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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우 Oct 24. 2023

마음졸인 협상에 성공했다.

그래서 이번 북유럽여행을 더욱 소중하게 준비한다.

2023년 올해 초, 회사 대표님과 면담을 하고(직원 규모 30명 이내의 회사는 이렇게 직접 대표와 만난다)

달력까지 제시하면서, 명절, 공휴일 연휴와 연차를 활용해서 북유럽에 다녀오겠다고 밝히고

허락을 구했다.


"네 그렇게 하세요. 허락합니다. 다만 가기 한 달 전에 다시 알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9월 초, 메뉴얼에 따라 문서로 연차휴가 신청을 하면서 다시 통보를 했다.

대표님께서 급하게 부르신다.


"이민우 팀장님, 이야기 좀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사내 회의실로 들어갔다.


"아니, 나는 이렇게 휴가가 길지 몰랐지,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네? 대표님께서 분명 제가 달력까지 제시하면서 날자를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는데요?"

"아닙니다. 안될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구요? 그럴리가 없어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전에 다시 이야기 해 달라고 하셔서 다시 말씀드리고 휴가신청을 한 것입니다"

"안됩니다. 그리고 알잖아요. 기본적으로 연휴가 긴데, 팀장님이 빠지면 누가 대체할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형평성(난 이 단어가 공감되면서도 싫다)이 있는데, 다른 이들이 똑같이 요구하면 어쩔거에요?

그럴때 내가 다른 직원들에게 뭐라 할 수 없는거에요. 그래서 안되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여행 취소하세요. 일정을 줄이던지"

"이미 예약한 부분이 적지 않은데요. 이거 취소하고 이런저런 설정하는 거,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냥 취소하세요. 혹 돌아오는 비행기편을 새로 예약한다면, 개인으로 내가 경비를 부담해 드리겠습니다"

.

.

.

정말 기운이 빠졌다.

이것을 위해 수년간을 준비했고(2020년에 원래 가려던 여행을 취소한 후, 3년을 기다렸다)

그 과정과, 본인이 북유럽 여행을 준비한 그 모든 과정,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응원한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의 대다수는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유럽여행을 가는 휴가가 가능하다는 사례, 그것을 주목했다)


고민했다. 2차 면담을 앞두고 말이다.....


<돈까스 공장의 연육과정- 자료화면>


2차 면담,


"그래, 생각해 보셨어요?"

"네, 생각했습니다......저 이번달까지 일하고 그만두겠습니다"

"흐음...그래요?"(난 보았다.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네, 그 예약하고 설정한 것들을 취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부분설정도 어렵습니다

 아예 노쇼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차마 못하겠구요. 저 그만두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남은 연차는 명절전까지는 바쁘니, 근무를 계속해주시고, 퇴사 후, 수당으로 넣어드리겠습니다"


이게 지난 9월 둘째주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9월 8일), 3차 면담,


"민우팀장님, 회사 이사회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보내주자는 말이 있더군요. 근데 고민중이에요.

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앞으로 민우팀장님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겠어요?

일을 할 땐 집중을 해야죠, 안그래요?"

"저 최대한 집중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오랫동안 보셨잖아요. 요령 안피우고 끝까지 하는 것,

그리고 누구나 자기 미래를 위해서 본업도 열심히 하지만, 다른 부분도 계속 생각하고 꿈꾸는 것 아닐까요?

(이쯤되면 난 거의 미치거나 각오를 단단히 한 듯 싶다. 말하면서 스스로도 놀랐다)

"알겠습니다. 주말동안 다시 고민해봐야겠네요."


그리고 지난 주말 늦은 오후(9월 9일 토요일)

회사 이사님 중 한 분께서, 내게 전화를 주셨다.


"민우팀장님 000에요"

"네 이사님, 어쩐 일로 이렇게 전화를 주셨습니까"

(좀 놀랐다. 이렇게 전화를 주실 분이 아닌데)

"회사 이사회에서 다시 회의를 했는데, 여행을 보내주자고 결정했어요.

다시 못 올 좋은 기회인데, 가야 하잖아요. 가셔서 여행 잘 하고 오세요. 회사 걱정 하지 마시고...."

"아 그런가요?, 너무 감사하네요. 어떻게 이야기가 되었기에...."

"민우팀장님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고, 그곳에 특별한 생각이 있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은 하지만, 팀장님의 미래도 있잖아요, 생각해야지,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 잘못된 게 아니에요. 누구나 회사를 언젠가는 그만둘 수 있고 대안도 있어야지,

 그동안의 민우팀장님의 모습을 보면 거기 다녀온다고 해서 일을 소홀히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요,

 다시 대표님과 이야기 할 수 있을 텐데, 싫은 말을 해도 네네~ 하고 그냥 넘어가세요. 허락해주실거에요"

"아 그렇게 결정하셨나요? 이리 애써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그냥 다음 주 초에 이야기 할 때, 내가 이야기 한대로 네네, 하면서 넘어가면 되요. 괜찮을거에요

 이렇게 통화한 것은 비밀입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마음이 좀 놓이네요, 알겠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래요, 주말 잘 쉬고, 월요일에 봐요"


그리고 다시 9월 11일 월요일이 찾아왔다.


<면담은 언제나 살떨리는 과정이다>


월요일 출근하고 내부 정돈을 잠깐 하고나서 다시 시작된 4차면담,(2023년 9월 11일 오전)


"주말 잘 보냈어요?"

"네 그렇습니다. 무슨 말씀을 주시려고...."

"네, 회사 이사회에서도 논의했고, 개인적으로도 생각했는데.....

 이번에 여행 다녀오세요. 연차와 연휴 활용해서, 단 이번만입니다. 다음에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티내지 않고 잘 준비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조용하게 일하고 그러겠습니다"

"네 그리 해 주세요"


일주일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재협상에 성공했다. 이제 아무런 장벽이 없다.

사실, 나는 이전부터 퇴사할 각오로 이번 여행을 갈망했고, 준비했다. 좀 무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믿음이 있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 대표님의 깐깐하고 원리원칙을 철저히 따지는 스타일은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몆몆 직원들은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주었다. 꼭 가야한다면서, 협상도 잘 풀릴것이라고....

결국 그리 되었다.


그렇게 마음졸인 협상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에서, 그저 작은 중소기업에서

2017년에 이어 2023년, 두 번을 회사와 협상을 해서 북유럽여행을 간다. 그것도 장기연차를 내서...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수많은 퇴사의 스토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렇게 협상을 하며 성취를 하는 모습, 그것을 강렬히 원했다.

(나같은 사례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체력적이고 정신적인 부담이 큰 시간의 과정이었지만,

현재 한국의 매우 어려운 경제상황, 일자리의 상황 가운데, 현실을 보전하며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곧 다가올 북유럽여행을 소중히 준비한다.

더욱 소중히 준비한다.


#2023북유럽여행

#협상에성공했다

#나같은사례도있어야하는것이아니겠는가

#소중히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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