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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Mar 14. 2024

젊은 소방관의 슬픔(4)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52)

   (대문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어제 kbs 9시 뉴스를 보니 지난 1월 31일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두 명의 젊은 소방관들의 순직 원인에 대해 이렇게 방송을 하고 있었다.


 https://v.daum.net/v/BxEnreQ0lE

위 뉴스에 나온 순직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간추려 보면 이렇다.


첫째, 육가공 공장 3층에 있던 튀김기에 설치된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가 고장 나 식용유가 발화점(383도) 이상으로 가열되어 화재가 발생했다.


둘째, 화재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로 정지시킨 바람에 신고가 늦어져 화재 진압을 어렵게 했다.


셋째,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공장 내부에 식용유가 쌓여있다는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출입문을 열면서 외부 공기가 유입되어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하는 바람에 두 명의 소방관이 현장을 탈출하지 못하고 고립, 추락하여 순직했다.


이 세 가지 원인 중에 첫째와 둘째, 두 가지는 화재 다음날 내가 쓴 글에서 언급되었다. 육가공 공장에서 큰 화재가 나서 두 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육가공 공장이라면 식용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에 불이 붙으면 크게 연소되면서 폭발할 수도 있는데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진입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에서 쓴 글이었다.


https://brunch.co.kr/@muyal/158


그리고 이 세 가지 원인 중에서 첫째와 둘째는 화재가 난 이후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예방함으로써 그 원인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튀김기의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나 수신기 경종은 소방관들이 불이 난 이후에 현장에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곳 관계자들이 평소에 잘 정비해서 화재 시에 제 역할을 하도록 관리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화재에서는 그곳 관계자들의 안전의식이 낮았기 때문에 이런 인재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화재는 소방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생활하는 주민들의 화재예방에 대한 의식과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소방서에도 소방검사라든가 안전지도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기는 하다. 나도 한  2,3년 정도 그 부서에서 근무해 봐서 아는데 거기에 근무하는 소방관들은 주기적으로 외근을 하면서 소방대상물(소방법이 적용되는 건물이나 장소)에 찾아가 소방시설의 관리상태를 점검하고 그곳의 화재 예방을 담당하는 소방안전관리자를 만나서 시정해야 할 사항을 통보한다. 시정이 안되면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보통 한 소방서에 대략 4~6명의 인원이 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들만으로  소방서 관할의 모든 소방대상물을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소방대상물에 있는 사람들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한 의식들이 높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에 쌍팔년도 때처럼 강압적으로 할 수도 없다. 지난번 '안전불감증'이란 제목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그런 안전 불감증이 하나 둘 쌓여서 화재가 발생하고 결국 소방관들을 순직하게 만드는 것이다. 안전장치를 고장 난 상태로 방치하는 일, 임의로 소방시설의 작동을 멈추는 것과 비상구를 폐쇄하는 일, 그리고 위험물을 아무렇게나 보관하는 일들, 모두가 이 안전불감증에서 시작된다.


https://brunch.co.kr/@muyal/154


두 번째 수신기 경종에 관한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장에 나가 보면 화재수신기를 차단하거나 경종을 울리지 못하게 해 놓은 곳이 생각보다 많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소방법에 저촉되어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의 과태료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도 버젓이 그렇게 방치하는 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소방관들이 일일이 그곳을 찾아가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계도하고 벌금과 과태료를 매기기엔 턱없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것일까?


물론 위의 두 가지 이유도 없는 것이 아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신기 오작동 때문인 경우가 많다. 육가공 공장 관계자도 말했듯이 고온의 열기가 있는 육가공 공장 같은 곳에는 열감지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보기 오작동은 그곳에서 일하는 작업자들 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수신기에 보면 '주경종 정지' '지구경종 정지'라는 두 개의 스위치가 떡하니 있다. 그것 두 개만 눌러놓으면 불도 안 났는데 수시로 울리는 성가신 경종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중에 진짜 불이 나서 경종 소리가 안 들리면 어떡하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마음속으로 또다시 이런 안전불감증의 달콤한 유혹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설마 여기에 불이 나기야 하겠어?"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두 손가락으로 스위치 두 개를 눌러놓는 것이다. 나중엔 어떻게 될 값에 일단 지금은 편하고 좋으니까...

(화재 수신기의 주경종과 지구경종 스위치)

그리고 이번 사태처럼 큰 불이 나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법적 처분(?)을 받고 나서야 그것을 눌러놓은 자신의 두 손가락을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수신기에 대해 쓸 말은 또 있다. 화재 수신기에 연동되어 작동하는 '자동화재 속보설비'라는 소방시설이 있다. 화재 감지기에서 화재를 감지해서 수신기로 신호를 보내면 일정면적 이상이나 특수 장소에 설치된 '자동화재 속보설비'는 자동으로 소방서에 신고를 해 준다. 그러면 신고를 받은 상황실에서는 관할 119 안전센터에 출동지시를 내리게 되고 소방차는 출동한다. 그런데 아까 말한 대로 고온의 장소라든지 습기나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감지기가 오작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출동한 소방대원들도 헛탕을 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오작동이 어쩌다 한번 일어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10%가 넘어가면 이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출동이 보통 안전센터마다 모든 출동건수의 10%~30%는 되는 것 같은데 이것은 엄청난 소방력의 낭비이자 다른 곳에서 실재 화재가 났을 때를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데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에서 이런 소방시설이 계속 문제가 되어 작동을 정지시켜 놓거나 소방관들을 헛탕치게 만든다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소방검사반에 있을 때부터 느낀 것인데 이런 소방시설도 대기업에서 생산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애프터서비스를 하면서 관리를 해 주는 것이다. 물론 지금 그 일을 하는 소방시설업체들이 있지만 대부분 영세한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설치도 안되고 관리도 안되어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키고 그 때문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수신기 경종을 꺼놓고 소방대원은 출동 때마다 번번이 헛탕을 치기 때문이다. 물론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좀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런 문제는 빨리 해결해야 한다. 순직한 두 명의 젊은 소방관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소방시설의 정상작동을 위해 소방 관계자들이 모두 머리를 모아야 한다.


세 번째, 현장활동 시 화재 상황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다. 앞서 '젊은 소방관의 슬픔(3)'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도 화재 현장에 가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소방관들은 매달마다 '소방활동 자료조사'라 해서 관내 소방대상물에 나가서 그곳의 진입로라든지 소화용수 상황, 업종은 뭐고 면적은 얼마나 되고 위험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한다. 그리고 소방서에 돌아와 소방대상물 관리시스템에 그것을 입력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다들 아시겠지만 소방관들이 관내에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파악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정해진 시간만큼 해야 하는 소방훈련과 간간이 걸리는 출동만으로도 바쁘다. 그러니 관내에 있는 모든 소방대상물에 다 나가서 일일이 그것을 파악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대상을 다 조사하지 못하고 몇 개만 뽑아서 표본조사를 한다. 따라서 대부분 대상이 조사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 화재가 나면 출동은 신속해야 한다. 소방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바쁜데 그 건물의 현황을 다시 한번 찾아볼 시간은 더군다나 없다. 상황요원도 빠른 시간에 화재 현장까지 소방차를 유도해야 한다. 그 짧고 급박한 시간에 소방대상물 현황에 대해 코멘트해 줄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짧게 이렇게만 무전할 것이다.


"화재 발생, 화재 발생, 000-000번지 육가공 공장에서 화재 발생!"


그러니 현장에 진입한 어린 대원들이 그 안에 그렇게 많은 양의 식용유가 쌓여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화재가 처음 시작된 3층 튀김기가 있는 층의 문을 열었을 때, 온도 제어장치가 고장 나 발화점을 넘어서 막 불이 붙고 있었던 식용유엔 '산소'라는 좋은 먹잇감이 들어온 것이다. 그와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며 건물이 무너지면서 고립되었던 소방관은 다시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순직한 것이다!


이렇게 다시 문경 육가공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이 순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안전 불감증에 걸린 공장 관계자와 미흡한 소방조직의 안전 시스템에 희생된 희생양이었다. 공장관계자들이 조금만 더 안전에 신경을 쓰고 평소에 안전시설과 소방시설을 잘 관리했더라면, 소방조직이 좀 더 체계적으로 화재현장을 장악하고 정보를 공유해서 효율적이고 안전한 화재진압작전을 펼쳤더라면 이제 막 피어나는 소방의 후배들을 이렇게 사지로 내몰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화재 예방을 생활화하고 소방조직도 좀 더 체계적으로 소방대상물과 화재 현장을 관리하여 이런 안타까운 소방관들의 희생이 점점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문경 화재 진압중 순직한 두 분의 젊은 소방관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경북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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