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야간열차를 타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기차가 서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생각에 잠겼다.
무엇인가와 작별을 할 수 있으려면 내적인 거리두기가 선행되어야 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정체불명의 '당연함'은,
그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명료함'으로 바뀌어야 했다.
전체적인 윤곽을 지닌 그 무엇인가로 응집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의 인생에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더 많은 영향을 주었던 학생들의 목록처럼.
이제 막 역을 출발하는 기차가 뒤에 남겨놓은 것은,
그레고리우스 자신의 한 부분이었다
그는 자기가 지금 약한 지진 때문에 떨어져 나온 빙산 조각위에 서서,
차고 넓은 바다위를 부유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
"리스본행 야간열차"
책과 DVD가 다 있어서 글을 읽고 영상으로 보면서 한 때, 이 작품에 깊이 빠졌다.
책은 그야말로 한 권의 철학서라고 생각한다.
(파스칼 메르시어, 스위스 출신 철학자 페터 비에리의 필명이다)
수많은 질문을 통해서, 저자는 그리고 그 생각이 투영된 인물 그레고리우스는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남이 알고 있는 나 사이에서 본질적인 자아를 찾는데 집중한다.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려는 낮선 포르투갈 여인과의 마주침,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포르투갈 의사의 글에 끌려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무작정 타는 무모함,
그 프라두를 찾는데서의 이런저런 무모함과 좌충 우돌, 그리고 내면의 질문이 함께한다.
"인간 행위의 표면 아래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인간은 자신이 만천하에 드러내는 행동과 완벽하게 일치할까?"
특히 두번째 질문은 내 자신에게 요즘 계속적으로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대놓고 북유럽에 대한 감성을 표현하고 그것을 위해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행동하기도 하고,
어쩜 그렇게도 그레고리우스의 생각과 장면장면마다 행동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계속 떠오르는것은 왜일까?
그레고리우스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그리고 그 포르투갈의 어두운 과거를 상징하는 당시 독재정부(살라자르)비밀경찰의 만행,
피아노를 치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주앙"에게 피아노 뚜껑을 사정없이 내리쳐 큰 외상을 남기는 장면,
그 장면을 보고 너무나 두려웠다.
독재정부의 하수인이 된 멘데스가 자행하는 이 끔찍한 장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상당히 아름다웠는데, 이 장면을 보고 그것은 공포로 다가왔다.
과거의 독재정부가 생각났고,
지금 별다를바 없는 거꾸로 가는 지금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이 영화는 마냥 열차가 등장하는 낭만적 영화가 아니다.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
어두고 삭막한 역사 가운데서 계속적으로 질문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어쩌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 그레고리우스 같은 심정으로 자아를 찾으려 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북유럽 여행, 그렇기에 사람들이 붐비는 곳보다 조용한 곳을 일부러 찾고 깊은 고독을 누릴 예정이다)
57세의 이 "그레고리우스"라는 "사유의 여행가"에 대한 깊고깊은 매력에 빠져있으면서
또 하나의 깊은 감성이 가득한 노래를 듣는다.
https://youtu.be/cTDBFumfjog?si=laZ9ObE_n6ReBUVS
너무 서두르지 마
견디기 힘이 들 때면
애써 따라오려 하지말고
오히려 더 천천히
그래 그렇게 다가와
내가 여기에서 기다릴게
숨이 찰 땐 걸어오렴
힘이 들 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린 아주 먼 길을
가야만해 서두르지 마
함께 걸어가는 것
그것이 내겐 소중해
조금 늦는 것쯤 상관없어
내가 지쳐 있을 때
네가 기다려준 것처럼
내가 여기 있어 힘을 내봐
숨이 찰 땐 걸어오렴
힘이 들 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린 아주 먼 길을
가야만해 서두르지 마
걱정 마 기다리고 있어
이제 멀지 않아 조금만 더 힘을 내
내가 너의 두 팔을 잡아 줄 수 있도록
숨이 찰 땐 걸어오렴
힘이 들 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린 아주 먼 길을
가야만해 서두르지 마
숨이 찰 땐 걸어오렴
힘이 들 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린 아주 먼 길을
가야만해 서두르지 마
반복적으로 말하는 가사,
숨이 찰 땐 걸어오렴
힘이 들 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린 아주 먼 길을
가야만해 서두르지 마
아직 흐르고 있는 2023년이라는 시간,
하나의 목표(북유럽 여행)를 위해 달리고 또 달리며, 온 몸과 마음에 바짝 힘을 주고 이제까지 왔다.
지금 그 결실이 보이려 할 때,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내면에 공허감이 생기는 것을 잔뜩 경계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의 온갖 철학적 질문을 대하며,
그리고 장혜진의 "내게로"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좀 더 깊은 사유의 세계를 맛본다.
특히 처음 언급했던 책의 구절에서 "당연함"의 확실해 보이지만 불투명한 스스로의 자아가
좀 더 선명한 가치와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는 "명료함"의 부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책과 음악으로 스스로의 내면적 자아에 노크를 할 수 있어서 대단히 좋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부디 스스로에게 이런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가치와 느낌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기를 바란다.
#리스본행야간열차
#장혜진_내게로
#존재의이유를찾는것
#계속적으로질문하며삶의의미를찾아가는것
#숨이찰땐_걸어오렴
#서두르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