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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ug 24. 2020

엄마의 스승은 ‘유선생’이다

엄마의  핸드폰이 기억난다. 주황색과 은색이 섞인 귀엽고 조그만 폴더폰. 엄마는 복슬복슬한 베이지  강아지 인형 케이스에다가  조그만 핸드폰을 넣고 다녔다.

나의  핸드폰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생겼다. 그때 우리 반에 핸드폰이 있는 친구들이 삼분의  정도 되었던  같다. 당시 핸드폰이 있던 친구들 모두가 거의 같은 기종을 가지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 정도의 크기로 딱정벌레를 연상케 하는 굉장히 작은 슬라이드 으로, 검은색과 흰색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가끔 가다가 그게 아닌 다른 기종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걔네는  작은 벌레처럼 생긴 슬라이드 폰이 아니라 완전히 대포처럼 생긴 무겁고 커다란 은색의 폰을 가지고 다녔다. 5학년의 나도 첫 폰으로  벌레처럼 생긴  쓰게 되었다.  폰의 기능은 아주 단순했다. 전화와 문자. 사진도 찍히긴 했지만 화질이 아주 구렸다. 인터넷 기능 ‘네이트’가 있었지만 요금이 많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실수로 인터넷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취소 버튼을 눌러야 했다. 내게 있어  핸드폰의 용도는 학교가 끝나면 엄마에게 전화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로 몇 년 후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다.

엄마는 내가 어릴 , 그러니까 엄마가 30대일   핸드폰을 사용하게 됐는데, 30대에  폰을 사용하게  엄마는 스마트폰을 쓰기까지  10 정도가 걸렸다. 엄마의  스마트폰은 아이폰이었다. 그녀는  이후로 아이폰과 갤럭시 사이에서 오락가락해야 했다. 그 사이에 폰을 고르는 것에 있어서 엄마의 취향이 딱히 반영되지는 않았다. 2 약정이 종료되면 통신사에서 기기변경을 무료로   테니 약정을 2 연장하라는 전화가 걸려왔고, 그럴 때면 엄마는 나나 동생에게 원하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고르라고 해서 그걸로 기종을 변경했다. 그리고 나면  최신형 스마트폰에는 우리   하나의 유심칩이 들어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우리  하나가 쓰던 폰이 초기화되어서 엄마의 손으로 가게 되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엄마 명의로  최신 스마트폰을 건네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이거  테니까  연락처랑 사진이랑  옮겨주고, 필요한 것들  깔아줘야 . 짜증내면  .”
우린 당연히 알았다고, 짜증  낸다고 대답  놓고, 막상 우리가 쓰던 폰에 엄마의 연락처와 사진을 옮겨주고 필요한 기능들을 설명해 주다 보면 짜증을  내버려서 결국 삐진 엄마는 우리 말고 아빠를 불러서 폰의 사용법을 배우고 익혀야 했다.

그런 엄마가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처음엔 카톡 사용도 서투르던 엄마는 어느덧 카톡은 물론 티맵으로 길도 찾고, 네이버 앱으로 인터넷 뉴스도 읽게 되었고, 그러다가 어느샌가 유튜브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엄마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승  ‘유선생 함께 하게 되었다. 아침에는 유튜브로 가드닝 영상을 찾아보면서 식물을 가꾸는 방법을 배우고, 저녁에는 법륜 스님의 말씀을 찾아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운다. 한창 미스터 트롯이 열풍일 때는 정동원에  빠져서는 ‘동원이 영상 유튜브로 섭렵하기도 고, 내가 한 때 배에 가스가 찬다고 니까 ‘배에  가스 무조건 빼는 5가지 방법등의 영상을 스크린   이미지들을 카톡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그런 엄마를 보면 신기해서 

“와~ 이거 언제 배운 거야? 누구한테 배운 거야?”

하면서 괜히 엄마를 놀리게 된다. 10 전에는 분명 스마트폰이 렵고 서툰 엄마였는데 어느새 유튜브로 하루를 시작하고 맺는 스마트한 엄마가 됐다. 그럼에도 엄마는 종종 스마트폰 사용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나에게 이것저것의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엄마가  이상 내게 기계 사용법을 물어보면서
짜증내면 안돼~?”

라는 당부를 하지 않아도  정도로 나는 이제 엄마에게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가끔씩  나오는 짜증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참을성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짜증을 내버리고 나면   30 뒤부터 후회가 된다.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그다음이 오면 그게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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