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빠름을 요구하더라도 이에 저항한다.
아무도 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꽃은 작고,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렇다, 친구를 사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조지아 오키프(1887.11.15~1986.3.6)
미국의 화가, 꽃과 사막을 그린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대표적인 화가
개인적으로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의 디자인과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그 일상을 현지에서 체험하면서,
느리고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고 행복한 "슬로 라이프"를 느낄 수 있었다.
(난 특히 노르웨이 로포텐에서의 그 안온함을 잊을 수 없다. 곧 여행기가 펼쳐진다)
비록 현실은 직장에서 보다 유기적이고 빠른 일머리를 굴려야 하고
두뇌회전을 빨리해서 보다 편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자리이지만,
그 직장업무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되도록 "슬로 라이프"를 추구해 왔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슬로 라이프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나의 응원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항상 슬로 라이프를 추구할 수 있는 지침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연초에 이 책 "슬로 라이프"를 보게 되었고,
다른 어떤 책 보다도 참 느리게 이 책을 읽었다.
이미 모든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패스트 라이프"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스스로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돈, 효율, 경제성장같은 용어를 일상에서 늘 우선순위에 두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고 여기고,
그 긴 시간들을 "패스트 라이프"에 길들여지게 되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정작 시간이 지나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떠오르고 정리를 해 보니,
1. 속절없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진한 아쉬움과 후회
2. 보다 여유있게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다양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것들을 지나친 아쉬움과 후회
3. 패스트 라이프에 찌들어서 망가진 몸과 마음
보통 이렇게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르고 정리가 된다.
이 책, "슬로 라이프"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삶의 다양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사유(思惟)의 디자인"을 하게되는 저자의 비범한 글과
독자를 향한 느린 배려의 마음이 잘 녹아들어 있다.
P.S :
"사유"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데, 다시 언급하지만,
생각할 사(思)에, 생각할 유(惟), 즉 대상을 두루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 책에는 슬로 라이프를 위한 다양한 키워드가 있다.
걷기, 빈둥거리기, 슬로푸드, 슬로 러브, 머문다, 비폭력, 친환경 주택, 놀기,
에코 투어리즘, 흙, 쉬기, 나무늘보.......
그외에 합쳐서 70여가지의 슬로 라이프에 관한 키워드를 제시하여
그 깊은 느림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이 당연하고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던 것들을 왜 이리 잊고 살아왔을까.....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기에 가뭄에 단비와 같은 달달한 문장과 그 표현에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어 읽기"라고 해서 각 하나의 키워드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
관련된 다른 키워드 몆 가지를 함께 제시해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하나하나의 키워드 주제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하나하나의 키워드로 된 Chapter가 있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는 관계중심형의 책이기도 하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5
머리글 6
슬로 라이프 | 느리고 단순한 삶은 우리의 마지막 선택이다 15
걷기 | 슬로 라이프의 첫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20
방랑 | 진정한 풍요를 위해 물질과 돈에 의지하지 말자 24
근면-게으름 | 생각해보자, 누구를 위한 근면인지… 30
패스트 하우스-슬로 디자인 | 입고 먹고 사는 일 모두를 다시 디자인하기 34
맥도날드화 | 패스트푸드가 세계를 균질화하고 있다 38
반세계화 |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42
슬로 푸드 |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48
생산한다-기다린다 | 우리는 생산자가 아니라 대기자일 뿐이다 53
농업-농사 | 농사에는 농업이 잃어버린 생명의 시간이 아직 흐르고 있다 58
씨앗 |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생태계를 지켜내는 일이다 62
잡일 | 잡스러움을 허용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 64
경쟁-어울림 | 함께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이 점점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 68
슬로 러브 | 사랑이란 본디 시간을 포함하는 일이다 72
공포-안심 | 공포라는 산 정상에 안심은 없다 78
편리함-즐거움 | 편한 것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 85
GDP |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지출 총액일 뿐 88
슬로 머니 | 왜곡된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돈’이 필요하다 92
개발 | 봉오리를 억지로 꽃피우고 아이를 빨리 어른으로 만드는 것이 개발이라면? 96
새로운 빈곤 | 오늘날의 빈곤은 풍요로움의 환상이 빚어낸 병 100
지구온난화-멸종 | 경제 시간이 생태계의 시간을 앞질러가다가 생긴 이상 현상 105
생명 지역 | 내 발밑의 땅이 살아 있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109
슬로 워터 | 우리는 지구의 물을 빌려 쓰고 있을 뿐 114
흙 | 흙과 오랜 세월 사귀어온 작물에서 태평스러운 사귐을 배우자 119
스몰 | 적당하고 적합한 것이 아름답다 124
슬로 타운 | 속도를 늦추면 눈앞의 풍경이 달라 보인다 127
있는 것 찾기 | 없는 것 애달파하는 대신 있는 것을 찾자 130
원주민 달력 | 자연의 시간에 인간의 삶을 순응시키자 136
유전자 조작 - 딥 에콜로지 |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물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142
빠빠라기 | 우리는 쓰고 남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148
움직인다-머문다 |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함께 사는 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 151
인디언 타임 | 중요한 건 시계가 아니라 상황과 형편에 따른 배려다 154
신체 시간 | 왜 그렇게 서두르지? 그래봐야 빨리 죽는 것밖에 더 없는데… 157
엘리펀티즘 | 멋지다, 코끼리! 자기도 살고 생태계도 살린다 161
비폭력 | 인간 중심의 사고야말로 폭력적이다 164
민주주의-슬로 폴리틱스 | 속전속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168
전쟁 | 낭비 애국주의 결정판! 172
진보 | 위험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 타이타닉호의 운명을 생각해 보기 176
남북문제 |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북’의 눈에서는 피눈물 난다 178
분발하지 않기- 장애인 | 뒤처진 것이란 없다 182
노인-어린이 | ‘노인은 노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가 힘든 비정상 사회 190
모모-시간 | 돈과 시간은 자유이자 감옥 195
놀기 | 헛되기 때문에 비로소 충실해지는 것 199
에코 이코노미 | 경제학과 생태학, 이제는 서로를 껴안아야 할 시간 204
에도 | 에도, 지속 가능한 사회의 전형 209
플러그-언플러그 | 시스템에서 플러그를 뽑고, 공동체에 플러그하기 214
비전화 | 아주 조금만 불편해질 용기를 가져보자 219
텔레비전 | 남의 욕망이 아니라 내 욕망을 들여다볼 것! 222
자전거 |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누가 이겼을까요? 225
자동판매기-물통 | 나쁜 디자인 대 좋은 디자인 227
자동차 | 이 속도가 절약해준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231
테크놀로지-아트 | 기계 없이도 살 수 있는 삶의 기술 회복하기 236
친환경 주택 | 땅에서 나고 땅으로 돌아가는 인생을 닮은 집 238
잡곡 |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는데… 242
육식 | 꼭 먹어야 한다면 줄이기라도 하자 246
슬로 비즈니스 | 바쁘지 않아도, 빠르지 않아도 잘 팔린다 250
뺄셈의 발상 | 덧셈은 시시하다, 뺄셈은 짜릿하다 252
컬처 크리에이티브 | 다른 삶을 원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258
지역 통화 | 보이는 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돈 261
에코 투어리즘 | 여행지의 시간을 내 시간으로 파괴하지 않기 265
페어 트레이드 | 남과 북이, 시골과 도시가, 자연과 인간이 공정한 무역 270
슬로 카페 | 차 마시고 수다 떨며 세상에 느리게 딴지 걸기 275
대체 의학 | 내 안에 있는 생명의 텃밭은 내가 가꾸어야 한다 280
슬로 섹스-슬로 보디 | 그 넓고도 깊은 육체의 쾌락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283
지금 여기-친밀감 | 익숙한 오늘 속에서 무한한 즐거움 찾기 287
빈둥거리기 | 경쟁 바깥에 있는 참된 자신의 ‘거처’를 발견하자 292
쉰다 | 목적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298
촛불 | 가끔은 어둠을 아름답게 되찾아보자 301
나무늘보 | 우리가 나무늘보에게 배워야 할 몇 가지 305
맺음말 310
본인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렇고,
우리 모두는 "인간"이란 형태로 이 "사회"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고,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서 개인과 조직,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이기주의적 사고와 극단적 사고도 존재하고 있다.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지만
현재 대한민국을 덮고있는 대표적인 몆몆 이슈를 보면 한숨과 분노가 나오는 부분들,
그것을 알고 겪고 있기도 하다.
그럴수록, 그 가운데서 더욱 "슬로 라이프"를 추구해 본다.
이렇게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미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패스트 라이프"의 부분에서
진심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삶의 디자인을 할 사람은 내 자신이기 때문이고,
그 느리지만 가치있는 삶을 다른이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 "슬로 라이프"를 느리게 읽으면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
현재의 때로는 답답하고, 빠르게 성취되는 것이 없고 그렇지만,
일상의 느리지만 높은 가치의 삶의 방식들이 결국 나와 우리 모두와 이 지구를 살릴 수 있고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을 읽게 된다.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참으로 많았지만, 그것을 다 인용하게 되면,
여기 지면이 더 많이 늘어날 것 같아서,
그것을 이 책을 읽는 다른 작가와 독자의 선택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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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위로를받았다
#희망을읽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