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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ug 23. 2018

폭식증 및 습관성 과식증을 극복하는 세 가지 방법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방법들 

먹고 토하고 다시 먹고 토하고, 혹은 위가 찢어질 듯 아플 때까지 먹고 소화제를 먹고 또다시 먹는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폭식증습관성 과식증이다.


나는 둘 다 겪었다. 폭식증과 습관성 과식증의 차이는 먹고 나서 토를 하는지의 여부에 있다. 예전에는 실컷 먹고 나서 물이 목구멍까지 찬 것이 느껴지도록 생수를 들이켜고 화장실로 가서 토를 했다. 몸과 정신이 망가졌다. 폭식증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어느새 폭식증 보다 더 괴로우면 괴로웠지 덜하지 않은 놈이 나타났다. 습관성 과식이었다. 위가 늘어나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음식을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배가 고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계속 허기가 졌다. 너무 많이 먹어 소화제를 삼키고 나니 다시 음식 생각이 났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몇 천 칼로리나 되는 음식을 먹고 나서 정신이 들면 아픈 배와 위를 잡고 후회하고 자책했다.


음식과 나의 관계는 폭식증과 습관성 과식증을 거치며 2년 반 동안 점점 나빠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과 적당한 배부름에서 오는 충족감을 잊은 기간이었다. 음식이 무서웠다. 그런데도 하루 종일 온통 내 신경은 음식에 가 있었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혀 온 식습관 장애를 지금은 거의 고쳤고, 그래서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나에게 도움이 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폭식과 습관성 과식은 편리성을 위해 폭식이라고 통칭하겠다.


1. 기록하기

폭식을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음식 하나, 내 몸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폭식을 하고 난 후에는 왜 폭식을 하게 되었는지, 그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폭식 기록을 통해서 나는 내가 아침에 단 음식을 먹은 날, 혼자 집에 있는 날, 활동량이 많은 날, 특정 과자를 먹은 날  등에 폭식을 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은 순간적인 결정이지만, 내 몸이 그 결정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니 비슷한 트리거(혹은 자극)가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폭식 기록을 하는 것을 통해 폭식을 한 번에 없애지는 못 한다. 그렇게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폭식을 일으키는 상황을 피하는 것을 통해 폭식의 빈도를 줄일 수는 있다.


2. 주변에 도움 요청 하기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아마 폭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담과 의사들의 글을 통해 폭식을 극복해 보려고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만약 단순히 글을 읽고 혼자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힘들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쉽지 않다. 식습관 장애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면 공감이나 이해가 쉽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피하다. 음식을 보면 이성을 놓고 토하거나 아플 때까지 먹는다는 것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은 정말 부끄럽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2년 넘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말 ‘더 이상 안 되겠다.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나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멍청하고 의지박약이라 식습관 장애를 앓는 것이 아니었다.


가족에게 나의 상황을 알렸다. 내가 이러한 식습관 장애로 인해 힘들다. 나를 도와줘야 한다. 그러니 폭식의 트리거가 되는 단당류, 고칼로리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놓지 말아 달라. 그리고 집에 나를 혼자 두지 말고 내가 폭식을 하지 않도록 방해해 달라. 이렇게 두 가지 부탁 (혹은 통보)을 했다. 이렇게 주변에 알리고 나니 폭식을 일으키는 자극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내 상황이 조금은 더 통제 가능해졌다.


가족도 좋고, 애인도 좋고, 친구도 좋고, 물론 의사도 좋다. 감기를 오랜 기간 앓는다면 우리는 약국에 가든, 병원에 가든, 적극적으로 병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식습관 장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병을 혼자만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기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면, 이제는 주위의 도움을 받을 차례다.


3. 원인을 알아내기

이유 없는 질병은 없다. 하다 못해 ‘스트레스’라는 증명하기도 힘든 원인이 때론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폭식도 마찬가지로 뭔가 원인이 있기 때문에 발병했고,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의 다이어트에 대한 욕심이 폭식을 낳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때도 나는 폭식에 시달렸다. 폭식을 하고 나면 극도로 우울해지고 자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폭식을 원하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폭식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인지, 내 몸과 마음은 왜 이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원하는지 고민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나를 대놓고 미워하고 우울해할 확실한 원인’을 원했다는 것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우울증 증상을 앓아왔다. 우울증이 단순한 슬픔이나 우울감과는 다른 이유는 딱히 기분이 가라앉는 원인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허우적대고 무기력해진다. 내 몸이 이런 상태를 싫어하기 때문에, 차라리 폭식을 해서 우울함에 대한 확실한 원인, 즉, 우울증에 대한 통제를 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나자, 식욕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인 우울증에 집중하는 것이 폭식도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를 덜 우울하게 하는 것들,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지게 라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몸은 더 이상 폭식을 원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의 폭식의 원인이 나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장의 식욕을 조절하고 폭식을 멈추는 것 보다도, 무의식 중에 내가 폭식을 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 솔직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결국 폭식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글이 폭식과 습관성 과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식습관 장애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지치는 일이다. 나도 거의 극복했으니,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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