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 살아간다는 것(33)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막둥이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런데 그중에 한 장, 철쭉 앞에서 나름 포즈를 취한 사진이 있었는데 막둥이 옆에는 가죽잠바(?)를 입은 웬 남자애가 똭! 있었다. 둘의 손이 약간 스칠락 말락 수줍게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빠만의 착시현상일까? 그런데 그런 사진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예로부터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 했건만(아, 얘들 아직 칠세가 안 됐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머리에 피? 말랐는데요?) 쯧쯧쯧, 말세야, 말쎄~(요즘 이상 기후를 보면 그러지 않아도 말세가 맞긴 맞아요)"
라고 혀를 찰 어른들은 이제 거의 없을 듯하다.(우리 초등학교 시절에 이 정도 사진이면 얼레리 꼴레리에서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벽에 낙서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귀엽다는 쪽이 대세일 듯싶다.) 그렇게 귀여운 순간을 포착해서 사진을 보내준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먼저 감사하고 내가 보기에도 귀엽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막둥이가 벌써 이성을 알아갈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부쩍 아빠가 오줌 누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빠, 아빠는 서서 쉬해?"
"그래, 서서 쉬하지~"
"나도 보고 싶어."
"안돼, 아빠 부끄러워~"
"앙앙, 볼 거야!"
그렇게 하면서 내가 소변을 누려고 하면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 보려고 한다. 그전부터 어렴풋이 눈치챘겠지만 이제는 남녀가 다름을 느끼고 아빠는 남자, 엄마는 여자라서 다르고 무엇보다 오줌을 눌 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꾸 이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앞으로 유치원에 가고, 초중고를 나와서 대학에 갈 동안 많은 이성을 만나게 되겠지만,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만났던 첫 남사친은 기억에서 멀리 지워져 잊혀져 가겠지만 그래도 막둥이의 인생에 다가온 이성들은 모두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은 아빠의 터무니없는 기대일까? 하기야 데이트 폭력과 남녀 갈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서 내 딸만은 좋은 이성을 만나 서로 교감하고 사랑하고 결혼에까지 이르는 해픠엔딩을 바라는 것은 아빠의 너무나도 큰 욕심인지도 모른다.(양희은의 노랫말처럼 나도 그러지 못했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둥이가 자라면서 어려울 때마다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아빠가 되기를, 막둥이가 아빠의 사랑을 잊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를, 가정의 달 오월을 앞둔 어느 봄날에 소방관 아빠의 바램을 조용히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