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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ug 25. 2018

우울증 극복기 - 통제 가능한 것들에 집중하기

나의 우울증 극복기 1 

우울증을 겪었다. 아직도 완전히 낫지는 않은 듯 하지만, 애초에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우울증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내 마음과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울증 극복기’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오늘의 주제는 '수동적인 선택' '통제 가능한 것들에 집중하기'다. 


우리는 인생에서 종종 수동적으로 선택을 당하고 만다. 이러한 ‘수동적인 선택’은 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오기 때문에 우울함의 원인이 된다. 내가 원하지 않은 방식으로 삶이 갑자기 진행되어 버리고, 나는 나의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끼니까.


나의 경우도 그랬다. 몇 년 전 갑자기 내 인생에 찾아온 종양.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하필이면 나의 경추에 자리 잡고 커져버린 그것. 그 종양은 내 인생을 뒤엎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그것에 대한 나의 통제력은 0에 수렴했다. 이렇게 외부 환경으로 인해서 나의 삶이 우울해질 때, 더 깊은 우울함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내 인생을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사실을 인정한다. 
2. 통제 가능한 것들과 통제 불가능한 것들을 구분한다. 
3. 통제 가능한 것들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내 몸속에 종양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살기 위해서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도 없었다. 안 하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렇게 한 차례 대수술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종양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몸의 절반이 마비되는 수술 후유증이 남았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으나, 이 일이 내 삶에 주는 영향은 막대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것들은 존재했다. 재활 치료에 집중하는 것, 종양이 더 자라지는 않았나 꾸준하게 검사하는 것, 통제 가능한 것들에 집중하자고 마음먹는 것 등.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가 더 이상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다. 나의 절망과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힘든 일은,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끝없이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탓하고 슬퍼하느라 그 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수술 후유증으로 몸의 절반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열심히 재활을 하면 언젠가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몸에 또다시 절망하기도, 우울증엔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일단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번번이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더 이상 이 상태에서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냉정한 현실을 알게 된 지금도, 비록 그 사실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지만, 그래도 어차피 내가 힘들어해도 바뀌지 않을 상황이니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새로 다잡는다.


앞으로 다시는 뛸 수도, 빠르게 걸을 수도 없겠지만, 내가 그 사실로 인해 슬퍼하고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다고 해서 몸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걷기라도 더 잘할 수 있도록 걷는 자세를 연습하고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다. 


힘든 순간에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정신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나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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