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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우 Sep 25. 2023

"씨 뿌리는 사람"(1881, 밀레 모작)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1878년, 25세의 반 고흐는 신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벨기에의 남서부지역에 있는 한 가난한 광산촌인 보리나주,

이곳에서 평신도 설교자로 생활하게 된다.


광산촌에서 설교를 하면서 당시 착취를 받던 광업 종사자들의

피폐한 현실을 알게 되고 이에 대한 근심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1880년 이전까지 주로 목탄화로 그림그리기의 기본을 다진 고흐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동생 테오의 제안이기도 했고, 이 때부터 테오는 고흐를 후원하기 시작하게 된다.


보여지는 그림 씨 뿌리는 사람(밀레 모작)을 보게 되면,

당시의 고흐의 피폐했던 현실을 여과없이 비추는 것 같다.


<The Sower(after Millet)>, 1881년 4월 완성


마치 고흐 자신인 듯 하다.(더해서 지금의 다소 지친 내 모습 같기도 해서 뭔가 울컥하다)

본격적인 그림에 입문하기 전,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유화의 화려한 묘사가 있는 고흐의 그림이 아니라

마치 그림이라는 열매를 맺기 전, 기초적인 싹을 뿌리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씨 뿌리는 사람은 고흐에게 있어서 농부의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데,

당시 평신도 설교자로 있던 고흐에게 있어서 이 그림은 "잠언"(Proverb)이기도 했다.

(전도사, 즉 목회자는 말씀의 씨를 뿌리는 사람이라는 시대의 목회자에 대한 가치)


오른쪽 중간에 보면 소를 몰고 가는 농부의 모습이 보이는 데,

전체적으로 이 작품 전체에서는 당시에 정점을 찍던 낭만주의를 찾아볼 수 없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숭고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단순하지만 일상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관점, 그런 소박하지만 묵직한 관점이 그림으로 보여지고 있다.



씨를 뿌리고 싹이 돋아나는 자연스런 과정, 자연의 법칙, 

그리고 느리지만 성장하고 다시 순환되는 삶의 과정과 그 가치가 제대로 투영되어 있는 지금이어야 하는데,

뭔가 자꾸만 왜곡되어 보여지는 현재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왜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것이 더욱 진하게 보이고, 때로는 허무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왜일까?


스스로도 저 그림처럼 느리게 진행되지만 성실하게 씨를 뿌리는 현재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단,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는 현실의 모습에 많이 지치는 것이 현재의 모습같지만 말이다.


다시 시작된 주중의 시간, 그리고 북유럽으로 떠나게 되는 사흘 후,

느리지만 일상의 생활 가운데서 성실하게 씨 뿌리는 사람의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무표정한 것이 아니라, 살짝 미소를 지어야 겠다. 


진짜 미소짓고 웃고 싶다.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오게 되는 드라마틱한 날들이 이제까지 계속되었는데,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스스로가 저 무표정한 씨 뿌리는 자의 모습 같다면....참으로 민망하고도 싫어지는 모습이다. 


https://youtu.be/uZsoMWsbtNA?si=irpyQ6RUOkm1Qcuh


곧, 같은 방법으로 이용하고 보게 될 노르웨이 로포텐 레이네 마을,

(여기서 3박4일을 머문다. 숙박시설을 레이네 마을로 정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고 웃음이 나온다. 됐다~


#씨뿌리는사람_고흐

#울컥하다

#살짝미소를지어야겠다

#노르웨이로포텐레이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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