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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불이 난다면?(4)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74)

by 소방관아빠 무스

(사진-부산소방본부 제공)


https://www.youtube.com/live/VxelFr1Z7vM?si=viu5jrNoE5QGlrcJ


며칠 전 새벽,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10살, 7살 자매가 차례로 숨졌다. 그날 새벽 4시 15분쯤, 부모는 청소일을 하러 간 사이,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은 삽시간에 난 불에 어떻게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침대와 바닥에서 자다 변을 당한 것이었다. 청소일을 하러 애들만 남겨두고 집을 나갔던 부모는 아마도 망연자실해서 아이들을 부검도 하지 않고 장기기증을 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며 가슴에 묻었을 것이다. 그런데 화재 감식 결과 화재의 원인은 컴퓨터 등 여러 플러그가 꽂혀있었던 콘센트에서 최초 발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 역시도 세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가슴 아픈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어제였다. 퇴근을 하고 와서 점심을 챙겨 먹고 모자란 잠을 보충하느라 자고 있었는데 어디서 왱왱거리는 사이렌이 울리는 것이 아닌가? 사설 구급차가 차가 막혀서 이렇게 울려대나 하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첫째가 집에 와 있었다. 첫째에게 오늘 왜 이리 일찍 왔냐고 했더니 오늘 이웃 아파트에 불이 났는데 그 아파트가 마침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라서 그 친구가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어서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불이 난 층은 3층, 친구가 사는 층은 12층)


자세히 물어보니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H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며칠 전 화재가 났던 그 집은 4층이었는데 그 H아파트는 3층에서 불이 났던 것이다. 거기다 화재 원인도 앞서 그 화재와 비슷하게 콘센트에 전자기기 배터리를 충전하다가 일어난 화재라고 했다.


"응? 또 전기적 요인이라고?"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서 부쩍 전기적 요인, 특히나 콘센트에서 일어나는 화재가 많은 것 같다. 지난겨울에는 우리 관내인 Y구청 당직실 콘센트에서 발화가 일어났다. 그때 나도 출동했었는데 여직원 당직실에 전기매트를 꽂아 놓은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었던 것이다. 다행히 남자직원들이 있어 차단기도 내리고 콘센트를 뽑아버려 큰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그 콘센트에서 일어난 불꽃이 담요와 이불로 가득 차 있던 당직실 침대로 옮겨 붙었더라면 어쩔 뻔했나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이었다.


그리고 한 달 전쯤에는 우리 안전센터에서 약 50미터 정도 떨어진 카페에서 또 콘센트 발화가 일어났었다. 막 문을 연 오픈시간쯤이었는데 우리가 출동해 보니 커피를 만드는 조리대 바로 밑에 있는 콘센트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오픈시간이라 커피 기계들을 이것저것 연결하고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콘센트 용량을 초과하여 많은 플러그들이 이것저것 연결돼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바로 차단기를 내리고 코드를 뽑아 안전조치를 했다. 조금이라도 신고가 늦었거나 안전조치가 늦었더라면 카페 전체를 태우고 이웃건물로 옮겨 붙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카페 여사장에게 이런 콘센트 화재의 심각성을 알리고 콘센트 용량을 초과하는 문어발식 사용을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 후 철수했었다.


지난가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가 근무하는 부산 Y구에는 바다 풍경이 좋아 에어비앤비로 등록하고 손님을 받는 숙박업소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였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범인은 역시나 콘센트 과열이었다. 옥상에 텐트를 쳐놓고 그 조명기구와 조리기구들과 난방기구들을 모두 문어발식으로 1층에 있는 콘센트에 연결해 놓았으니 어찌 불이 안 나고 배기겠는가? 더욱이 그 불은 옆에 있는 커튼을 그을리고 있었는데 조금만 늦었더라면 커튼을 타고 올라가 천정으로 옮겨 붙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도 거기 여사장님도 이런 화재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렇듯 전기적 요인의 화재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점점 이상 기후로 에어컨과 히터등, 냉난방기의 사용시간은 증가할 것이고 휴대폰이나 노트북, 무선이어폰, 킥보드, 전기자전거등 전기제품 배터리의 충전시간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전기화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그럼 일단 먼저 멀티탭 콘센트를 살펴보자.


KakaoTalk_20250627_161507205_02.jpg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멀티탭(앞면))


일단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멀티탭을 찍어봤다. 위에 보면 주황색의 전원차단버튼이 있다. 한 번에 많은 콘센트를 사용하지 말고 콘센트 구멍이 세 개라면 한두 개 정도는 비워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쓰지 않을 때는 저 전원차단버튼을 누르거나 아예 플러그를 빼놓는 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콘센트엔 커버를 씌워놓았는데 저렇게 하면 어린애가 있는 집에서 아이가 젓가락등 이물질은 넣을 염려도 없고 -만약 그렇게 되면 아이가 감전된다- 화재 원인의 한 가지인 콘센트에 먼지가 쌓이는 것도 방지할 수가 있다.


KakaoTalk_20250627_161507205_01.jpg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멀티탭(후면))


그리고 후면을 살펴보면 뭐, 글자가 많은데 왼쪽의 검은 글자를 보면 1. 각 콘센트당 1000W를 초과하지 말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2. AC 260V 16A 정격용량을 준수하고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을 반드시 확인하여 총합계 2800W를 초과하지 말라고 되어있다. 그렇다!, 이렇게 콘센트당 꽃을 수 있는 전력용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걸 무시하고 문어발식으로 용량을 초과하는 플러그들을 무작빼기(?)로 꽂아놓으니 화재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조그만 글자를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가전제품의 용량을 다 계산해서 플러그를 꽂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앞에서 콘센트가 3개면 2개 정도만 꽂고 그마저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플러그를 빼든지, 전원차단장치를 눌러 안쓸 땐 전원을 차단해 놓으라는 것이다.


그럼 또 읽어보자, 뭐라고 되어있는지? 3. 누전차단기가 설치된 곳에서 사용하고 습기 및 먼지가 많은 곳이나 옥외에선 사용하지 마라고 되어있다. 이렇게 많은 플러그를 꽂아 정격용량을 넘어가거나 습기나 먼지등이 청소되지 않으면 누전이 되고 이것이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 누전 차단기란 이렇게 누전이 되면 스스로 전기가 차단이 되는 장치인데 보통 '두꺼비집'이라고도 한다. 보통 아파트라면 출입문 신발 갈아신는 곳 위쪽에 설치되어 있다. 누전이 되면 전력을 스스로 차단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 설치된 곳에서만 사용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습기나 먼지가 있으면 누전이 되거나 누전이 되었을 때 화재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런 장소를 피하고 빗물이 직접 닿을 수 있는 옥외에서는 사용하지 마란 얘기다.


그리고 4. 플러그가 콘센트 바닥에 완전히 밀착되도록 꼭 끼우라는 얘기고(플러그를 어설프게 끼우면 누전이 되면서 콘센트를 태울 수 있다.) 5. 전기날로, 밥솥, 인덕션, 에어컨, 커피포트, 드라이기, 세탁물 건조기등 용량이 큰 전열기구는 벽에 부착된 용량이 큰 콘센트에 하나씩 직접 끼우라는 얘기다.


이렇게 당연한 소릴 당연하게 해 놓았다. 그런데 우린 이런 당연한 소릴 한 번이나 확인했던가? 그저 콘센트가 있으니 플러그를 끼우고 멀티탭에도 문어발식으로 용량을 초과해서 사용한 적은 없었을까? 그런 안전불감증이 화재를 부른 것이고 앞으로도 부를 것이다. 뭐든 한번 사용하게 되면 사용설명서를 읽어보면서 이런 간단한 멀티탭 콘센트의 주의사항은 왜 아무도 안 읽어보는 것일까? 그런 것들이 우리 집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 관계되는데도 말이다.


우리 모두가 정격 용량을 하나하나 계산해서 거기에 맞게 플러그를 끼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자, 콘센트를 자주 청소하고 콘센트 구멍이 3개라면 1,2개만 끼우고 하나정도는 남겨둔다는 것, 그리고 용량이 큰 에어컨이나 히터등의 전열기구는 벽에 달린 콘센트에 하나씩만 끼우자는 것이다. 그런 간단한 주의사항을 지킴으로서 우리는 화재 없는 안전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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