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해다. 그래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난 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왜 갑자기. 지금도 그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냥 어느 날 우연히 메모를 시작했고, 그 메모를 컴퓨터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어느덧 소설을 쓰고 있었다. 난 필사를 해본 적도 없었고, 작법을 공부해 본 적도 없었다. 하다못해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쓰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새벽까지 졸면서 썼던 게 내 첫 번째 소설이다. 3개월 정도 그렇게 써서 180페이지 첫 소설을 완성했었다. 결과는? 지금 내가 읽어보면 부끄러운 졸작이다. 그런데 난 그 소설을 끝내고 나 자신에게 놀랐었다. 한 번도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졸작이라도, 어찌 되었든, 내가 소설 하나를 시작해서 끝을 냈다는 것이 신기했고 어리둥절했다.
2022년의 나는 단편소설의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책은 어떻게 출판되는지도 몰랐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해오던 일들이 있었고, 늘 사랑을 하느라 바빴다. 누구와? 남편과, 아이들과, 일과 공부와 그리고 새로운 환경, 문화, 언어와. 취미로라도 글을 쓸 생각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부끄럽지만 난 각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렇게 메모를 시작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글과 글쓰기에 대해 각성을 하게 되었던 거 같다. 그 후로는 미친 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열심히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그 시간들이 너무 재밌고 즐거워 솔직히 다른 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잠을 잘 못 잤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둬야겠다는 생각에 수시로 메모를 하고 글로 옮겨적고 싶어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 와서야 글의 종류에는 뭐가 있는지, 수필과 에세이의 차이는 뭔지, 단편, 중편, 장편 소설의 차이는 뭔지, 작법이 대체 뭔지, 좋은 글쓰기란 뭔지를 공부하는 주제에 여전히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 그렇게 2023년 동안 내 폴더에는 소설, 시, 에세이, 수필 등이 차곡차곡 쌓였다. 좀 더 어린 나이에 문학을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그동안 난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왔고, 그런 경험들과 배움이 없었으면 난 지금 글을 쓰고 있을 수 없을 듯하기 때문이다.
창작 매체나 문단의 문화, 출판사들이나 현황에 대해 나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왜 글을 쓰는 이들이 11월, 12월 등기를 많이 보내고 설레어하는지도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독립출판이나 전자책출판을 개인이 한다는 것도 브런치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느낀 게, 이렇게 글과 관련된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대인관계도 시작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내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적응을 하고 대처를 해갈 수 있을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글을 쓰고 다루는 분야는 내게 정말 생소한 분야이다. 그런 면에서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교류로 나는 정말 큰 배움을 얻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마음이 급해지지만 길게 보고 글을 써갈 생각이다. 당신의 글로 구걸하지 말라고 했던 어느 소설가님의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구걸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더 있겠는가. 열심히 써보는 수밖에. 2023년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매일이 급했다. 더 좋은 글을 더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에 나를 너무 몰아붙였던 한 해였고, 11월부터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꼈다. 너무 감사하게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몇몇 성과들도 경험했던 한 해였다. 2024년 글을 써갈 생각에 나는 벌써부터 설렌다. 마음이 두근두근거린다. 어떤 글을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진다.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질 뿐, 아직 나 스스로도 잘은 모른다. 그저 지치지 않고 이 설렘을 유지해서 뭔가를 지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써놓고 보니 부끄러운 글이지만, 그래도 2023년 나의 브런치 마지막 글로 올릴 생각이다. 2023년 브런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실행해 갔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혹시 글쓰기를 망설이는 분들께 우선 시작해 보시라고 용기를 드리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브런치 작가님들께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이 글을 적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