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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우 Nov 10. 2022

핀란드 여행(17) - 투르크의 저녁, 그리고 초대

따루씨 가족의 집에서 숙박을 했다.

투르크 거리를 다니고, Pinella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거리를 다니다가 유서깊은 두 곳의 성당을 방문하게 되고,

여행은 생각하지 않았던 무계획성 가운데 의외로 인상깊은 순간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점점 해가 저물어 가는 가운데, 다시 투르크의 시내 거리(마켓 광장)로 나왔다.

따루씨가 보여줄 것이 있다고 했다.


<투르크 거리의 한 소박한 추모공간>


2017년 8월,

이곳 투르크의 마켓 광장에서 칼부림 사건이 있었다.

모로코인 난민신청자에 의해 갑작스럽게 자행된 사건으로, 당시 핀란드인 여성 두 명이 목숨을 잃고

더해서 여덞 명의 사람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던 사건이다.


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지 약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초기보다는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2017년 8월 당시 추모공간>


어떠한 경우에도 민간인이 묻지마테러에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

여기의 추모 분위기를 보면서 따루씨와 한국에서의 세월호참사 이후의 추모와 기억에 대한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명은 정말 소중하고,

안타까운 테러, 참사, 사고, 그리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 앞에서,

나와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며,

보다 진실된 추모와 기억, 사람에 대한 소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따루씨와 이런 깊은 주제의 대화를 나누며, 투르크에서의 첫째 날 저녁을 맞이한다.


<Sokos Wiklund Turku>


투르크 마켓광장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서

한국에 귀국할 때, 가족들에게 선물할 것이 있을까 돌아보았는데

결국 아무것도 구입하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었다.

(눈이 높아서였을까, 따루씨가 이것저것 추천해 주었는데 마음이 가지 않는다)


<투르크 마켓광장 거리 자료사진>


투르크 광장에서 본 거리의 야경은 참 아름다웠다.

유럽의 거리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는데, 한국과 다른 것은 사람들이 일찍 귀가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여전히 사람들로 붐빌 텐데, 거리가 조용했다.

덕분에 운치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원래는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해서 투르크에서 숙식을 하려고 했는데,

핀란드 국가번호인 358번을 이용한 숙소예약에서의 등록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예약이 가능했겠지만,

오히려 핀란드 현지에서 어떻게 이용할지 몰라서 연신 예약에 실패했다.


사실은 투르크에서의 숙박에 대해서 미처 한국에서 준비를 하지 못했다. 다소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연신 스마트폰으로 에어비엔비를 알아보고 있는 나를 따루씨가 물끄러미 보더니,


"민우씨, 음...괜찮다면 우리집으로 갈래요?"


"네?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게 가능해요?"


"그럼요, 민우씨와 이렇게 인연이 되었는데, 또 아르미 선물까지 준비도 해 주셨는데,

그냥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우리집에서 주무세요. 에어비엔비를 우리집으로 예약했다고 생각하시고~"

(이때, 딸 아르미<Arumi>가 첫 돌을 맞이한지 얼마 안되었다. 그래서 옷을 준비해서 선물을 했다)


"이럴수가, 너무 감사해요. 불편해하지 않게 깨끗하게 있는 곳을 사용할께요"


이게 생시인지, 꿈인지 모르겠다.

따루씨는 분명 많은 대중들이 인식하는 방송인이었고, 나름 원칙이 있을 것이고,

지금 살고있는 남편분과 딸까지 있는데도, 내게 이런 제안을 하다니,

물론 남편분께서도 적극적으로 따루씨와 같은 의견을 말하며 초청해 주시니, 이 고마움을 어찌 다 갚을까..


<따루씨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집은 2층>


조그만 연립주택같은 곳으로 들어섰는데, 계단이 이런식이다.

처음 이런곳을 오르내리는 이들에게는 살짝 겁이 날 정도의 시설이지만, 사실 매우 안전한 계단이다.

(그래도 나는 이런 계단은 별로 걷기가...)


집안 내부는 따루씨 가족을 배려해서 찍지 않았다.

따루씨가 나오는 방송에 살고있는 투르크의 이 집이 나온적이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되겠다.


암튼 따루씨 가족의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따루씨 남편분이 준비해주신 맥주와 안주거리>


따루씨는 딸 아르미와 일찍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또 따루씨 남편분과 좀 더 맥주와 안주를 나누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소시지, 그리고 핀란드 전통 순대와 콘샐러드가 가미된 훌륭한 안주였다.

(맥주는 나도 약 3개의 깡통을 비웠다. 핀란드 여행 통틀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맥주를)


그리고 나도 준비해 준 방에서 투르크에서의 첫 날 밤을 마무리한다.


#핀란드여행

#투르크_마켓광장

#추모와기억

#투르크야경

#따루씨집에서묵다

#핀란드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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