는데 현수막을 확인하지 못했다) 과태료가 날아와 열을 냈다. 안전신문고에 신고한 이여, 그대는 옳은 일을 하긴 했지만... 유료주차장에서 이런 신고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그리고 바닥에 써놓으라고요. 그런 표시는! 끙끙 앓으며 명란오일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면서 다시 존윅의 세계로 떠났는데, 안타깝게도 아이의 귀가 시간.


설거지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씻었다. 오랜만에 데일리친구네 아파트에 가서 빙글빙글 긴 산책을 했다. 밀린 수다를 떠느라 혼자 걸을 때보다 2배는 느린 속도로 걸었다. 바깥바람을 쐬며 시원한 커피를 마시자 두통이 가셨다. 만 보를 걷고 딸기와 시리얼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반찬가게 나물에 버섯볶음과 무생채를 넣어 비빔밥을 해 먹었다. 맛있었다. 유행하는 봄동비빔밥을 해 먹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귀찮아서 관뒀다. 설거지를 하고 앉아 일기를 쓰는데 졸리다. 많이 움직이고 배불리 먹어서 그런 모양이다. 밤에 보다 만 존윅 4를 봐야 하는데...


3월 5일 금요일


봄이 오는데 경도비만


3킬로미터 걷기(뛰기) 방에 인증하기 위해 점심 약속 전에 동네를 빙 둘러 걸었다. 그제 하천에 내려갔더니 악취가 나서 대로변 넓은 인도를 걷기로 했다. 경칩이라더니 날이 많이 풀려서 홍매화와 백매화가 여기저기 피었고 조팝꽃 이파리가 뾰조록하게 돋기 시작했다. 은행 앞에 있는 명자나무에도 벌써 빨간 봉오리가 올라와서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았다. 긴 산책에 생기를 더해주는 봄이다. 아파트 단지가 끝나는 부근에는 점심을 먹으로 나온 회사원들이 북적였다. 한 손에는 커피, 다른 손에는 담배를 든 남자들이 곳곳에 무리져있어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그나마 한산한 빽다방에 들어가 아샷추를 한 잔 샀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단지는 동산에 붙어 있어서 새소리가 많이 들렸다. 훌쩍 큰 참나무들을 빙빙 돌아 3킬로미터를 채우고 친구네 집에 갔다.


친구가 만들어주는 맛깔난 샐러드파스타를 먹으며 동네 수영장 이야기, 유치원과 1학년 이야기를 나눴다. 방과 후 교실과 학원은 매번 빠지지 않는 화제, 새로운 사건이 없어도 매번 말하고 들을 일이 있다. 등원(등교) 시간과 학원 차량 시간 맞추는 일이 얼마나 자잘하면서도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매일 챙기는 사람만이 안다. 아침에도 오후에도 분 단위로 시계와 폰을 번갈아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을 반복하는 건 우리가 정서불안이어서가 아니다. 챙기고 돌보는 일에 쓰이는 주의와 노력은 우리의 기력을 앗아가고, 그렇기에 더욱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교육과 돌봄이란 심박수를 올리고 갖가지 통증을 유발한다. 아이고, 피곤해. 피곤하고 보람 없어.


커피와 쿠키로 기력을 보충하고 미루던 헬스장 탈퇴 서류를 썼다. 잠깐 다닌 아파트 요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는데, 콰트를 시작한 후로는 집에서 운동하는 걸로 방향을 틀었다. 옆교실 줌바댄스 음악도 들리지 않고 말이다. 요가매트를 챙기러 들어간 길에 인바디를 측정했다가 괜히 마음의 상처만 얹어서 나왔다. 체지방 30프로, 경도비만이라니요. 이것 참, 문제구나. 운동방에 소식을 올렸더니 위로를 해주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이토록 힘을 발휘하는 걸 느낄 때마다 자신이 짠하면서 우스꽝스럽다. 저녁을 굶을까 하다가 수업 시간 중에 꼬로록댈 것 같아서 멸치칼국수에 묵은지를 넣어서 끓여 먹었다. 닭가슴살을 데워 채소와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기분이 아닌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