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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Aug 20. 2020

엄마는 내가 밥을 잘 챙겨먹는 지가 궁금하다

엄마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외출 준비를 한다. 나는 지금 백수이기 때문에 엄마보다 늦게 일어나고, 엄마가 나간 후에도 집에 남아 있는다. 내가 눈을 뜨고 방에서 나오면 엄마는 엄마 방에서 화장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다가 내 방문 소리를 듣고, “일어났어~” 하면서 방에서 나온다. 그리고는 보통 부엌의 식탁을 향해서 걸어간다. 내게 오늘 먹을 음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카레 했어~ 닭고기 건져 먹어~.” “미역국 했어~미역이 그렇게 좋대~.” “비트 갈아놨어~ 비트가 그렇게 좋대~.” “계란 삶아놨어~ 엄청 싱싱해~이따가 먹고 싶으면 먹어~.” “밥 물에 담가놨어~ 이따가 밥 먹고 싶으면 해 먹어~.” 바쁜 아침에도 음식에 대한 설명은 이어진다. “카레 하려고 했는데 못 했어~ 그래도 냉장고에 있는 거 찾아 먹어~” “미역국 하려고 했는데 못 했어~ 네가 끓이려면 끓여봐~.” “굶지 말고 계란이라도 삶아 먹어~ 굶으면 안 돼~.”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어떡하니? 맛있는 거 시켜 먹어~ 아님 요리 좀 해 봐~.” 그러면 나는 엄마처럼 말끝을 늘이면서  “어~~” 하고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다시 벌렁 소파에 누워서 엄마가 나가는 걸 지켜본다. 그러면 엄마는 집을 나서면서 또 이렇게 말한다. “안녕~이따 봐~ 잘 챙겨 먹어~.” 저녁에 집에 와서는 엄마는 오늘 뭐 했냐는 물음을 대신해서 오늘은 잘 챙겨 먹었냐고, 뭘 먹었냐고 내게 묻는다. 내가 대충 대답하면, 먹지도 않고 대충 뻥친다고 뭐라고 한다. 내가 먹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잘했어, 잘했네’라고 하면서 좋아한다. 특히나 엄마가 아침에 요리한 것들이 맛있었다고 하면 엄청 좋아한다. 근데 조심해야 한다. 너무 맛있다고 칭찬하면 까딱하다간 매일 그 요리만 계속해서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밸런스가 중요하다. 아, 엄마가 특별히 아침에 먹거리를 준비해 놓고 외출을 한 날에는 집에 와서 내가 엄마의 요리를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그 양을 꼭 확인한다. 예를 들어, 생선을 두 마리 구워 놓은 날에는  “왜 한 마리만 먹었어 두 마리 다 먹지~” 하고, 고구마를 세 개 삶아놓고 나간 날에는  “고구마 한 개도 안 먹었어? 그럼 하루 종일 뭐 먹었어?” 하는 식이다. 엄마가 하도 안부 대신 밥을 먹었냐고 물어서 내게도 어느새 그 습관이 생겨버린 듯하다. 엄마가 7시쯤 애매한 시간에 집에 오면 밥은 먹었나 궁금해져서 ‘저녁은 먹고 온 거야?’ 하고 묻게 된다. 그러면 엄마는 구구절절 엄청 자세하게 밥을 먹었으면 누구와 뭘 먹었다, 밥을 먹지 않았으면 왜 안 먹었다, 등 설명을 막 해 준다. 지금은 떨어져 있는 남자 친구와 통화를 할 때도 그에게 자꾸만 묻게 된다. ‘근데 너 밥은 먹었어?’ 엄마와 왠지 많이 닮은 걔는 또 그럼 구구절절하게 뭘 먹었고 먹지 않았고 먹을 예정인지 설명해주고, 난 그 얘길 다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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