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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Dec 16. 2019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

부조리 경험은 세대를 거듭한다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 관람후기입니다.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사회 부조리를 발견하고 공동체에서 답을 찾습니다. 사회를 현실적으로 담은 감독의 작품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에 극 중 인물이 스며들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사실적입니다. 감독은 <미안해요, 리키>를 통해 이전보다도 날카롭게 사회를 바라봤고, 작품 속 현실은 더욱 가혹해졌습니다.



전작의 다니엘 블레이크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벽 앞에 섰다면, 리키 터너(크리스 히친)는 보다 현실 순응적입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는 리키는 자신을 사회에 맞춰갑니다. 택배 노동자 리키는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있기에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극 중 택배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차량과 보험을 사비 해결하면서도 벌점을 피하기 위해 사규에 따릅니다. 때문에 리키는 주 6일 일 14시간 노동 환경에 놓여도 호소할 곳 없고, 사정이 있는 날에는 대체 인력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중간관리자에게 휴일을 사정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받지 못합니다. 최근의 플랫폼 노동 환경과도 유사한 모습입니다. 사용자 편리에 따라 기술이 발전해도 노동자가 있는 한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현실을 반영한 듯합니다. 켄 로치 감독이 작품 활동을 멈추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니엘 블레이크 세대가 경험한 부조리는 <미안해요, 리키> 속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낀 세대' 리키는 현실에 순응한다.


원제목 <Sorry, We missed you>는 리키가 부재 고객의 문 앞에 붙여두는 쪽지 문구이지만, 리키 부자가 갈등을 겪을 때마다 서로에게 애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리키는 등교를 거부하는 아들 세브 터너(리스 스톤)에게 예전 모습을 그리워합니다(세브는 나름의 사정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리키는 자신보다 나은 삶을 위해 배우기 바라며 충돌합니다). 반면 세브는 직장 잃을 두려움에 사로잡힌 리키에게 예전으로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과정에서 터너 부자는 서로를 위한 결정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처를 주게 됩니다. 결국 가족들을 뒤로한 리키가 운전대 앞에서 홀로 흘린 눈물은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벽 앞에 설 수조차 없는 좌절감을 나타냅니다. 리키의 눈물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더욱 애달픕니다.


켄 로치


그럼에도 감독은 가족 공동체 안에서 답을 찾습니다. 리키가 속한 노동사회 속 공동체는 부재하고, 각자의 사정에 따르는 개인만이 존재합니다. 리키가 동료의 빈자리를 차지하며 노동시장에 뛰어들었듯, 리키의 빈자리도 다른 개인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가 경쟁을 부추기며 공동체를 분화한 점을 지적한 부분입니다. 때문에 영화는 태생적 공동체인 가족을 해결 주체로 제시합니다.


사진=다음 영화



https://brunch.co.kr/@mvrv/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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