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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Oct 02. 2021

'상체'로 만난 사이

하체후일향만강(下體候一向萬康)


어느덧 10월이다.

네 덩어리씩 묶어 둔 일 년 열두 달 중 마지막 덩어리가 시작되는 10월.


올해도 의미 있게 분주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공감했고 배려했으며 성장했고 상생했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은 운명처럼 여겨지기까지 했고, 삶의 정수 같은 순간들을 맛보기도 했다.


내가 '코로나의 선물'이라 명명한 사람들.

거대한 풀밭을 헤집어 찾은 네 잎 클로버처럼, 풀숲 같은 네트워크 공간에서 내 모든 걸 던져 맞닥뜨린 사람들이다.

우리는 서로의 아픈 곳, 약한 구석, 대단한 면과 못난 점 등을 보여준 만큼 들여다봐 주고,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내 보여 주었다.

이보다 진지하고 솔직한 만남은 없었던 것 같다.

잘 만든 페이스트리의 결처럼, 등급 높은 고기의 마블링처럼, 이젠 내 인생 사이사이 겹겹이 그들이 스며들어있다.


그런 우리가 서로 전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하반신'이다!

ZOOM으로 주로 만난  우리는 '상체로 만난 사이'이다.

2년 가까이 만나는 동안 '하체'를 본 적이 없다.

이 얼마나 괴기스러운 만남인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코로나의 선물' 중 누군가가 혹시 '인어'였대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

화면에 보이지 않는 하반신이 반짝이는 은빛 비늘 아름다운 물고기였대도 몰랐을 거란 생뚱한 생각.


우리의 '하반신'공개는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의 만남이 자유로워진 어느 때에도 끝까지 하반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인어'라고 생각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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