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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Jun 26. 2024

가스화재와 리튬화재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59)

(사진=중앙긴급구조통제단 제공)


지난주와 이번주 초에는 두 건의 대형 화재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바로 서울 목동 아파트 상가화재와 경기도 화성시 배터리 공장화재이다. 


https://youtu.be/qHIHkBtM3Pk?si=v88xVgcqa-cGCKtF


https://youtu.be/hQhs2rv1wFo?si=FjrtZGfHqx6mIKvw


두 건 모두 인명피해가 컸다. 목동 상가화재는 화재 진압과정에서 소방관 17명이 부상을 당했고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에서는 작업자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난 만큼 생각해 볼 것도 많은 두 건의 화재였다. 


첫 번째, 목동 화재에선 소방관들의 부상이 왜 그리 많았나?

목동 화재는 처음 지하 2층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지하 1층으로 연소확대 되었는데 지하라소방관들의 진입이 어려웠고 그래서 화재 진압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한다. 그러다 약 4시간 후, 이제야 화재가 잡히나 했는데 갑자기 원인 모를 폭발이 있었다. 그래서 소방관들은 그 폭발로 인해, 또 폭발을 피해 지상으로 피난하다 부상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소방은 고열과 수증기(?)가 폭발의 원인이라고 발표했으나 며칠 후 감식결과에서는 도시가스가 새어 나와 폭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도시가스 직원이 화재가 초진 되었다는 발표를 듣고 도시가스 배관의 밸브를 잠그지 않았고 그래서 화재로 인해 약해진 도시가스 배관에서 가스가 새어 나왔고 그 가스가 폭발하면서 소방관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얘기다. 아직 정확하게 폭발 원인이 나오진 않았으나 고열과 수증기로 인한 폭발이라기보다는 도시가스가 폭발원인일 수 있다는 감식결과가 좀 더 신뢰가 간다.


https://youtu.be/CkCCRyHA8tg?si=QM9ovJOaE1uLuhQ3


이번 화재를 보니 한 십오년 전쯤 내가 쓰레기 창고 화재를 진압하던 생각이 났다. 이번 화재와 비슷하게 어느 아파트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두는 창고였는데 한 30~50평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있던 야간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 화재가 나서 출동을 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진입했는데 어둠 속에서 쓰레기가 타는 연기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많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제대로 걸음을 옮기기도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쓰레기 더미에 물을 뿌리며 불을 끄고 있는데 어디선가 '펑' '펑'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뭔가가 휙~휙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얼른 소방 호스를 놓고 그 재활용 창고를 빠져나왔는데(지상 1층에 있는 창고라서 다행히 금방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재활용 창고에 있는 다 쓴 부탄가스통이 화재로 인해 열을 받아 폭발한 것이었다. 그 조그만 부탄가스통이 폭발해 봐야 얼마나 하겠냐고 하겠지만 어둠 속에서 뭔지 알 수 없는 게 옆에서 펑펑 폭발하면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이번 목동 화재에서도 지하에서 무엇이 폭발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펑'하는 폭발음을 들으면 그 공포감은 더 클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부상을 당한 소방관들이 그런 공포감을 느끼고 폭발로 인한 화상 내지는 탈출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것이 100% 이해된다. 


두 번째, 리튬과 같은 화학물질이 쌓여있는 공장화재는 어떻게 진압해야 하나?

리튬은 제3류 위험물로서 자연발화성 및 금수성 물질이다. 따라서 이번 화재처럼 한번 불이 붙으면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날 수 있고 물로는 그 불을 끄지 못한다. 그래서 유일한 화재진화방법은 건조사(마른 모래)나 팽창질석을 덮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큰 공장을 다 덮을 모래를 어디서 확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소방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공장 안에 리튬전지가 보관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직접적인 화재 진압을 하지 못하고 옆 건물로 화재가 확대되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것밖에 할 수없었던 것이다. 건조사나 팽창질석이 없다면 리튬이 다 연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공장 2층에서 작업하고 있던 외국인 근로자 20명과 한국인 근로자 3명은 불이 다 꺼진 후에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과연 소방은 스스로의 본분을 다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https://tv.kakao.com/v/447697465

(일반 소화기로는 꺼지지 않은 리튬화재, 어떻게 꺼야 할까?)


앞으로도 더 많은 화학물질들이 화재 현장에 노출되고 인화나 폭발로 이어질 것이다. 복잡, 다양해지는 핸드폰과 자동차등 산업기기에 쓰이는 화학물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파트나 상가등 우리가 살고 생활하는 건물의 구조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온갖 전선과 가스관들도 얽히고 설켜 있다. 그리고 그 용량은 점점 늘어난다. 그러니 그 안에 어떤 위험물이 있을지 소방관들은 알지 못하고 진입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진다. 이번 목동 화재처럼 그 안에 누출된 가스가 있을지, 리튬과 같은 위험물이 보관되어 있을지 잘 알지 못하고 진입하는 것이다. 그러다 이번처럼 17명의 소방관들이 부상을 입을지, 작년 부산의 한 목욕탕에서처럼 10명이 넘는 소방관들이 부상을 입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리튬과 같은 대다수의 위험물들은 단지 그것을 향해 물을 쏜다고 쉽사리 진화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 소방관들은 70~80년대 우리 선배들이 해왔던 그 방식 그대로 지금도 대다수의 불에 물을 쏘는 단순한 방법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화학물질에 발생한 불을 향해 물을 쏘는 것은 불이 제대로 꺼지지 않을뿐더러 소방관의 생사를 담보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제부터라도 리튬을 비롯한 화학물질 화재시에 거기에 맞는 화재진압방법을 연구하여 훈련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소화약제를 구비해야 한다. 


세번째, 리튬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안전장비는 화학독성물질로부터 소방관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이번 리튬 화재에서 소방관들은 아무도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그 화학물질이 가득한 곳에서 몇 시간이고 화재 진화작업을 했다. 그곳은 전문가들이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옷도 버리라고 할 만큼 독성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럼 소방관의 안전장비는 그런 화학독성물질로부터 소방관들의 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https://youtu.be/cMQIKZgRdFo?si=uNTFvrH7spPP99_1


화재진압대원의 경우 개인별 방화복 지급 기준은 2벌이다. 그리고 방화신발도 2켤레, 진압장갑도 2켤레, 방화두건도 2개다, 공기호흡기 1개, 면체 2개, 진압헬멧 1개이다, 1인당 내려오는 안전장비가 모두 1개 아니면 2개인데 함부로 버릴 수 없다. 화재현장에서 오염되었다고 버리면 다음에 나올 때까지 1년 혹은 그 이상을 하나로 버티거나, 아니면 아예 없는 상태로 화재 진압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떡할까? 방화복은 세탁업체가 지정되어 있어 거기에 맡기면 세탁을 해 오지만(화학독성물질을 모두 없애주는지는 미지수다) 나머지들은 소방관 개인이 정비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세탁기에 넣어 돌리거나, 흐르는 물로 씻거나, 비눗물을 풀어 닦거나, 물티슈로 닦는 것이 전부다. 그 화학물질이 묻어 오염된 것들을?!..... 누군가는 그 근처에서 입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야 하는 것들을 소방관들은 버릴 수 없어서 스스로 정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몸에 축적되는 것은 소방관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일일까?


지난 회차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소방관들은 유독 암환자가, 특히 혈액암 환자가 많다. 후배 중에서 나이 50도 안돼서 혈액암에 걸린 친구가 있고 선배 중에도 혈액암에 걸려 돌아가신 분이 있고 아직도 투병 중이신 분도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번 리튬 공장화재에서 그렇게 회색빛 연기를 뿜어내며 펑펑 터지는 화학물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거기에 달랑(?) 공기호흡기 하나를 차고 노란 방화복을 입고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소방관들.... 일반인들은 얼씬도 않는 그곳에서 몇 시간씩이나 작업을 하다니... 그러니 젊은 나이에 혈액암등 암에 걸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소방서에 돌아가서도 소방관들은 그 화학물질에 오염된 옷과 안전장구들을 들고 스스로 정비하느라 씨름할 것이다. 자신의 몸이 그 화학물질에 오염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무엇이 폭발하는지도 모르고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화학독성물질을 숨쉬고 인체에 축적되는 줄도 모르고 화재를 진압하느라 바쁜 소방관들은 그 자체로 '불나방'이 맞는 것 같다. 자신의 몸이 불타는 줄도 모르면서 불을 보면 뛰어드는 불나방...


그 어리석을 만큼 무식한(?) 불나방들을 이제는 더욱더 많아지는 화재 현장의 화학, 폭발물질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 서울 목동 아파트 상가 화재에서 부상을 당하신 17명의 소방관님들의 빠른 쾌유를 빌며

  더불어 화성 리튬 공장에서 사망한 23명의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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