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최고의 캐릭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마블의 히어로들? 그도 아니면 일본의 헬로키티? 각자 생각들이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최소한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도 확고하게.
단언컨대 이 세상 최고의 캐릭터는 바로 뽀로로다. 뽀로로의 위대함은 아이가 2~3살이 지나가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뭐가 그리 기분이 나쁜지 이유를 알 수 없게 칭얼댈 때, 식당에서 겨우 밥 좀 먹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아이가 틈을 주지 않을 때, 아이를 잠깐 혼자 두고 청소기를 돌려야 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아니면 급똥이라도 해결해야 할 때 등등. 이렇게 부모가 필요하거나 힘들 때마다 도움을 청하면 그야말로 짠하고 나타나서 아이의 관심을 끌어 얌전하게 해 주고 가정의 평화를 찾아주는 주인공이 바로 뽀로로인 것이다.
거의 뽀로로 매직이라고 불릴만한 건데 정말 희한하게도 아이들은 뽀로로만 틀어주면 초집중 상태가 되며 얌전해진다. 옆에서 같이 보다 보면 어른들도 뽀로로나 크롱, 패티 같은 친구들의 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는 내 입장에서도 보면 뽀로로는 참 잘 만든 콘텐츠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뽀로로 덕을 보고 있는 부모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고 하니 각국의 부모들이 뽀로로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저 유명한 서정주 시인이 지은 '자화상'의 시 한 구절을 빌리자면 '아이를 키운 건 8할이 뽀로로였다'라고 할 수 있다.
뽀로로 이야기는 이쯤으로 해두고. 뽀로로가 넘버원이라면 넘버 투나 쓰리쯤 되는 캐릭터가 또 있다. 최근엔 펭수나 카카오 프렌즈 같은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와 순위 변동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 마음속에선 최소한 그렇다. 바로 <방귀대장 뿡뿡이>다.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뿡뿡이의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뿡뿡이와 인연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뿡뿡이의 목소리를 맡고 계신 성우님이 사촌형수님이시고 뿡뿡이를 처음 기획한 PD님은 대학원 선배님이시기도 하다.
부모도 아이도 좋아하는 캐릭터 뿡뿡이
우리 딸아이도 뽀로로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뽀로로에 조금은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우리도 최대한 아이에게 TV나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육아를 하다 보면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에게 덜 해롭고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을 찾아서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걸 보여주려고 해도 아이가 싫다고 하면 소용없는 일. 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도 좋아하는 콘텐츠.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한 게 바로 <방귀대장 뿡뿡이>다.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뿡뿡이를 틀어주니 집중을 해서 잘 보았다. 노래도 따라 부르고 춤을 같이 추기도 했다. 아빠인 내가 보기에 내용도 여느 유튜브 키즈 채널 콘텐츠들과는 달리 무척 교육적이고 정돈되어 있었다.
사실 아이들은 똥, 오줌, 방귀 이런 것들을 특히나 좋아한다. 맥락 없이 뜬금없이 “뿌직! 쉬~ 뿡~” 이런 말만 해도 까르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중에 뿡뿡이를 만드신 선배 피디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기획단계에서부터 이런 점들이 고려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 뒤로 한참을 뿡뿡이를 즐겨 보면서 지내게 되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옆에서 같이 보다 보니 스튜디오에 뿡뿡이가 나오는데 그 옆에 아이와 엄마들이 함께 방청객이자 출연자로 참여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뽀로로와 같은 콘텐츠와 다른 뿡뿡이의 특화된 점은 바로 아이들의 참여가 가능하단 것이었다. 기회만 닿는다면 아이가 콘텐츠 제작에 동참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딸아이도 뿡뿡이를 직접 한번 만나게 해 줘야겠다. 아빠의 주책 회로가 또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후다닥 검색을 해보니 홈페이지에서 출연 접수를 받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라 아이들의 출연이 불가능한 상태다)
일단은 출연 신청부터 했다. 간단했다. 그리고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보니 당첨확률이 그렇게 낮지는 않다고 했다. 참고로 해당 연령대는 36~50개월이라고 한다. 며칠 후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당당하게 아이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당첨이 된 거였다. 출연을 하게 된 거였다. 나름 의미를 부여하자면 딸아이 생에 최초 TV 출연이었다.
뿡뿡이를 실제로 만나보다
얼마 후 서초구에 위치한 EBS 방송국에 뿡뿡이 출연자의 보호자라는 자격으로 가게 되었다. 여러 방송국을 다녀보았지만 뭔가 세월이 느껴지는 것 같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출연은 아이 한 명과 보호자 한 명 이렇게 짝을 이루어 하게 되어있었는데 아빠인 내가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비주얼, 타사 PD라는 한계, 그리고 대부분 엄마들이 함께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과감하게 욕심을 접고 매니저 역할에 만족하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출연자들에게 나눠주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드디어 녹화 스튜디오로 입장. 20년 방송 짬밥을 살려 한 컷이라도 더 잘 나올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앉혔는데 결과적으로는 고민하나 마나였던 것 같기도 하고.
잠시 후 뿡뿡이와 함께 또 다른 주인공 짜잔형이 등장하고 본격적으로 녹화가 시작되었다. 나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아이와 동물처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대상을 출연시켜 녹화를 진행한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그런데 확실히 노하우가 있어 그런지 뿡뿡이 제작진들은 능숙하게 아이들을 컨트롤하면서 진행을 무리 없이 이끌고 있었다.
사전 공지된 노래와 춤을 연습해온 터라 아이들 모두 노래와 율동을 잘 따라 했다. 그날의 주제곡은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그냥 두고 나갔더니'였다. 결국 장난감 정리정돈을 잘하자는 얘기인 건데 중간중간 노래와 콩트를 섞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적절하게 이해를 시켜주는 것 같았다. 마침 우리 딸아이도 맨날 놀고 나서 장난감을 치우라는 잔소리를 듣고 있던 터라 시의적절한 주제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그 맘때쯤의 아이들이 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한 시간도 채 안 걸려 녹화가 마무리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엔 아이들이 모두 무대 중앙으로 모이는 형식의 엔딩이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난장판이 될 확률이 무척 높은 동선 구성이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끝나고 출연했던 아이들이 잠깐 동안 스튜디오에 남아 뿡뿡이와 짜잔형과 함께 하는 기념촬영 시간도 가졌다. 집에 돌아가며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무척 재미있었다고 했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방송 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는 당연히 미리 말씀을 드렸고 우리 가족들도 아침부터 본방사수를 했다. 고슴도치 아빠의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자주 그리고 아주 예쁘게 TV에 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흐뭇했다. 얼마 후 아내에게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우연히 봤다며 혹시 TV에 출연하지 않았냐고 물어왔다고 했다. 매스미디어의 위력이란.
지금은 비록 코로나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머지않아 <방귀대장 뿡뿡이>의 아이들 출연이 다시 재개된다면 꼭 한번 신청해보시길 바란다. 아이와 색다른 추억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니까. 참고로 번개맨 방청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걸 알아두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