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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May 21. 2020

폭식증 고치기, 그리고 매우 서서히 줄어드는 몸무게

한 달에 1kg 감량 중 

식이장애를 고치면서 다이어트를 함께 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요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폭식증을 앓으면서 야금야금 증가하는 몸무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식이 조절을 하면 할수록 음식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폭식증을 고치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정신과 상담 후 폭식증 약을 복용하면서 폭식의 빈도가 줄고, 탄수화물이 앞에 있으면 잃었던 이성을 조금씩 되찾게 되면서 체중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체중은 아주 천천히 빠지기 시작했다. 폭식을 완전히 멈추게 된 것은 아니라 한 번 씩 식욕이 터져서 우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빈도가 준 것에 만족하고, 체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것에 만족하자고 마음을 달랬다. 사실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완전히 다이어트를 놓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늘 내 머릿속에는 ‘체중 감량’이라는 단어가 머물렀고,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아니 거의 매 순간 했다. 


그래서 폭식증 고치면서 살이 얼마나 빠졌냐고?한 달에 약 1kg, 3달 동안 약 4kg의 감량이 있었다. 인터넷에 ‘다이어트 후기’ 검색만 해도 이틀에 3kg를 뺀다, 일주일에 5kg를 뺀다, 디톡스 후 똥만 쌌더니 2kg가 줄었다, 등의 글과 영상이 수두룩 해서 어디 다이어트라고 갖다 대기에도 부끄러울 수준으로 살이 빠졌다. 다이어트 시작한 지 2,3일 안에 보통 살이 쭉쭉 1-2kg가 빠지고 시작한다던데 나는 한 달에 1kg라는 느릿느릿한 감량 속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천천히, 티도 안 나게 줄어드는 체중게 위의 숫자를 보면 내가 뭐 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살이 좀 빠지긴 했잖아, 라는 마음과 다이어트 걱정에 맘 편하게 먹어본 적도 없는데 살이 안 빠져서 억울한 마음이 충돌한다.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먹고 싶은 것 고민하지 말고 먹고 이대로 살까도 싶다. 지금의 나는 솔직히 비만하지도 않고 평범한 55-66 사이의 몸이니까. 그러나 곧 몸무게와 옷 사이즈와는 상관없이 예전과는 다르게 불편하게 접히는 가슴과 배를 내려다보면, 역시 지방을 좀 더 빼야 몸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나는 척추 수술 이후 무릎 관절도 약해진 상태라 재활의학과와 신경외과 주치의 선생님 두 분 모두 '살 빼야 한다'는 말을 하신 상태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을 달래 본다. 오늘 아침에도 체중을 확인했다. 근 한 달간 미동 없는 숫자였지만, 그래도 그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폭식은 손에 꼽을 만큼만 했다.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폭식 빈도가 엄청나게 준 게 어디야, 원래 매일 저녁 미친듯이 먹고 잠들었잖아. 이대로 꾸준히 한 달에 1kg씩 빠지면 일 년이면 12kg 감량인데, 12kg면 엄청난데? 궁극적으로 내가 갖고 싶은 음식과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등의 긍정 회로를 마구 마구 돌리며  또 폭식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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