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동물 구조 신고가 한건 있었다. 새끼 고양이가 자기 집 천장에서 계속 우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다는 어느 할머니의 신고였다. 우리는 새끼 고양이에 걸맞지 않은 커다란 소방차를 타고 할머니가 사는 집으로 출동했다. 정확한 상황이 어떤지 몰라서 커다란 그물과 포획용 집게까지 휴대한 상태였다. 우리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이 났는지 궁금했는지 모여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집 천장에서 고양이가 울고 있다네요."
사람들은 슬쩍 웃음을 지으며 지나갔다. 우리도 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여긴 거라예, 여기서 밤에 자꾸 우는데 사람이 잘 수가 있능교?"
할머니가 가르친 곳은 천장 한구석이었다. 우리는 근처에 있던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사람 머리가 겨우 들어갈만한 틈으로 천장 내부를 살펴보았다. 고양이가 있긴 있었다. 그것도 두 마리 새끼고양이였다. 위 사진처럼 노랑이 하나, 검정이 하나.
'야옹, 야옹~'
두 마리는 사이좋게(?) 화음까지 넣어가며 울고 있었다.
"이리 온~ 착하지, 야옹아, 이리 와 봐~"
한 2~3 떨어진 곳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를 살살 꼬셔 보았다. 가까이만 온다면 손을 넣어 잡을 수도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두 마리 고양이 형제(?)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울고만 있었다. 길고양이 어미가 여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이 고양이 형제를 낳아놓고 어디론가 먹이를 구하러 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새끼들이 너무 어려서 그런지 사람의 꼬심에 좀처럼 넘어오지 않았다. 포획용 집게를 사용해서 잡으려 하자 고양이들은 더 구석으로 도망가 버렸다.
"할머니, 이거 안 되겠는데요,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천장을 뜯어내기 전에는 잡을 방법이 없네요."
"그럼 우짠당가요, 내가 이 앞에다 먹이도 놔나 봤는데 도통 나오질 않네, 사람이 자야 하는데 밤이고 낮이고 저리 울고만 있으니께 우짜까요?"
"그런데 여기 공사했어요?"
"네, 얼마 전에 달리던 자동차가 집을 들이받아서 집이 내려앉아 벽과 지붕을 고쳤는디~"
"그럼 그때 고양이를 쫓아내지 그랬어요?"
"그땐 이런 소리 들리지도 안 했어, 조용하기만 했는데?"
아, 이제 알 것 같았다. 공사 전에는 어미 고양이가 천장으로 드나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미는 천장에 새끼들을 낳은 것이다. 그런데 집을 공사하면서 어떤 이유에선지 천장으로 드나들 수 없게 되자 새끼 고양이 형제(?)만 남겨지게 되었고 그래서 저 고양이들은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저리 울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들여다본 이 구멍으로 어미가 드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사다리를 치우면 제아무리 어미 고양이라도 이 천장까지 올라올 수가 없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할머니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할머니, 이 사다리 치우지 마시고 오늘밤 놔둬 보세요, 어미가 와서 제 새끼들을 물고 갈 겁니다."
"뭐시당가요?"
할머니는 어두워진 눈을 크게 떴다.
"이 집을 공사하면서 구조가 바꿔어 어미 고양이가 들어오지 못하는 거라고요"
그러면서 우리는 사다리 꼭대기에서 구멍으로 어미가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널빤지도 받쳐 주었다.
"자, 이래놓고 오늘밤 한번 자 보세요, 내일도 계속 새끼들이 울면 다시 신고해 주시고요."
할머니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우리의 계획(?)이 맞았기를 바라며 소방차로 돌아와 철수했다. 우리의 계획이 맞아떨어져서 할머니도 편안한 잠을 자고 고양이들도 모자 상봉을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만약 우리가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새끼고양이들을 잡았더라도 결론은 좋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잡아온 동물은 동물 보호협회나 구청에서 수거해 가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안락사시키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길고양이가 점점 늘어 이젠 처치곤란한 지경까지 이르고는 있지만 굳이 애틋한 고양이 모자를 갈라놓을 정도로 우리 소방관들은 모질지 못하다.
(우리 센터 뒤편에서 놀고(?) 있는 길냥이 가족, 얘네들도 누군가가 잡아와서 여기에 풀어준 것일까?)
한편 동물구조는 점점 증가하는 형편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여름이 길어지면서 말벌집 제거가 증가한 것은 물론, 1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견, 반려묘가 늘면서 그에 따라 버려지는 개체수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은 버려지면서 무리를 이루어 들개 떼로 변해서 주택가 등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포획해 달라는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 그리고 반려묘는 버려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가정집, 학교, 공원등에서 위험에 빠진(?) 길냥이를 구조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오기도 한다.
동물구조는 동물 자체가 위험에 처해 있거나 그 동물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만한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거절할 수 있지만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봐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그 할머니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처리(?)를 안 해 줄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내가 몇 년 전에 있었던 센터에선 개를 잡아달라는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한 적이 있었다. 원룸 건물 복도에 보지 못한 개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고를 받은 곳으로 출동을 해 보니 일본 시바견과 비슷한 외양의 믹스견 한 마리가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손을 많이 탔는지 우리를 보자 꼬리를 흔들며 안기길래 갖고 간 그물망이나 포획도구는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얌전히 케이지로 들어오는 녀석을 보며 이 근처에 주인이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래서 원래는 개를 잡아오면 그날 바로 구청이나 동물 보호협회에 연락을 하는데 이놈은 한 5일이나 센터에 놔두었었다. 개가 너무 사람을 잘 따라서 우리도 그놈과 정이 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 센터의 센터장님도 그놈을 너무 이뻐해서
"한 일주일정도 있어도 견주가 나오지 않으면 내가 우리 집에 데꼬 가서 키울란다!"
하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녀석은 여느 날처럼 센터 사무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우리가 주는 소시지를 먹고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나서 tv를 보며 녀석에게 소시지를 먹이고 있었는데 센터 출입문이 열리면서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한분 센터로 들어오셨다. 우리가 어쩐 일로 오셨느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그녀는 우리 사무실을 한번 둘러보더니 그 누렁이(?)를 보자마자 소파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뽀삐야~!"
그러자 놀랍게도 그 누렁이는 우리가 주면 그렇게 좋아하던 그 소시지를 팽개치고는 그 할머니에게 바로 폴짝 뛰어 안기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할머니는 손주를 품에 안은 양, 눈물을 흘렸고 그 뽀삐는 할머니 울지 말라는 듯이 그 할머니 눈의 눈물을 혀로 핥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얼떨떨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더 이상 할머니에게 뭐라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 장면 만으로도 할머니가 그 개의 진짜 주인임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 계셨던 센터장님은 속이 좀 쓰렸겠지만(?) 표정관리를 하며 그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말씀하셨다.
"할머니,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를 다시 찾게 되어 다행입니다. 우리도 이 강아지 주인이 언젠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데리고 댁으로 돌아가십시오."
"으이구, 이놈아,(여기서 센터장님 흠칫하심~^^;;) 내가 몇날 며칠이나 너를 찾았는데...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여기 있다고 누가 알려줘서... 흑흑~선상님들, 정말 고맙심더~"
할머니는 이렇게 흐느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몇번이나 센터장님과 우리에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며 다시 센터 문을 나섰다. 며칠동안 그렇게 우리를 따르며 우리의 이쁨을 받으며 먹이를 얻어먹으며 우리 안전센터의 마스코트(?) 노릇을 했던 뽀삐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우리는 안중에 없다는 듯 눈길 번 주지 않고 할머니의 품에 안겨 센터를 나갔다. 그래도 어쩌랴, 우리는 모두 마음속으로 뽀삐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할머니와 오래도록(?) 행복한 견생을 누리길 바랬다. 그리고 모두 멍하니 있던 우리 중에 한명이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말했다.
"저 할머니, 이제 기억났어, 이 부근에서 폐지 주으러 다니는 할머니야, 혼자 사시는 줄 알았는데 저런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네..."
정말 할머니에겐 손주같은 강아지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 모두는 그 뽀삐를 동물보호협회나 구청에 빨리 이관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창밖으로 뽀삐를 안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저녁 노을에 따스하게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