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39)

by 소방관아빠 무스

(사진 출처-D&D 어린이집)


막둥이가 이제 어렴풋이(?) 자기 생일과 추석,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구별할 줄 알게 되었다. 자기 생일이 몇 월 며칠이라는 것은 확실히 외울 수 있게 되었으며 자기만 생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빠, 엄마, 그리고 언니들까지 모두 생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일에는 케잌을 사다가 촛불을 끄는데 남의 생일 케잌의 촛불을 자기가 끄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것이지만 문제는 알면서도 그렇게 할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도 내년, 후내년이 지나면도 자연스럽게 고쳐져 갈 것이고 세상에는 자기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게 되는 것이니 세월의 힘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놀랍다. 아빠인 나는 그저 아이와 가끔 놀아주고 울면 달래주는 정도의 소소한(?) 노력만으로도 아이가 이렇게 세상을 알아가고 또 커나가는 것에 대해 그저 고맙고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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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내랑 한 제기 하실래예?~^^, 우-안할 때는 가발로 쓰면 되예~^^)


오늘 아침에는 막둥이가 내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아빠, 오늘은 뭐 하는 날이야?"


"응 오늘은 막둥이 교회 가는 날이야."


이제 월화수목금토일은 모르지만 날마다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어린이집에 가고 토요일은 아빠, 엄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은 교회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교회 가는 날, 일요일을 제일 좋아한다. 어린이집과는 달리 자기가 만나보지 못한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걸까, 자기에게 '말랑이'라고 불러주며 친근하게 대해주는 교회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걸까, 아니면 그저 차를 타고 갔다가 오면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는 것이 좋은 걸까?


사본 -img_20230927171145511.jpg (추석에는 역쉬 산적(?)이쥐~^^;;)


"아빠는?, 아빠는 같이 안 가?"


그러면서도 빼놓지 않고 아빠인 나를 살뜰히 챙긴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을 키워봤지만 늦게 얻은 막내딸에게 딸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응, 아빠는 오늘 소방서 가는 날이야, 그래서 같이 못가, 대신에 엄마랑 언니들이랑 교회 갔다 와, 아빠하곤 내일 만나자~"


이렇게 얘기를 해 줬더니 금방 토라진 얼굴로 변한다.


"아빠도 같이 가자, 아빠랑 같이 가야 재밌어, 아빠가 세상에서 젤 좋아, 소방서 가지 말고 우리랑 같이 교회 가자~"


이렇게 매달리면 나도 그냥 소방서 가지 말고 막둥이랑 붕붕이 타고 교회에 갈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친다. 세상에서 내가 젤 좋다는 사람이 이제는 이 꼬맹이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안 돼, 그러면 우리 막둥이 맛있는 것도 못 사주고 재밌는 장난감도 못 사주고 이쁜 옷도 못 사주는데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팩트를 실어서 네 살배기와 협상(?)을 시도해 본다.


사본 -img_20230927173007178.jpg (추석에 강강수월래(?)가 빠지면 섭하지~^^)


"우리 집에 맛있는 것도 많고 장난감도 많잖아,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아빠하고 있고 싶어, 아빠가 제일 좋아, 아빠도 같이 가자~"


하~, 이걸 어찌해야 하나, 막내딸의 달달한 애교에 무너질 것만 같을 때쯤, 안방에서 자는 줄만 알았던 마눌의 목소리가 들린다.


"막둥이, 엄마한테 와!, 엄마하고 교회 갈 준비하자, 아빠는 소방서 가시라 하고..."


삐쳐있던 막둥이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다. 엄마의 말은 들어야 뒤끝(?)이 없다는 걸 벌써 잘 알고 있다. 힘없이 어깨를 떨구고 터벅터벅 안방으로 걸어 들어간다. 난 뒤돌아서 가는 막둥이의 머리에 뽀뽀를 해 준다.


"잘 갔다 오고, 아빠 하곤 내일 만나~ 쪽!"


이제야 출근하는 길이 활짝(?) 열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출근하는 일요일마다 막둥이와 달달한 실랑이(?)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마저도 없으면 세상 서글플 것 같다.


1691556161166.jpg (올 가을엔 언니랑 피아노 위에서 발레를 해볼까?~라랄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