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방관아빠 무스 Mar 07. 2022

슬기로운 재택치료 생활(with. 오미크론)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19)

   3월 1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 밤 우리부부는 자정이 되면 드디어 격리 해제, 재택치료에서 벗어나게 된다. 3월 2일에는 막둥이가, 그리고 어제는 첫째가 각각 격리 해제되었다. 둘째는 계속 음성반응이 나왔으므로 우리 가족은 월요일 아침이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 부부는 각자 직장에 출근하게 되고 막둥이는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은 각자 자기 학교로 복귀하게 된다. 정말 내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을 고난의 일주일이었다. 목은 아프고 밖에 나가지 못하는 갑갑함에다 막둥이도 케어해야 하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둘째도 신경 써야 하고, 여러 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무사히 격리 해제되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니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 자가격리니, 재택치료니 하는 말들이 낯선 사람들을 위해 우리 가족이 겪은 재택치료 기간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지 생각해서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1. PCR 검사를 받고 오면서 목이 아프다면 마트에 들러 7일간 일용할 양식을 사야 한다.

   물론 자기만 그렇고 나머지 가족들은 괜찮다면 그럴 필요가 없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 확진이 되고 그에 따라 가족들이 다 같이 선별 진료소로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오면서 그렇다면 그럴 필요가 있다. 가족 전체가 확진이 되면 식량(전투?) 문제가 제일 급선무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배달음식 시켜먹으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7일이면 모두 21끼가 되고 거기에 식구수대로 곱하기 n명을 해야 한다. 배달음식도 하루 이틀이지, 그 많은 끼니를 배달음식으로만 때우려면 건강상, 재정상 가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집사람의 촉 때문에 식량 걱정은 덜었다. 그녀가 PCR 검사를 하고 오면서 느낌이 싸(?)해서 이것저것 집어온 마트의 식자재들은 우리 가족이 일주일을 버티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2. 비대면 진료를 할 때 자기의 증상을 너무 과장하거나 축소해서는 안된다.

   일단 PCR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진이 되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 및 문자가 온다. 아픈 증상이 있으면 비대면 진료를 받으라고 거주지에서 갈 수 있는 가까운 병원 명단을 문자로 주는데 그중에서 한 군데에 전화를 해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비대면으로 하기 때문에(보통 음성전화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환자의 말에 100% 의존하게 되는데 -그분들도 요즘 매우 바쁘기 때문에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는다. 환자가 말하면 그대로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환자는 자기 주관에 따라 증세를 과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것이다.(그냥 인후통이 있는 정도를 호흡곤란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그래서 그 환자의 증세보다 아주 쎈 약이나 너무 약한 약을 처방해 줄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약을 먹고 보는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증세를 잘 체크해서 의사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3.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을 몇 군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처음 전화가 온 담당 공무원은 비대면 진료를 하고 나서 약은 약국에 가서 찾아오면 된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확진이 돼서 아무도 약국에 갈 수 없으면 퀵서비스를 해준다는 것이었다.(대신에 퀵서비스 비용은 우리가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잘 다니는 동네 이비인후과에 전화를 걸었더니 거기서는 약간 말이 달랐다. 누구든 보호자나 지인이 와야 하고 그 사람이 확진된 사람의 인적사항으로 접수를 하고 순서를 기다렸다가 의사를 만나 자신의 휴대폰으로 확진자와 통화를 해서 비대면 진료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낼 수 있는 보호자는 유일하게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들어가기 전인 둘째뿐이었다. 안 그래도 다른 가족들 때문에 몇 시간이나 PCR 검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둘째를 다시 병원에 보내 순서를 기다리게 하고 의사를 만나 비대면 진료를 중개(?)하고 다시 약국에서 약을 찾아오도록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전화를 듣고 있던 와이프가 '어? 막둥이 할 때는 그렇게 안 했는데?'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얘기를 들어보니 막둥이가 비대면 진료한 아동 전문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직접 갈 필요 없이 병원에 전화해서 바로 의사와 비대면 진료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전화해서 성인도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집사람 말대로 거기는 보호자가 올 필요 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음성인 둘째를 병원에 보내지 않고 비대면 진료를 마칠 수가 있었다. 비대면 진료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병원마다 약간씩 다르니 이왕이면 보호자나 지인이 직접 가지 않고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서 거기서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집 근처 가까이 사는 지인을 한 명쯤 섭외(?)해 둔다.(인맥관리의 중요성!)

   그렇게 비대면 진료까지는 무사히 마쳤는데 또 한 가지의 문제가 생겼다. 그 아동 전문병원이 집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것이다. 둘째를 보내면 되겠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춘기 초입에다 아직 우리 집에서 코로나에 안 걸린 유일한 둘째를 우릴 위해서 이리저리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담당공무원이 말한 대로 약국에 전화를 걸어 퀵으로 배달을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약사는 안내받은 말과는 달리 퀵은 우리가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퀵서비스 배달업체의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거기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거기서는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듣자마자 '약 배달은 안 한다'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단호하게 말했기 때문에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일단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약국에서 투약방법이라든지 그런 걸 알려주는데 그걸 외우고 와서 전달해 주려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로워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도 곤란한 부분이 있다. 물론 내 추측이다.) 일단 담당공무원의 말이 최소 2가지는 틀린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다시 전화를 걸어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자체 해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일단 주위에 있는 지인을 하나 떠올렸다. 다행히 같은 소방서 동료가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근무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지금 퇴근해서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약을 좀 받아다 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와이프가 다음 달이 산달이라서 좀 조심스러웠는데 그래도 한 번에 그러겠다고 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오면 문 앞에 놔두고 가라고 했고 감사의 표시로 카* 선물하기에서 출산용품을 하나 선물했다. 철저하게 비접촉을 유지한 채 인맥 가동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한 번으로 끝났지만 7일 동안이나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면 지인 찬스를 쓸 타이밍이 많을 것이다. 일단 약국 한번(혹은 두 번), 마트 한두 번 정도는 지인 찬스를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부를 지인이 아무도 없다면 대략 난감이다. 그러니 평소에 인맥관리를 잘해놓고(특히 근처에 사는 인맥) 상부상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평소 연락이 뜸한 지인에게는 sns에 확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끙끙 앓는(?)' 사진을 하나 올려보는 것도 괜찮다. 생각지 않은 지원물품? 이 답지할런지 모른다. 요즘은 직접 오지 않아도 자기의 진심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이 기회에 나의 인맥을 점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대로 그가 걸릴 때 얼마든지 보답할 기회가 남아있다.


   5. 집안일을 어느 정도 나누고 서로의 영역을 정한다.

   7일이란 기간은 어찌 보면 상당히 긴 기간이다. 평소에는 각자 직장이나 학교에 갔다 와서 저녁시간에 같이 모여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자기 방에서 잠을 자지만 재택치료 기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24시간 붙어있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가지 못하는 스트레스에다 서로 간에 불만이 쌓이면 정말 피곤한 일주일이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아무래도 집안일을 어떻게 하냐에 달려있는 듯하다. 남편과 아이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주부 혼자서 삼시세끼를 차리고 청소도 해가면서 방역과 아기 돌봄을 전담한다면 누구라도 입이 튀어나올 만하다. 그리고 주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도 모든 가족으로 전염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각자 자기의 방에서 자방 격리(아이들은 각자의 방, 엄마와 막둥이는 안방, 난 거실)를 하면서 되도록이면 나오지 않았다.(자기 방의 청소와 방역은 그 방주인이 책임지는 걸루~)그리고 식사는 아침은 간단하게 밥과 밑반찬, 달걀프라이 정도로 큰 접시에 담아 각자의 방으로 배달했다. 그리고 점심은 라면이나 자장면 등 즉석식품을 애용했다. 저녁은 와이프가 메인 요리를 만들거나 배달음식으로 때웠다.(대신 설겆이는 모두 내가 했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도 다섯 명(?)의 취향이 너무나 독특해서 한 번에 맞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그럴 땐 배달비가 좀 들더라도 두 곳에서 시키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배달비 몇천 원에 가정의 평화가 지켜진다면 그 정도는 싼 것이 아닐까?~ㅠㅠ) 막둥이는 딱히 누가 본다고 정하질 않았고 기저귀를 갈고 엉덩이를 씻기고 배변처리를 하는 것은 내가,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은 와이프로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막둥이가 거실에서 놀면 내가, 안방으로 들어가면 아내가 케어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그러다 보니 막둥이는 낮엔 거실에서 나와 놀다가 밤이 되면 안방으로 들어가서 엄마와 자는 루틴을 가지게 되었다.


(그 와중에서도 전반적인 방역에 신경써야 한다, 가족간 교차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 물을 많이 마시고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오미크론의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인후통'이다. 다른 사람들은 '목이 아프다'든가 '목이 타들어간다'라는 표현을 쓰던데 나는 목이 '간질간질'했다.(왜 그런지는 아직도 알 수 없음~^^;;) 그리고 가래와 콧물이 심했는데 간질간질한 목에 가래가 껴서 그걸 뱉어내려고 자연스럽게 잔기침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검사한 날과 확진된 날은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배도라지 1팩+양파즙 1팩(소방관 생활을 하다 보니 목이 안 좋은 날이 많았고 그래서 그런 날은 이렇게 먹곤 했다. 그래서 집에는 이것들을 박스채로 보관하고 있었다.)을 한 컵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1분을 돌려서 데워먹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목이 좀 편해졌다. 그리고 사흘째부터는 비대면 진료로 처방한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내가 가래가 많이 나온다고 너무 적극적으로 표현해서 그런지 진해거담제를 많이 처방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가래는 없어졌는데 목이 전반적으로 너무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따뜻한 물을 옆에 두고 수시로 마셨다. 그리고 짜 먹는 스틱형 진해거담제는 빼고 먹었다. 밤에 잠을 잘 때도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안 그래도 건조한 목이 더 건조해져 기침이 나오면서 잠을 깨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가습기를 틀어놓고 따뜻한 물 한 컵을 옆에 놓고 잤다. 잘 때는 너무 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낮아도 안된다. 내 경우에는 실내온도 26도를 맞춰놓고 자니 적당한 것 같았다.(난 거실에서 잔 것을 참조)


(좌:내 오미크론 특효약인 양파즙+배도라지-동네 중탕원에서도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맛도 괜찮다, 우:내가 남긴 진해거담제 3포)


   7.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고(할많하않?) 침묵을 금으로 생각하자.

   7일간이나 같이 붙어 있다 보면(특히 부부는~ㅠㅠ) 많은 말을 하게 되지만 신혼부부나 평소 아주 사이가 좋았던 부부가 아니라면 말을 아끼고 침묵을 유지하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아내가 자기에게 집중된 육아 및 가사 스트레스로 컨디션을 별로라면 더욱 그렇다. 생각지도 않은 말에 상대방은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집안에 갇혀있는 상황과 결합해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평소 일상생활을 영위할 때는 아침에 들었던 기분 나빴던 말도 하루 종일 직장이나 학교에서 다른 일들과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잊게 되기도 하고 힐링이 되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가족들과 같이 있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침에 그 말을 해서 미웠던 남편, 혹은 아내가 저녁에도 계속 미워보이는 것이다. 그 상태로 일주일 내내 갈 수도 있다. 그러면 재택치료의 일주일은 비극이 된다. 24시간 계속 같이 붙어 있다 보면 뜬금없이 사과할 타이밍을 잡기도 힘들다. 그러니 코로나에 걸린 남편과 아내들이여!~ 재택치료 기간에 몸과 마음을 모두 다 힐링하고 싶다면 말을 아끼자,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누군가의 말대로 침묵은 금일지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