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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y 16. 2022

<러시아 인형처럼>, 요즘의 대중성

우리가 글로벌 OTT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

글로벌 OTT 플랫폼의 '덕후몰이' 하는 콘텐츠가 대개 그렇듯, <러시아 인형처럼> 넷플릭스 공개 이후 팬덤을 형성하며 시즌2 제작에 기대가 모아졌다. 내가  번이고 돌려보았던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서도 <OA>•<블랙미러>•<마인드헌터>와 같이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시즌물은 모두의 요구에 부응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영화관이나 방송국에서 정식으로 상영·방영하기보다 OTT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하고, 적정 수요를 충족한 콘텐츠의  시즌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OA> 경우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고 시즌3 대한 이들의 수요가 높았지만 대중성을 잡지 못해 제작이 무산된 사례다. 탄탄한 구성과 영상미로 작품성을 인정받아도 상업적 가치는  대중성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러시아 인형처럼> 그런 면에서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잡은 시즌물로서 상업적 가치를 발현한 최적의 콘텐츠다.



<러시아 인형처럼>의 주요 인물은 나디아와 앨런이다. 나디아는 삼십 대 후반의 미혼 여성으로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정도로 소개된다. 나디아의 모습은 주로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커피를 든 채로 비치는데, 2030 여성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모습이기도 하거니와-이것은 과거 <섹스 앤 더 시티>에 열광했던 그들의 자녀 버전일까-그의 당당하고 개방적인 태도는 현재 우리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과도 맞닿아있다. 그래서 나는 <러시아 인형처럼>의 팬덤보다, '나디아' 팬덤의 힘이 더욱 강하다고 보았다.



극 중 나디아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는 앨런은 그보다는 적은 나이의 남성으로, 강박증을 겪으며 연인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앨런의 직업적 배경이 세심하게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디아가 회의에 참석하거나 문자를 확인하는 등 직업인으로서의 모습을 종종 보여준 것과 비교된다. 이렇듯 전통적 남녀에서 반전된 두 인물 설정에 시청자가 호응했을는지도 모르겠다. 영상 속 두 사람의 성별을 바꿔보면, 국내에서 호응을 얻어온 주된 서사가 완성된다. 포용하는 남성 나디아와 도움받는 여성 앨런. 완벽한 한국적 드라마 서사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OTT 콘텐츠 '덕후'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 콘텐츠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 인형처럼>의 시즌2 또한 전 시즌과 다르지 않다. 다만 나디아와 앨런이 끊임없이 세대를 뛰어넘는 과거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번엔 앨런의 변신이 조금 더 눈에 띈다는 점. 과거 어머니 세대로 뛰어넘은 앨런은 정신적으로는 그대로 남성이나 겉모습만 여성인 채로 남성을 사랑한다. 시간여행 중 앨런은 '과거'의 여성성으로 남성을 만나지만, '현재'의 남성성과 교차되면서 동성 간의 사랑을 은유하기도 한다. 이로써 LGBTQ의 수요까지 충족시켜준다.



이것을 보면 요즘의 대세, 대중적 콘텐츠는 다양성을 수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상업적 가치를 지닌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콘텐츠조차도 이를 실행하고 있고, 그러지 않는다면 구식의 것, 지루한 것, 존중하지 않는 불손한 것으로 치부된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인형처럼>과 같은 콘텐츠의 시즌이 계속되는 것,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고 있다는 점도 현재 우리의 콘텐츠 소비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다.


사진=넷플릭스 <러시아 인형처럼> 시즌1, 시즌2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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