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비 타투
2년 전 봄, 목선 부근에 나비 타투를 받았다. 외로워서, 받았던 것 같다. 포크로 툭툭 건드리는 듯한 통증과 그 위로 약을 덧바르던 날들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무슨 뜻이야? 사람들은 그렇게 묻곤 했다. 외로움이요, 라고 말하진 못했다. 외로움은 뜻보다 약점에 가까우니까. 사람들의 시선에 채집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뜻 같은 게 필요할까 싶었다. 타투의 의미는 꽃말을 붙이는 것과 다르지 않고, 꽃말을 전하기 위해 꽃을 사는 것처럼 타투에 나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방청권에 선정된 친구 덕으로 <최정훈의 밤의 공원> 을 본 적이 있다. '알록달록'이라는 주제를 내건 밴드 특집이었다. 알고 있는 밴드 이름을 중얼거리며 막연히 추측해 봤다. (방송 규정상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출연진을 알 수 없었다) 누구든 좋았지만 내심 YB가 나오길 기대했다. 근데 진짜 마지막 밴드로 나온 것이다. 윤도현은 박하사탕을 물고 담배가게로 가더니 휘리리 하모니카를 불었다. 그리곤 아자자자자자 아자 아자 아자자자... 담배가게 아가씨보다 저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아저씨가 내 눈엔 더 사랑스러웠다. 과연 락앤롤 베이비였다.
그때 불렀던 마지막 앵콜곡을 나는 여전히 잊지 못한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흥겹게 '나는 나비'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했다. 목덜미에 매달린 나비가 내게 말해주는 기분이었다. 너는 나비라고. 작은 몸을 지녔지만 큰 날갯짓을 일으킬 존재라고. 모든 무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나는 친구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남겼다. 그리고 그건 나 자신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했다.
2. 헬리콥터 타투
나비 타투를 받았던 곳에서 다시 한번 타투를 받았다. 같은 해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타투이스트는 때때로 자신의 도안을 SNS로 올리는데, 그 도안대로 타투를 받으면 해당 타투의 저작권은 영원히 사용자에게 귀속된다. 일종의 경매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하루, 비행 중인 헬리콥터가 피드에 올라왔다. 그냥 헬리콥터였다면 무심히 넘겼을 테지만, 앞서 말했듯 '나만의 헬리콥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받고 싶은데 돈은 없고, 막연히 월급날만 기다리자니 그전에 누가 채갈 것 같고...
운 좋게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 그즈음이었다. 독후감 공모전이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상금이 목적인 공모전이었나 보다) 여하튼 나는 곧장 타투이스트에게 연락했고, 그렇게 헬리콥터를 내 팔뚝에 새길 수 있었다. 타투를 받고 처음엔 좀 당황했다. 당시 나는 참치 코스요리 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그릇을 손님에게 내어줄 때마다 팔뚝에 있는 타투가 너무 잘 보였다. 길고 좁은 직사각형의 틀이 있어서 그런지 묘하게 바코드 같기도 하고... 흑백 책갈피 같기도 하고... 그랬다.
어쩌지 어쩌지 하는 사이 시간이 흐르고, 타투는 탈각의 과정을 지나며 점차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갔다. 내심 품고 있던 걱정 역시 그와 비슷한 속도로 옅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속담이 진짜 약(연고)으로 버티던 시간 뒤에 찾아올 줄이야... 여하튼 헬리콥터는 그렇게 무사히 내 팔에 착륙했다. 프롤로그에서 내 머릿속에 어디로든 문 있다고 했는데, 돌이켜보니 팔뚝에는 대나무 헬리콥터가 있구나. 나는... 인간 도라에몽일까?
3. 날개는 언젠가 기도로 묶였던 열 손가락
공교롭게 내 몸에 새겨진 타투엔 모두 날개가 있네. 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는 유치한 다짐을, 이참에 해보려 한다. 처음 타투를 받을 때부터 다짐했듯, 언젠가 세상에 내놓을 내 작품을 추상 타투로 새길 것이다. 그것이 내 마지막 타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새롭게 시작될 무언가가 찾아오겠지. 그날을 위해 내 열 손가락은 부단히 움직이는 중이다. 모든 날갯짓에 간절함이 매달려 있듯, 그렇게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