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방관아빠 무스 Jul 22. 2022

켄타우루스 변이와 슈퍼면역자(feat. 이기적 유전자)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24)

(사진 출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루스와 이를 제어하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산드로 보티첼리-1480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요즘 켄타우르스 변이(BA.2.75)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BA5(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와 BA2(스텔스오미크론)가 그리스 신화의 나오는 반인반수처럼 절묘하게 뒤섞였다고 해서 한 트위터리언(트위터를 하는 사람)이 이름 붙인 이 변이 바이러스는 그 이름만큼이나 빠른 전파력으로 세계인들에게 또다시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 -기존 오미크론 바이러스보다 전파속도가 3.24배 빠른 것으로 알려짐- 한국에서도 이 바이러스에 1명이 확진되었고(인천, 60대)  그는 해외에 갔다 온 이력이 없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가 지 역사회에 이미 퍼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어제 충북에서 또 한 명이 확진됨에 따라 켄타우르스 변이에 걸린 사람은 총 2명이다.(07.21 기준)더구나 2022. 07. 21 0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는 76.402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두배 늘어난 '더블링'에 돌입했다. 이대로 가다간 올 하반기에 재유행이 나타나고 수십만 명까지 하루 확진자가 늘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 집 얘기를 해 보면(좀 뜬금없나?~), 나는 집사람과 함께 세 딸을 키우고 있다. 우리 가족은 지난 4월에 코로나 패밀리데믹(켄타우루스 변이가 개인이 만든 신조어라 해서 나도 한번 만들어 봄, 코로나가 가족 전체에 퍼지는 것을 의미)을 한번 거쳤다. 먼저 세 살짜리 막둥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인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됐고 며칠 후엔 나와 집사람이 한날한시에(?) 확진이 되었고 그다음 날 고등학교 1학년인 첫째가 확진되었다. 그렇다면 둘째는? 


   그렇다!, 그 패밀리데믹의 와중에서도 중학교 1학년인 둘째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 꿋꿋이 버틴 것이다! 심지어 처음에 코로나에 걸린 막내와 놀아준다고 가장 많이 접촉한 사람도 둘째였다. 그리고 막내의 주요 활동무대인 거실과 가장 가까이에 둘째의 방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코로나의 걸리지 않은 둘째는 자신이 소위 말하는 '슈퍼 면역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따위는 무섭지 않다며 바이러스가 자신을 피해 간다고까지 큰소리를 쳤다. 흐음~ 이쯤 되면 아빠인 내가 둘째의 성향과 특징을 파악해서 그 애가 정말 슈퍼 면역자인지, 그리고 만약 슈퍼면역자라면 그 슈퍼 면역자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분석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여기에 지난 14년간 둘째를 살펴보고 분석한 '슈퍼면역자의 특징'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슈퍼 면역자라고 큰소리치는 둘째의 특징


1. 좋게 말하면 지극히 개인적이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그래서 용돈을 받으면 며칠 사이에 친구들과 놀러 가서 다 써버리는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는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도 자기 방에서 각종 디지털 기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니 지극히 당연하게도 확진자와 접촉할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에 가지 않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하지만 둘째도 세상을 살아가려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야 한다. 더구나 지난 4월의 패밀리데믹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코로나 19에 감염되지 않았었나?, 그런 패밀리데믹을 피해갈 수 있었던 그녀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2. 자기 고집이 있다.

   코로나 시국이 길어짐에 따라 우리 가족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횟수가 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듯한데, 그럴 때마다 메뉴 선정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들어간다. 그런 와중에서도 끝까지 자기의 고집(좋게 말하면 자기의 개성)을 지키려는 사람이 바로 둘째다. 뭐, 대충 아무거나~를 외치는 나와는 달리 둘째는 항상 자기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가 있다. 그리고 그 메뉴를 관철시키기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웬만해선 엄마, 언니에게도 자기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를 양보하기 싫은 것이다. 그러니 코로나 패밀리데믹에서도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은 물론 자기 수저를 철저히 챙기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 '나 홀로 전략'을 고집스럽게 지켜갔던 것이다. 


삿포로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의 첫째와 신종플루에 걸렸던 둘째~


3. 신종플루에 걸린 적이 있다.

   2017년 초에 가족여행으로 일본 삿포로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일본 가는 당일날 아침에 둘째-그땐 초등학교 2학년쯤 됐겠다.-가 열이 심하게 났었다. 공항으로 가던 차를 돌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비행기 표도 다 예약해 놨는데 못 가면 어쩌나 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의사가 와서 말하길 신종플루인 것 같긴 하지만 해열제를 먹이니 다행히 열이 떨어져서 가도 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비행기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다.-그런데 일본에 가자마자 둘째의 열은 떨어지고 여행 내내 눈밭에서 실컷 놀았으니 이것이 정말 이기적 유전자일까?, 아니, 이기적 유전자를 차치하고라도 2017년에 걸렸던 신종플루로 둘째의 몸속에 있는 어떤 면역작용이 활성화되어서 이번 코로나 19를 그냥 넘어간 것은 아닐까?



(좌-1976년작 이기적 유전자, 우-저자 리처드 도킨스)


3. 나쁘게 말하면 약간 이기적이다.(혹시 나 떨고 있니?~^^;;)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모두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면 둘째는 그런 기계의 임무를 아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자기 방에 있을 때 누군가가 문을 열면 되게 싫어한다.-이건 그냥 사춘기의 전형적인 특징일 뿐일까?~ㅎ-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지키려는 이기전 유전자가 발현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뭐 하나 시키려고 해도 '심부름 값은 얼마?'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둘쨰가 이글을 보고 있을 지도 모르니~ 이건 뭐 이쯤 해 두자~ㅠㅠ;;


4.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날씬하다.

   아빠, 엄마가 결코 날씬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아이답지 않게 둘째는 날씬하다. 누가 보면 (엄마)다리 밑에서 줏어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믿을 수 없이 날씬하다. 그도 그럴 것이 둘째는 자기가 딱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숟가락을 놓아버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옆에서 누가 이것 맛있으니 더 먹어보라고 해도,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라고 해도 둘째는 가차 없이 식사를 끝낸다.-이것은 자기 고집이 있다는 2번째 항목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그러니 살이 안 찔 수밖에... 그런데 반해 다른 우리 가족은 오늘부터 다이어트하려고 했는데 이게 너무 맛있으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둘째는 어쩌면 우리 가족과는 다른(?) 유전자 한쌍을 지닌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이 체형에 관한 유전자인지, 고집에 관한 유전자인지, 아니면 식욕에 관한 유전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코로나 19를 피해 가는 데 유리한 유전자임에는 틀림없다. 


5. 추위와 더위에 강하다.

   무슨 자동차 광고(?)에 어울릴 법한 말인데 사실 그렇다. 며칠 전, 아주 더운 날이었는데 자기 방에서 문을 꼭 닫고 쥐 죽은 듯이 있길래 내가 문을 슬쩍 열어보니-도 없이~- 둘째는 선풍기만 틀어놓고 창문은 꼭꼭 닫은 채, 침대 위에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었다. 덥지 않냐고 물어보니 '괜찮은데요?~'라는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겨울에도 추워하는 둘째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보통 일반인들이 생각하기로 뚱뚱한 사람이 더위를 많이 타고 날씬한 사람들이 추위를 많이 탄다고 생각하는데 둘째는 날씬하면서도 추위를 안 탄다.-이것이 진정한 슈퍼 면역자의 이기적 유전자?- 물론 그러다 보니 감기에 잘 안 걸린다. 첫째는 어릴 때 감기로 자주 병원에 데리고 간 기억이 난다. 물론 둘째도 첫째에게 감염되어 연달아, 혹은 같이 데리고 갈 때도 있었지만 첫째처럼 자주 데리고 가거나 링거를 맞히진 않은 것 같다.-물론 막둥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콧물이 흘러 병원에 가야 한다~ㅠㅠ-  둘째는 감기 바이러스를 피해 가거나 걸리더라도 가볍게 넘어가는 어떤 항체를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건 아닐까?




   이상으로 코로나 19에 대한 슈퍼 면역자라고 큰소리치는 둘째를 아빠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그게 진짜인지는 올해 말까지 둘째가 코로나에 안 걸린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둘째가 진짜로 슈퍼 면역자라면 슈퍼 면역자의 특징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고집이 있어 코로나 19에 따른 방역수칙이나 생활습관을 철저히 지키고, 소식으로 건강체중을 유지하고, 자기몸에 가지고 있는 면역체계가 다른 사람들보다 변이 바이러스에 뛰어나며, 태어나면서부터 새겨져 있는 이기적 유전자가 코로나19 기타 재난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애초에 일반 사람들은 넘볼 수 없는 '금사빠'를 두르고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확보된 형질이 발현한 것인지는 그녀를 낳은 - 물론 직접 낳지는 않았다 -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금사빠를 두르고 태어난 둘째가 이런 이기적 유전자(?)를 잘 보존해서 앞으로도 그녀의 고유한 유전자를 대대손손 잘 퍼뜨렸으면 좋겠다.(이건 어쩌면 아빠의 이기심?~ㅋ) -그럼 첫째나 셋째는 어쩌냐구?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어떤 영역에서 고유한 슈퍼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테니 그 슈퍼 유전자를 발현시켜 세상을 잘 살아가고 또 후세에 전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결론은 세상 쿨한 아빠 인증?~ㅋ




세상의 모든 평범인들이여~ 슈퍼면역자를 너무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 영역에서 자기가 가진 수퍼 유전자 잘 발현하고 이어가자, 그리고 슈퍼면역자의 생활태도를 벤치마킹하자, 그러면 코로나를 피해가면서도 자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이 올 테니...

이전 09화 슬기로운 재택치료 생활(with. 오미크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