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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May 17. 2024

동물 구조(2)-뱀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56)

(사진 출처-티스토리 'AI가 알려주는 뱀')


저번 회차(동물구조(1)) 댓글에서 밝힌 대로 이번에는 뱀 구조 에피소드를 쓰려한다. 며칠 전에 석가탄신일도 지났으니 이번에는 절에서 잡은 뱀에 관한 에피소드다.


한 16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근무하던 'G' 119 안전센터 앞에 천마산이라는 산이 있었고 옥녀봉이라는 봉우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옥녀봉에 무슨 절이 있었는데 -절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초파일인 이맘때쯤 그 절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절 안에 뱀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 뱀이라뉘!...'


뱀이라곤 동물원과 백과사전에서만 봤던 나에게 뱀 구조 출동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그 당시 팀장님도 뱀은 처음이셨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셨다. 하지만 일단 신고가 들어왔으니 안 가볼 수는 없는 일, 소방차를 산아래 길가에 대놓고 산길을 한참을 올라가자 문제의(?) 그 절이 나타났다. 규모도 나름 커서 절 입구에서 대웅전까지도 좀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절 앞마당에 있던 보살님들이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무슨 해결사를 만난 것처럼 우리에게 뛰어와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저 안에 이따만한(?) 뱀이 있어요!"


그리고 양팔을 있는 대로 벌리는 것이 아닌가!, 약간(?)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주황색 제복을 입고 와서 민원인들에게 쫄아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었다. 별것 아니라는 듯, 그놈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이 가리킨 곳은 대웅전이라고 불리는 절 본체였다.


'감히 부처님이 좌정하신 데서 이 놈이 겁도 없이? 내 당장에 이 놈 모가지를...'


내가 먼저 서둘러 발을 옮기자 갑자기 내 팔을 붙잡는 사람이 있었다. 팀장님이셨다.


"이반장!, 흥분하지 말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장갑도 좀 끼고, 집게 하고 그물도 챙겨..."


아차차, 구조의 기본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뻔했다. 그렇게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포획장비를 휴대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후임인 박반장과 함께 대웅전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뱀이 있다고 가리킨 곳은 불상이 모셔진 정면에서 보면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벽장 안이었는데 좌우로 여는 미닫이 문이 여러 개 쭈욱 달려있었다. 평소에 그곳에 제사에 쓸 제기 같은 것을 보관하고 있는데 초파일이 다가와서 그걸 꺼내려다 보니 길고 누런 무언가(?)가 스윽~ 지나가더란다. 그들은 너무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 그 길로 119에 신고했다는 것이었다.


벽장문을 열고 보니 절에서 쓰는 제기 등이 있을 뿐 뱀은 보이지 않았다. 더 안으로 숨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두운 데다 좁아서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두운데 들어가다 물리면 어쩌라구?~- 그래서 우리는 작전을 짰다. 박반장이 벽장 오른쪽에서부터 소리 나게 제기를 꺼내며 뱀을 몰고, 난 맨 왼쪽에서 그물을 들고 뱀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뱀이 왼쪽 끝으로 도망쳐 오면 내가 그물로 그 녀석을 잡으면 게임 아웃인 작전이었다. 혹시 모르니 팀장님은 절 바깥에서 기다리면서 혹시나 뱀이 탈출(?)하면 밖에서 포획하기로 했다.


먼저 박반장에 맨 오른쪽을 벽장을 열었다. 소리 나게 제기들을 하나씩 꺼냈다. 그리고 그 다름 벽장... 이렇게 순서대로 차례차례 벽장을 뒤져나갔다. 박반장이 중간쯤 왔을 때였다. 내가 문을 열고 있는 왼쪽 마지막 벽장의 제기 사이로 뭔가 누런 것(?)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크기는 주먹만 했다. 난 본능적으로 그것이 뱀의 머리임을, 그리고 그놈이 나를 보자마자 다시 유턴해서 다시 벽장 속으로 기어들어갈 것을 알아챘다. 난 얼른 뱀의 모가지를 잡았다.


'물컹!'


처음 잡아본 뱀의 모가지는 정말 물컹했다. 혹시나 구조 장갑을 낀 내 손을 물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그런 걱정보다도 지금은 뱀을 잡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다행히(?) 그 구렁이는 내 손을 물지는 않았다. 하지만 굵기(?)가 있어 그런지 힘이 좋았다. 손 안 가득 들어오는 사이즈였다. 내 손 안에서 그놈이 버둥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목을 잡고 힘이 좋은 그놈을 겨우겨우 벽장에서 빼냈다. 빼내다가 잘못해서 놓치면 무슨 사달이 날지 알 수 없어 조심스럽게 천천히 빼냈다. 다 빼내고 나니 길이가 1.5~2미터는 되었던 것 같다. 요즘 보기 힘든 대형 구렁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아줌마, 아니 보살님들이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벽장에서 그렇게 나오지 않으려고 버티던 놈이 다 빼내고 나니 얼른 제 목을 쥐고 있는 내 오른팔로 옮겨와 칭칭 감는 게 아닌가? 이때 나는 갑자기 이런 커다란 구렁이들은 아나콘다처럼 다른 먹잇감들을 몸으로 감아서 질식시켜 죽인다는, 소방학교 동물구조 이론교육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생각났다.


"앗, 이반장님!"


구렁이가 내 팔을 감는 걸 보고 반대편에서 뱀을 몰던 박반장이 나에게로 달려와 구렁이를 떼 주려고 했다. 그래도 얼마나 힘이 좋은지 제대로 떼지지가 않았다. 이걸 그물망에 넣어야 하는데 내 팔을 감고 있으니 넣을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넣을 수는 있는데 그러려면 내 팔도 거기에 집어넣어야 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이 반장, 밖으로 나와! 밖으로 나와서 밖에 놔줘!"


밖에 있던 팀장님이 안에서의 사태(?)를 보시고 나에게 나오라고 소리치셨다. 난 구렁이의 머리를 쥐고 그놈의 몸에 팔을 감긴 채, 대웅전을 나왔다. 미끌거리는 머리가 언제라도 내 손에서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잡고 있어!"


우리는 최대한 절에서 멀리, 산 쪽으로 갔다. 어느 큰 나무 밑에서 나는 구렁이의 목을 꽉 잡고 있고 팀장님과 박반장은 힘을 합쳐 구렁이의 몸을 내 팔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팀장님은 말씀하셨다.


"자, 여기서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힘껏 구렁이를 멀리 던지는 거야, 알았지?"


우리 셋은 팀장님의 구령에 맞춰 하나, 둘, 셋에서 구렁이를 힘껏 함께 던졌다. 구렁이는 커다란 나무에 툭! 하고 부딪히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이 잠시 우리를 슬쩍 한번 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스르르 나무 뒤로 사라져 버렸다.


"휴우, 살았다."


팀장님의 긴 한숨이 들려왔다. 내 뒤통수에선 식은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물론 구렁이는 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게 구렁인지 독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독사는 머리가 삼각형이라는 얘기도 듣긴 했지만 내가 꽉 쥐고 있던 그놈 머리가 삼각형인지 사각형(?)인지 자세히 볼 여유도 없었다. 그놈이 버둥거리며 팔을 조여오는데 그럴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별 사고 없이 그놈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고 나니 긴장이 탁 풀려 버렸다. 그런데 그때 절에 있던 그 아줌마, 아니 보살님들이 이 쪽으로 슬슬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뱀이 있을 때는 겁이 나서 이쪽으로 오지도 못하더니 이제 뱀이 간 걸 알았는지 이쪽으로 슬슬 걸어오는 것이었다.


"뱀은 놔줬어요?"


"네, 뭐..."


우린 이런 건 별일 아니란 듯, 옷을 툭툭 털고 포획도구들을 챙겼다.


"그런데 그 뱀 꽤 크던데, 어떻게 잡았어요?"


"그래 말이야, 아까 119 아저씨 팔을 그 뱀이 칭칭 감았을 땐 정말 섬찟했어요, 아저씨 팔에 힘이 빠져서 뱀을 놓치면 어쩌나 하고..."


그 보살님들은 우리가 맨손으로 뱀을 잡은 게 신기했는지 연신 떠들어댔다.


"뭐 괜찮습니다. 이보다 더 큰 뱀도 잡아봤는걸요, 이정돈 껌(?)이에요."


'으~응?'


우린 깜짝 놀랐다. 센터에서 과묵하기로 소문난 팀장님이 이런 허세(?)를 부리다니... 내가 알기에도 그 팀장님은 주로 내근에 계셔서 뱀 같은(?) 건 직접 잡아본 적도 없을 텐데...


그때부터 산길로 소방차까지 내려가는 내내 팀장님과 보살님들과의 하하 호호 수다는 계속되었다. 팀장님은 자신의 남성미를 잔뜩 과시하면서 순식간에 베테랑 소방관이 되었고 보살님들은 그런 팀장님의 얘기에 연신 놀라며 탄성을 질렀다. 소방차에 올라타면서 팀장님은 그 보살님들에게 말했다.


"언제라도 그놈이 절 주위에 얼쩡(?) 거리는 걸 보면은 언제라도 신고해 주십시오, 우리가 와서 제대로 포획해 갈 테니...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안 남아서 차마 생명을 건드릴 수는 없어서 산에 놔준 거니까요, 담에 오면 그놈 국물(?)도 없습니다."


"아하하하~저희는 그럼 팀장님만 믿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보살님들의 애교(?) 넘치는 배웅을 뒤로하고 달리는 소방차에서 팀장님은 햇살에 받아 그런지 불그레(?)해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우리 119는 시민들에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암!"


다행히(?)도 그 뒤로 그 절에서 두 번 다시 뱀이 출몰했다는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팀장님은 그 사건 이후로 현장 출동부서가 자기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내근직으로 자리를 옮겨 버렸다. 그리고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지만 나도 그 후로 16년 동안 현장 출동부서에서 일하면서도 그렇게 큰 뱀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다시 그런 뱀을 만나게 된다면?~아~생각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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