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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Feb 11. 2020

체중감량과 식이장애

욕심내지 말고 멀리 보기 

식이장애를 이야기할 때 체중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체중 감량을 하기 위해서 시작한 다이어트와 식이 제한이 식이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마음먹고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탄수화물 폭식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점점 더 자주 폭식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고, 또 그러다가 체중에 극도로 예민해져서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거식증에 걸리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꼭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식이장애는 크게 나누면 과하게 먹거나, 부족하게 먹거나 둘 중 하나인데 두 경우 모두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도 폭식증을 겪으며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들 살찐다는 고3 때도 몸무게가 딱히 늘지 않아서 원래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고 자부했으나, 고열량의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살을 빼고 싶었다. 그래서 먹는 양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제한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은 음식에 대한 욕구는 빈번하게 폭식으로 분출되었다. 감정적인 허기로 인해서 폭식을 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폭식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스트레스가 되었다. 살은 빼야겠는데 음식은 먹어야겠고,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욕구가 하루 종일 내 정신을 지배했다. 하루 종일 음식 생각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최소한으로 먹는다'라고 다짐했고, 그 다짐은 결국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무너져 버려서 밤에는 '아, 오늘도 폭식했다. 살 빼야 하는데. 내일부터 다이어트 진짜 한다'라고 또 다짐했다. 


이렇게 모순적인 욕구를 다스리기 위해서 오랫동안 고생한 나의 결론은, 폭식증을 고치려고 하면서 체중 감량을 동시에 하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자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라는 거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둘 다 고치려다가 오히려 폭식증이 더 심해지는 경험을 했다. 감정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폭식하는 것에 더해, 음식을 제한하는 것에서 비롯된 폭식이 나타난 것이다. 이 상태로 감량을 하려고 하다가는 살이 빠졌다가, 쪘다가를 반복하면서 건강도 상하고, 점점 살도 더디게 빠진다. 게다가 식이장애를 앓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지친다. 다이어트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거 하나 하는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거기에다가 식이장애 극복이라는 퀘스트를 추가해서 클리어하려고 한다니. 너무 어렵다. 


나는 어느 순간 체중 감량은 고사하고 일단 폭식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폭식을 고쳐서 정상적인 식이 패턴을 습관화하고, 그 이후에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체중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나중에 빼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을 지나치지 않게 먹는 연습을 했다. 괜히 욕구를 누르지 않았고, 과자든 초콜릿이든 일단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 먹었다. 폭식 고치는 연습을 하는 거니까, 연습할 땐 누구나 그렇듯 때론 적당히 먹기에 성공하기도 했고, 때론 실패하고 폭식하기도 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살도 조금 찌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찌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늘 염두에 두고 폭식할 때랑 비슷하게 체중이 증가하는 걸 보고, 그동안 왜 괜히 다이어트한다며 스트레스를 추가적으로 받았나 싶었다. 


식이장애 고치기와 체중 감량,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어렵다. 보통 인간의 의지와 정신력으로는 너무 힘들다. 살 날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일단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나서 원하는 체중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도 전혀 늦지 않다. 조급한 마음을 이해하지만, 멀리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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