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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Jan 31. 202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17)

   새해가 밝았다, 구정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헷갈리는 것이 하나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라고 한껏 기분을 내고 새해를 맞이했는데 한 두 달 있다가 다시 지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를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정과 신정, 동양과 서양, 해와 달의 세계를 모두 섬겨야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 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새해를 두 번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나쁜 것보단 좋은 것이 더 많다. 작심삼일로 돌아갈 뻔한 한 해의 결심을 다시 다 잡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새해인사를 핑계 삼아 안부를 또 한번 전할 수도 있고, 신정 아침엔 해맞이로, 구정 아침엔 차례로 뭔가 이벤트를 할 수 있어서 좋다-시월드에서 찌짐 뒤집는 주부들이 들으면 속 뒤집어지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겠지~^^;;-


   어쨌거나 다시 새해가 밝았다. 다시 4계절을, 12달을, 52.142주를, 365번의 밤과 낮을, 8,760시간을, 525,600분을, 31,536,000초를 우리에게 주신 절대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대단한 선물을 받을 정도로 지금까지 내가 이 시간들을 귀하게 살아왔는지, 혹은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는 오늘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그토록 염원했던 하루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받은 오늘이, 일 년이 너무나 귀하고 감사해서 누군가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어 진다. 나도 절대자에게 축복과도 같은 1년을 선물 받았으니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축복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옛사람들은 생각한 것이 아닐까?


  내가 처음으로 세배를 배우던 그날이 생각난다. 대여섯 살 즈음에 다니던 탁아소에서 선생님이 대충? 가르쳐 주셨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제대로 배웠다. 하기야 탁아소 선생님께서 그 많은 아이들 하나하나 동작을 바로잡아 주시기엔 무리였을 테니, 그저 손을 이마에 올리고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넙죽 엎드리는 것만으로 단체 세배를 한번 시연하고 유치원을 나왔었다. 하지만 집에 가서 제대로 배운 엄마표 세배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손을 올린 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여자는 쪼그려 앉아서 세배를 해야 했던 것이다. 우리 집은 1남 1녀(나와 한 살 터울 누나)였기 때문에 엄마는 남녀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자못 진지하게 세배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치셨다. 명절이 되면 만날 시어른들께 책을 잡히고 싶지 않으셨던 것일까? 장난기 어린 나의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엄마의 세배 교육은 엄격하고 매서웠다. 세배를 배우고 나서 누구에게 처음 세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세배를 못한다고 꾸중들은 기억은 없는 걸로 봐서 그날의 특훈? 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 틀림없다.


   우리 막둥이가 며칠 전에 어린이집에서 세배를 배워왔다. 이제 겨우 22개월밖에 안된 그 귀염둥이가 말이다. 제대로 배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면 꽤 그럴싸하다.


조신하게? 새해 인사를 전하는 우리 막내~^^


1-왼쪽 아래: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2-오른쪽 위:무릎을 살며시 꿇고~

3-왼쪽 위:고개를 숙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오른쪽 아래:저한테 뭐 주실 거 없으세요?~ㅎ(완벽하다 완벽해~^^)


   요즘은 사실 세배 가지고 트집 잡는 어른은 없을 듯하다. 어떻게 하든-설사 개구리처럼 점프를 해서 땅에 머릴 박는다 하더라도- 세배를 했다는 사실 하나로 껄껄 웃으며 지갑을 열 것이다. 하기야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모두들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세배는 건성이고 세뱃돈 받을 생각만 하니 말이다.-아니, 세배를 하는 문화 자체가 사라져 가고 있다. 아이들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어른들도 받을 생각을 안 한다.(세배를 제대로 할라치면 두 손을 휘젓는다. 노땅처럼 보일거라고 생각해서 그럴까?) 하지만 그런 좋은 미풍양속은 명절 때만이라도 지켜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설빔을 입고 집집마다 세배를 가고 세뱃돈을 받아서 사촌들이랑 이것저것 사 먹고 놀던 그때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여기서 Bonus, 세배가 끝나고 떡국도 다 먹고 나면 구정에는 빠질 수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윷놀이였다. 요즘 윷가락은 크게 나오는 게 유행인지 어린이집에서도 커다란 윷을 가지고 막둥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윷놀이 시연하는 우리 막내-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이제 좀 순서가 맞네~^^)


1-왼쪽 위:저랑 한 윷가락 하실래예?

2-오른쪽 위:이게 걸이라는 겁니다.~ㅋ

3-왼쪽 아래:이거만 이렇게 하나 나오면 빽도라는 겁니다, 빽도!

4.-오른쪽 아래:하지만 모니모니해도 윷놀이는 모죠~모!~^^


여러분, 올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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