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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먹밥 Sep 23. 2024

0. 잡담사


2019년 9월 3일. 삼성 라이온즈의 타자 강민호는 상대팀 유격수와 잡담을 나누던 중 견제사를 당하고 만다. 쉽게 말하면 '떠들다 죽은' 것이다. 경기 후 강민호는 온갖 비난과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과연 방심은 금물이다, 라는 스포츠계의 정언을 시원하게 깨뜨린 대가였다. 그러나 나는 세계최초 잡담사의 주인공으로 남은 이 남자가 어쩐지 조금 부러웠다. 야구로 보면 황당한 죽음이지만, 인생으로 보면 제법 근사한 죽음이 아닌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수학여행 마지막 밤을 닮았으면 좋겠다. 밤새 수다를 떨다 제풀에 못 이겨 눈이 감기듯,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스르륵 그렇게.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인가? 잘 모르겠지만 할 말이 많은 사람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껏 해왔던 말보다 앞으로 하려는 말이 더 많은 사람이라는 것 역시 나는 알고 있다. 떠들다 죽고 싶다는 건, 다 떠들기 전까지 죽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지구라는 플랫폼엔 떠들 수 있는 게시판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지금껏 글을 붙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왕 떠들 거 잘 떠들어서 '핫게' 한번 가봐야 되지 않나? 세계최초는 강민호가 가져갔으니 세계최고는 내가 가져간다는 마음으로 나는 떠들어왔다. 물론 놀라울 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 나날들이었지만, 뭐 괜찮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젊은 거 맞나? 뭐, 젊다고 하자.


확실히 젊다고 말할 수 있던 시절엔 도라에몽을 좋아했다. 그만큼 노진구 같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왜 나한텐 도라에몽 없지... 중얼거리던 유년을 기억한다. 근데 있더라. 내 머. 릿. 속. 에. 대나무 헬리콥터는 없지만 그보다 높이 날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브런치북은 현대판 '어디로든 문'이 될 것이다. 이 프롤로그는 문고리. 당신이 이것을 잡아당긴 순간, 우리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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