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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pr 26. 2020

나이롱환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다 

수술 후 신경외과 병동에서 1주, 재활의학과 병동에서 1주, 총 2주를 입원한 후, 더 집중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서 병원을 옮겼다. 안경을 쓰고, 목에 보호대를 두르면 침대를 일으켜 세워 앉을 정도가 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있던 병원의 재활 병동에는 디스크 수술 후 잠시 머물렀다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옮긴 병원의 환자들은 연령대가 그보다 더 어렸다.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키 크는 수술을 하다가 사고로 신경이 손상되어 걷지 못하는 너무 어린 환자, 술을 마시고 실수로 옥상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 비 오는 날 택시를 타고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  또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다리 하나를 절단하고 의족을 신어야 하는 환자,  물구나무서기 운동기구를 이용하다가 갑자기 기구가 무너져 마비된 환자 등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걷지 못하게 된 환자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뇌, 경추, 요추 종양 수술로 인해서 신경이 손상되어 마비가 된 환자들도 있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움직이던 몸이 마비가 됨으로 인해 느끼는 당황스러움은 비슷했을 것 같다. 아니 또 모른다. 이제는 겪지 않은 것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준비된 채로 수술대에 오른 나의 당황스러움과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눈을 떠 보니 다리 하나를 잃은 사람이 느꼈을 당황스러움의 정도가 달랐을 것도 같다.  


물리치료실을 가면 사람이 늘 너무 많았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아픈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병원들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환자들을 보고 함께 생활하는 것과는 달랐다.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라 후천적인 수술, 혹은 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술이나 사고가 아닌 이상 병동에 입원하지 않고 외래로 치료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술로, 사고로, 갑작스러운 이유들로 몸이 불편해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물리치료 선생님들이 나를 보고 ‘나이롱환자’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휠체어에 고개를 들고 앉을 수 있고, 목에 호흡 장치를 심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고, 소변줄의 도움 없이 생활이 가능한 나는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한 것이 맞았다. 


나는 재활치료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읽은 만화책에서 주인공의 휠체어 탄 친구가 물리치료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양 옆의 바를 잡고 힘겹게 걷는 재활 치료를 받는 삽화가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그렇게 한 번 힘들게 재활 치료를 받고 몸이 나았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재활치료는 그게 전부였다. 한 번 고생하고 나면 다 낫는 것, 그게 재활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곧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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