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으로 가는 길 서평
필름 사진을 보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공기 중에 있는 입자가 다 다른 색을 가져서,
내가 볼 수 없는 색에 휩싸인 느낌이다.
그 풍부한 색에 빠져 행복하다. 역시 필름 카메라가 아니면 안된다
-사진작가 신혜림
높은 성능의 스마프폰으로 아주아주 선명한 컬러 사진을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요즘,
소위 "인스타 감성"으로 생각만 해도 화려한 컬러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요즘,
그렇다면 필름 카메라는 완전히 없어질까, 그리 여기지 않는다.
나 역시 높은 화소의 스마트폰이 있지만, Canon 400D라는 DSLR카메라가 있고
그 역사가 있는 Minolta(미놀타) X-700이라는 필름카메라가 있다.
도저히 그 카메라를 처분할 수가 없었다.
내 사진감성의 그동안의 역사를 담아낸 도구를 어찌 보낼까...
여기 소개하는 책 The way to the North(북쪽으로 가는 길)은 사진자료를 위주로 한 짧은 단상,
2009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서 방문했던 노르웨이에 대한 깊은 감성의 사진과 글이 담겨 있다.
눈앞에 쏟아지는 노란색 빛,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 저 멀리 보이는 푸른 나무, 진득한 색감의 건물까지.
미술작품에서나 볼 법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곳.
나는 망설일 것 없이 마음에 동하는 장면들을 렌즈로 서걱, 베어내 보았다.
- p.7 <2009, 여름> 중에서
사진속에서 호수의 강물이 빛을 받아서 반짝이고 있다.
나는 안다. 직접 보게되는 이 호수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북유럽은 전반적으로 호수가 많은 자연의 모습이다.
그 압도적인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극히 작아지고, 그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로움과 아름다움에 침묵과 고독을 즐길 것이 아니겠는가,
TV와 컴퓨터 모니터라는 곳으로 비춰지는 다사다난하고 건조한 뉴스들,
그리고 일상에서 일과 스트레스 가운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우리들 모두에게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내보이며 늘 성실하게 변해가고(계절의 변화) 흘러간다.
언뜻 보면 그저그런 호수의 사진일텐데, 왜 이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위로받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이 될까..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싸지만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
오늘 옷가게에서 걸쳐본 옷은 정말 예뻤지만 가격은 예쁘지 않았지.
여행하고 싶은 곳을 줄줄이 적어봤는데 리스트가 너무 많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 피곤해.
난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이 모든 걸 하기엔 매일이 무력하고 부족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지.
오늘 하루도 끼니를 챙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 방 옷장에 내가 좋아하는 옷들이 걸려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가 사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눈을 떠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P.171 <작은 행복> 중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기차나 배 안에서 밖의 풍경을 접하면서
햇살을 받으면서 좋은 생각과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것,
이 얼마나 기분좋고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지극히 작은 행복인가,
압도적인 모습의 빙하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설원,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피오르드 전경,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
창문으로 바라본 색색깔의 노르웨이 풍경 등 필름 사진 특유의 아날로그한 느낌,
따스한 온도와 다채로운 색감은 ‘역시 신혜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 책에 담긴 노르웨이에서의 달콤쌉싸름한 추억이 담긴 신혜림의 사진은
지친 일상에 작은 위안을 주기도 하고,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여유와 쉼을 선물하기도 한다.
부록으로 이렇게 다섯장의 사진이 있다.
쏠쏠한 즐거움이자 아름다운 풍경의 사진을 획득했다는 무언가의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책을 읽는동안 행복했다.
때때로의 불편한 언어들이 있는 기존의 책보다 더 맑은 사진들이 가득한 가운데
내 마음이 위로받고 행복했다.
#북쪽으로가는길
#ThewaytotheNorth
#신혜림
#노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