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인 여행에 관한 책이었다. 여전히 인상적인 책이다.
2020년 여름,
코로나19가 활개를 치게 되고, 당시 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함과 두려움 가운데
이 책을 접했다.
(서울 홍대입구 근처의 북티크 서점에서 구입했다)
책표지는 그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이고, 사진과 약간의 디자인 작업을 입힌
저자 "마고 캐런"(필명)의 작품이다.
*마고 캐런은 브런치 작가인데, 지금은 절필을 한 듯 하다. 2022년 12월 7일이후 아무런 글이 없다.
대형서점에는 없는 이벤트가 있었으니,
책의 첫 표지를 포스터로 만든 사진포스터를 증정하는 것이었다.
아주 기분좋게 그 아이템을 획득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책 "여행없는 여행"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정의한 여행에 관한 문구는
"여행은
떠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동이고
머문다는 의미에서 보면 공간이다"
이 책의 핵심 문구인데,
스스로가 해석하는 것으로는 의미의 대구법(보통 댓구라고 잘못 알려졌다)적 해석으로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은 떠나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는 동적, 정적인 부분들이 다 그 가운데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이루말할 수 없는 수많은 여행의 의미가 있을 것이고,
각 개인에 따라 그 의미도 다양하게 인식될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인생 자체가 여행이기에 본인 스스로 그리고 우리 모두는 떠나기도 하고 머물기도 할 것이다.
그것을 좀 더 특별한 곳에서 경험하는 것을 보통 우리는
"여행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책의 표지 사진을 보며,
더욱 깊이 다가오게 되는 핵심 문구였다.
이 책의 본문에서는 사진자료가 아주 극소수의 흑백사진 몆장만이 있다.
(참고로 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는 딱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누구에게나 여행의 특별한 기억들,
그리고 그 특별한 기억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희열과 행복을 느끼는 감성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현재의 불투명하고 고된 일상을 견디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당시 코로나19의 시대,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었던 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돌아보니 나에게 여행은 내면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발버둥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힘든 '현재'로부터 나를 건져 올려 '미래'로 데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안다. 진짜 여행은 '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려고 당장의 순간으로부터 달아난다고 해서
다른 공간에서 편안해질 수 없다.
그것은 잠시 낮선 시공간이 주는 착각이다.
조용한 절망의 시간이 될지라도, 내면의 사나운 폭풍우는 내가 잠재워야 한다"
- epilogue 중,
당시 진짜 "조용한 절망"의 시간이었다.
2023년 가을 북유럽여행을 했을 때, 원래는 2020년 가을에 북유럽 여행을 할 계획이었고,
2019년 말부터 차근차근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보도가 되고 비춰지는 코로나19의 그 엄청난 감염속도와 뉴스 가운데서,
결국 이 책을 읽기 시작한 2020년 6월에 난 당시 계획했던 여행을 포기하게 되었다.
3년후, 다시 북유럽여행을 하긴 했지만, 당시 아쉬움과 때때로의 절망감은
지금 떠올려봐도 무겁고 침울했으며, 막연함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앞으로는 그런 직접 여행이 힘들고 "오직 랜선(LAN)여행만 가능할 것이다"라는 전망까지 들었다.
큰 두려움과 절망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기억된다.
그렇기에 여기 책의 제목 "여행없는 여행"이란 말이 무척이나 실감나게 다가왔다.
"내면의 사나운 폭풍우"를 3년여를 견딘 끝에,
나는 다시 북유럽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4년여만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본다.
"여행이 뭐 별건가, 꼭 멀리 간다고 여행이 아니며 배낭을 메고 걸어야 여행인 것도 아니다.
사진 한 장 안 찍어도 우리는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다.
여행하는 태도로 오늘 하루의 소소함을 특별하게 느끼며 살아보자"
-p.117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고요한 일상 중,
당시 이 구절을 읽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
지금 다시 읽으니 그저 웃음이 난다. 이 여행의 황금시대 가운데 말이다.
몽환적인 여행에 관한 책이었다.
여전히 인상적인 책이다.
#여행없는여행_서평
#진짜여행은_내안으로들어가는것이다
#내면의사나운폭풍우는_내가잠재워야한다
#1년전난_에스토니아탈린에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