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싫어하는 사람을 독후감 쓰게 만드는 책
자기가 무엇을 쓰는지 잘 아는 작가라면, 아는 것을 생략하더라도 독자가 마치 작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빙산의 움직임이 장엄한 이유는 전체의 8분의 1만이 물 위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뭘 잘 몰라서 생략하는 작가는 글에 빈자리만 만들 뿐이다. (헤밍웨이 <오후의 죽음> P.88) 작가가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중요한 정보나 사건을 부러 생략하면 이야기는 더 강력해진다. 그러나 잘 몰라서 빠뜨리거나 생략한 거라면 그 이야기는 무가치해진다. 이야기를 평가하는 기준은 작가가 생략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달려있다. (헤밍웨이 <단편의 기술> P.90)
책과 사랑에 빠지려면 저자와 특별한 친밀함을 느껴야 한다. 작가와 독자 모두가 서로를 깊이 수용하고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 개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이해받는 기분을 느낀다....... '가상의 중립지대'는 작가의 익명성으로만 찾을 수 있다. 성별, 나이, 배경, 이력 같은 정보를 모를 때 우리에게 주어진 건 오직 책에 실린 단어뿐이며, 이때야말로 아무런 선입견 없이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모호함은 마음에서 질투와 앙심을 없애주고, 너그러움과 관대함이 콸콸 흐르게 한다."...... "이름이 없다는 것의 기쁨은... 어두운 바다로 돌아가는 파도와 같다"라고 묘사했다. (단어를 기워 노래하는 자들 -유령작가 P.126)
글이란 우리의 가장 복잡하고도 심오한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이므로, 독자에게 좋은 글을 선사하려면 인간의 마음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야 의미가 통하는 최상의 글로 만들 수 있다. (헤밍웨이 테스트 앱 사용 후 P.312)
"작가는 책을 한 권 쓰기 시작할 때마다 독자와 계약을 맺어요. '나한테 시간과 인내심을 투자해 달라. 그러면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겠다'라는 식이죠....... 제 소설의 경우, 이제껏 보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계약을 맺었죠....... 논픽션의 경우에는 계약이 좀 더 명확해요. 작가는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최선을 다해 전달하겠다'라고 말하죠....... 계약을 위반하면 독자는 더 이상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될 테니까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P.288)
모든 텍스트는 구조를 필요로 한다. 구조가 없으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구조는 절, 문장, 단락, 책 전체에 적용된다. 책의 각 부분이 이전과 논리적으로 이어지는지, 독자가 읽기를 멈추거나 앞으로 되돌아가 뭔가를 찾아보거나 혼란과 좌절을 느껴 포기하는 일 없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파운드와 엘리엇의 편집 절차 중...... 원래대로 두라는 뜻의 라틴어 'stet(生)', 참되고 진실한 것을 뜻하는 독일어 'echt(眞)' 연필 메모가 가장 많이 남겨져 있었다. 원래대로 둘 것과 두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해야 했던 셈이다.... 좋은 편집자라면 이 모든 일을 기꺼이 해낸다. (生과 眞 - 편집자 P.232)
소설 투고 원고를 볼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글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는지, 저자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있는지, 야망이 느껴지는지 같은 거예요. 책을 대하는 가장 순수한 태도라 할 수 있죠. 맨 처음에는 상업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소설 자체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논픽션 분야에서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이 무엇인지에 좀 더 관심을 갖는 편이고요. 논픽션 작가들은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면 글을 쓰는 데 애를 먹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기획안을 철저하게 작성하는 걸 좋아해요. 일반 독자가 복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내용을 차근차근 풀어낼 수 있도록 말이죠. (에이전트의 비밀 P.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