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역마살 Oct 21. 2019

“你잉. 글. 리. 쉬.吗?” (너 영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게 행복하게 느껴진다. 

가끔씩 인간적인 정이 느껴진다고 생각이 들 때 가슴이 몽글몽글 해 지면서 행복한 느낌이 든다. 


바람이 세게 불 때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택시에 타서 창문을 열어놓고 얼굴에 온통 바람을 맞으며 커피 비스킷을 먹고 있었다. 흘끔흘끔 백미러로 나를 보는 기사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슨 할 말이 있나? 비스킷 가루가 떨어질까 봐 그런가?'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기사 아저씨가 무언가 중국어로 내게 물었다. 


나: “我听不懂.” (저 중국어 이해 못 해요)

아저씨: “你잉. 글. 리. 쉬.吗?” (너 영어?)

나: “对” (네) 

아저씨: “你스. 피. 크. 차. 이. 니. 즈.一点点?” (너 중국말 조금?)

나: “对, 一点点。” (네. 조금) 

아저씨: “你饿了吗?” (너 배고파?) 

나:??

오렌지를 슉슉 까서 반을 뚝 떼어 건네주며 

아저씨: 你要不要 (너 줘, 말아)

나: 不要, 谢谢。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나는 중국어를 못 하고, 아저씨는 영어를 못 하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저씨가 왜 내가 배고프다고 생각했는지, 오렌지를 주며 뭘 물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바람을 맞아 가뜩이나 좋아진 기분에 가슴이 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잘하지 못할까 두려워 놓친 기회들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