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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ug 13. 2020

엄마는 밤에 내가 우는 줄 알았다


한국의 여름 날씨가 원래 이랬었나? 올해 여름 날씨는  이상하다. 바람도 너무 많이 불고, 비도 많이 내리고, 너무 덥고, 습하고, 우중충한   별로다. 장마가 시작되기 , 한창 덥던 날씨가   꺾이면서 바람이 갑자기 많이 불기 시작했다. 나는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다가 바람이 불면서 32, 33 하던 너무 더운 날씨가 27 언저리로 내려갔기 때문에, 차라리 바람이 부는  좋았다.

바람이 한창 불던 , 우리 집은 26층이라 그런지 창문을 열어 놓으면 바람이 들이닥치며 창문을 때려, 웅웅웅, 웅웅웅,  누가 우는 것만 같은 소리가 났다. 바람이  세게 불다가는 창문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아서 바람이 심할  바람을 맞고 싶더라도 참고 창문을 닫아야 했다. 정말로 창문이 떨어져 나가면 어떡하지, 하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 창문이 떨어져 나가서 누가 머리라도 맞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자 아찔해졌다. 그러다가 초등학생  다닌 논술학원의 토론 수업 생각이 났다. 심한 태풍으로 인해 거센 바람이 불었고,  바람으로 인해  가게의 간판이 떨어져 날아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간판이 부딪힌 재수 나쁜 트럭은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다. 이때, 이에 대한 보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선생님은 태풍은 자연재해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국가가 대신 보상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났다, 그런 말씀을 하셨던  같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수업의 내용이 생각 나는  보면 나는 그때  사고가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해서 아주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같다. 아무튼, 바람이 어찌나 무섭게 우리  창문을 때렸는지 그런 생각을  했다.

하룻밤은 창문을 열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밤새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엄마는 ‘ 어려서부터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몰랐어라고 나의 어두운 잠귀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나는 깨어 있을 때는 소리에 나름 민감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잠들기 직전 누가 내는 소음에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잠이 들고 나면 주변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굴어도   잠을 잔다. 창문을 열어놓고 잠이    새벽에도 바람이 갑자기 거세게 불기 시작해서   창문은  소리로 웅웅웅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깊이 잠에  나는 물론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엄마는 나랑 다르게 잠귀가 굉장히 밝다. 낮에는 나이를 먹어서 소리가 점점  들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잠에 들면 그렇게 귀가 밝아지는 걸까.   새벽, 엄마는 엄마의 방에서 자다가 무려  방의 웅웅 거리는 창문 바람 소리를 듣고 깼다. 그리고  소리를 듣고는 내가 어딘가 아파서 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놀라서  방에 들어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창문을 열어놓고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왠지 슬퍼져서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밤중에 아파서 웅웅웅  정도로 약하지 않은데.

엄마가 인생에서 가장 슬펐을 때는 내가 수술  아파서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때라고 한다. 18살의 나는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됐고, 장장 8시간에 걸친 수술 이후 이틀 동안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때 엄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출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중환자실 앞에서 그냥 앉아있었다고 한다. 내가  모습을 직접   아니지만,   모습이 그려진다. 엄마가   앞에서 어떻게 앉아있었을지  그려진다. 너무 작은 모습.  작은 모습을 생각하면 나도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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