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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21. 2019

"No way out", <이스케이프 룸>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게임

<이스케이프 룸> 리뷰입니다.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단서들로 밀폐된 방을 탈출해야 한다는 설정으로, <큐브> 시리즈와 맥을 같이합니다. 도입부 양자역학 강의를 듣는 조이(테일러 러셀)가 “관찰하지 않을 때 변하지 않는다.”를 되새기며 퀴즈를 풀어나가는 장면에서 <페르마의 밀실>의 두뇌게임을 연상케 하지만 일부분일 뿐, 영상미가 돋보인 영화입니다. 후반부 또 다른 게임의 시작을 암시하며 결말을 맺는 장면은 <쏘우>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쏘우>의 설계자가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존재’였다면 <이스케이프 룸>은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들 중 최고의 운을 가려보는 <글래디에이터>스러운 ‘관람객’의 모습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이스케이프 룸>은 여섯 명의 참가자와 여섯 개의 방이 등장합니다. 게임 설계자는 참가자들이 겪었던 각각의 사고로부터 남은 트라우마를 담아낸 문제를 풀도록 합니다. 대기실 문이 잠기며 급작스럽게 시작되는 게임에서 이들은 팀을 이루지만 방을 이동하며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점차 와해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방은 아만다(데보라 앤 월)의 트라우마를 다룹니다. 참전 군인이었던 그는 몸에 화상을 남긴 끔찍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패닉에 빠지게 되고, 게임의 단서가 되는 물을 마셔버립니다. 다른 참가자가 기지를 발휘해 이를 해결하는데, 패닉에 빠진 누군가의 문제를 다른 이가 도와 해결하는 구조로 사건이 연속됩니다. 두 번째 방, 벤(로건 밀러)과 관련된 퀴즈에서는 과거 그가 친구들을 태우고 운전하며 불렀던 노래가 단서가 되고, 그날의 사고를 떠올리며 부주의함을 자책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방을 옮겨가며 저체온증에 빠지거나 쇼크를 일으키고, 빙판 아래 떨어지기도 하며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게임을 이어갑니다. 각각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패닉에 빠졌을 때 본성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제이슨이 저체온증에 빠져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면, 아만다는 단서를 얻기 위해 몸을 던지며 희생하는 모습으로 인물 성격의 대비를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인 조이는 극 초반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영리하면서도 내성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만, 게임 참가자가 된 그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주체적인 인물이 되어 해결해 나갑니다. “관찰하지 않을 때 변하지 않는다.”를 읊조리며 이들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를 전부 부숴버리거나, 경로에서 벗어나 게임 마스터를 공격하는 등 특성이 반전되는 인물로 극 중 가장 입체적입니다.



이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위기 속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이들 간의 대립구도, 매력적인 입체적 인물과 트라우마 등 여느 ‘방탈출’ 영화들과 차별화되지 않은 소재와 전개를 보이지만, 각 게임룸-전복되거나 뒤틀리는-구조와 네온 조명 등 감각적인 연출과 영상미가 두드러집니다. 영화 속 퀴즈들은 인물들의 과거 사건에서 따온 것으로 관객은 참여할 수 없지만 조이와 벤의 문제 해결과 성장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사진=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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